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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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지나치게 연동된 종교들은 신전이 건축된 지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건축물을 구심점으로 모여야 하는데, 신전 건축에서 멀어질수록 종교의 영향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물 없이 문자 같은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 유목 민족의 종교는 전파에 유리하고 건축물이 지어진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 그래서 세계적 규모의 종교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모두 각각 성경, 코란, 불경 같은 소프트웨어인 책을 중요하게 여기는 종교들이다. p. 195-196


하지만 건축가의 관점에서 조금 다른 각도로 보면 한국 기독교가 부흥한 또 다른 이유는 기독교가 새로운 종교 건축 유형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상가 교회’다. (…) 한국의 ‘상가 교회’는 실리콘밸리의 ‘차고 창업’과 비슷하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몇 년간 전도사 수련 후 목사 안수를 받은 사람은 누구나 적은 보증금으로 상가에서 교회를 시작할 수 있었다. (…) 실리콘밸리 IT 산업 생태계를 보면 차고 창업처럼 초기 투자비용은 적게 들지만 무한 경쟁 시스템을 통해 살아남은 기업만 공룡 기업으로 성장한다. 이와 동일한 시스템이 한국의 상가 교회 시스템이다. 창업의 문턱은 낮되 무한 경쟁을 통해 실력 있는 목회자가 살아남아 대형 교회로 성장시키는 시스템이었다. p. 197-199



오늘날 한국 교회에 의미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한국 교회는 교회 건물의 대형화가 아니라, 

다시금 성경이라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해야 할 때다.


생각해 보면 중세 시대 기독교의 부패 뒤에도 

화려하고 거대한 교회 건축이 자리 잡고 있다.


솔로몬이 지은 이스라엘 성전은 지극히 화려했지만, 

이교도적인 면이 있었고, 결국 여러 차례에 걸쳐 철저하게 파괴된다.


성전의 크기와 화려함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상가 교회의 등장이 한국 기독교의 부흥기와 일치한다는 것은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실리콘 밸리처럼, 살아남기는 힘들지만, 우수한 교회만이 살아남는다.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고, 실패한다면 사라지겠지만 타격이 크지는 않다.


이런 자유로운 이동성이 한국교회가 닮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교회는 너무 무거운 교회 건물에 발이 묶여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기독교인은 기본적으로 유목성이 정체성이다. 

언제든 모든 걸 버리고 예수님 뒤를 쫓을 수 있어야 진정한 제자다.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면 길바닥도, 깊은 산속도 교회가 될 수 있다. 

아니, 신자 한 명 한 명이 하나님의 성전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그걸 잊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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