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이 질문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상대라는 ‘신세계’의 낯선 부분을 즐기고 싶은 동시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공통점(익숙함)을 기대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상대의 가장 사적인 부분을 묻는 동시에,


그 외의 다른 어떤 사적인 부분에도 관심을 표명하지 않는


정중한 질문이 아닐까.



상대의 사생활에는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애정과 관심을 표현하는 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독서 중독자들 앞에 붙은 ‘익명의’라는 단서가 참 좋다.


만화 속 중독자들은 서로의 독서 스타일에 대해 신랄하게 조롱할망정,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다. 굳이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끝까지 서로의 실제 정체를 까발리려고 하지 않고, 알고도 묻어버린다.


(심지어 독서 모임 멤버 중에 ‘예티’가 있는데도!)


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뭔가를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것만으로 재미있고, 편안해지는 것 같다.



나도 내 사생활을 전시할 생각은 잘 못한다.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그저 타임 라인에 올라오는 인친님들의 책 사진이 좋다.


이 사람은 이런 책을 읽고 있구나, 그 정도가 관심이 가는 전부다.



그리고 그 정도 거리가 참 좋은 것 같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내가 읽은 책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늘어놓았을 때,


누군가 나에 대한 낯섦과 익숙함을 발견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히 자신을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사회 부적응자’로 표현되기도 하는 독서 중독자들의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중독돼 버린 것을.


앞으로도 익명으로, 중독자로서, 열심히 책을 읽으면서


슬쩍슬쩍 내가 읽는 책을 내보이고, 다른 사람이 뭘 읽는지 훔쳐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