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방패다 - 당신의 행복을 지키는 힘
최경훈 지음 / 쉴드에듀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정말 좋은 책이다. 다 읽은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초반에는 걸리는 부분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의 생각을 지켜야 한다. 우리 자신의 생각, 자신의 상상력을 지켜나가야 한다. 그 방법이 바로 책 읽기다. 사람들은 책을 읽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고 지켜나갈 수 있다. 책의 내용에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책에서 찾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분별력이 생기고 생각이 지켜진다. 내용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p. 11


 우선 ‘책만 읽으면 된다’는 과격한 주장에 반발심이 들었다. 모든 책은 훌륭한가? 그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고전? 고전은 무조건 좋은 책일까. 어떤 책은 광고와 다를 바 없는, 오히려 더 심한 프로파간다 아니던가. 생각은 어디에나 있다. 책을 고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 읽는 비판적 능력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단순화시키기도 한다)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딱딱한 저자의 어조에 거부감도 들었다. 자주 논리를 들이미는데, 논리가 옳다고 그대로 움직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때때로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게 인간 아닌가. 어린 학생 가르치는 듯한 교조적 어조로 들리기도 한다. 상당히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뒷부분으로 가면서 이런 첫인상은 뒤바뀐다. 처음에는 무의미했던 논리들이 점점 팩트 폭행으로 다가온다. 결국 나는 그 논리를 수긍하고 녹다운 되고 말았다. 저자가 내세우는 방패는 방패이긴 한데 방어무기가 아니다. 방패에 얻어맞은 느낌이다. 분명히 초반만 잘 견뎌낸다면 얻어 갈 게 많은 책이다. 

 

우리는 모두 달린다. 그런데 우리는 어디로 달리고 있는 걸까? 지금 우리 옆에 거북이처럼 보이는 사람들, 즉 내 멋대로 경쟁자로 설정한 그들은 과연 정말 느린 걸까?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달리고 있기에 누구는 빠르고 누구는 느린 걸까? 5,800만 명은 과연 동일한 결승점으로만 달려야 하는 걸까? p. 224


 저자가 말하는 방패는 한국 사회의 획일성을 타파하는 최선의 방편으로서의 독서다. 방패가 아니라 창, 아니 그것보다는 오함마에 가깝다. 때려 부순다는 면에서 말이다. 각 챕터의 주제인 개인의 생각, 개인의 경제, 직장, 교육, 국민 주권, 진실과 인류애까지, 하나하나 조목조목 격파해 나간다. 획일성은 관성 때문에 바뀌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획일성 타파는 곧 관성에 대한 타파다. 

 

지금 관성이 이끄는 삶을 살고 있진 않은가? 삶이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아서 누가 운전대에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그 선택이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방식대로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할 때, 그 일을 선택한 이유가 오로지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이다’밖에 없다면 그것은 관성이 이끄는 삶이다. p. 219

 

 그런 타파는 독자들을 어느 정도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는 어느 정도 사회의 흐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가치관이 개인적 가치관으로 내재된 상태에서 사회를 깨부수는 비판은 개인을 깨부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저자는 초지일관 불친절하게 밀어붙이며 절대 달달한 말로 포장해주지 않는다. 진실을 직시하려면 그것은 불가피하다고 냉정하게 잘라 말한다. 

 

진실을 마주보기가 두려울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고개 돌린다고 진실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삶의 한 자락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진실이다. p. 154

 

 저자가 말하는 ‘좋은 책’의 기능도 거기에 있다. 그리고 자신의 책을 ‘좋은 책’으로 만들려고 작정을 한 듯하다. 

 

작가들은 책의 기능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그냥 살아온 대로만 살아가는 것은 편하다. 그러나 마음이 불편해지면 자신의 상황에 대한 진실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당신 안에 양심과 자유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p. 85

 

 획일성 타파 목적은 오로지 단 하나.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다. 나답게 산다는 것. 그것은 모두 똑같은 길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만의 길을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행복의 첫걸음이다. 사회적인 억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온전히 내가 될 수만 있다면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남을 깎아내릴 필요도 없다. 그 자체로 그 삶은 충만해진다. 

 

1등이 되려다가 2등으로 죽는 것보다, 나 자신이 되려다가 나 자신으로 죽고 싶었다. 하루를 살아도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다 가고 싶었다. 만약 죽기 전에 관에 누워 마지막 한 마디를 전하고 갈 수 있다면 “1등은 역시 힘들구나…”보다 “나는 나로 살아서 행복했다”라고 말하고 싶다. p. 99

 

 그렇게 얻어낸 자유는 도덕적으로 올바른 가치를 향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 인간으로서 제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이다. 나답게 사는 것에 이어 ‘인간답게’ 사는 것을 제시한다. 내가 유일한 존재로서의 본질을 발현해야 하듯이,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본질이 실현됐을 때 가장 아름답고 행복해진다. 

 

사실 거의 모든 사회문제의 이면에는 ‘인간성’이 숨겨져 있다. 그것이 이 세상에 숨어 있는 가장 아름다운 비밀이다. 인간성이란 인간의 본질을 말한다. 인간의 본질은 당신의 느낌을 말한다. 사랑, 공감, 믿음, 신념, 감동, 기쁨 등을 느낄 수 있어야 우리는 비로소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그런 감정을 충실히 느끼며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답게 사는 것이 가장 후회 없는 삶이 되는 것이다. p. 211-212

 

 그리고 그 모든 인간의 문제는 결국은 사랑을 향해야 한다. 사랑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최고의 경지다. 

 

사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사랑으로 설명된다. 증오라는 감정 또한, ‘사랑의 완벽한 부재’로 설명된다. 그 사람이 지독하게 악마적인 것은 곧 그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완벽하게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랑은 인간이 느끼는 것 중에 최고의 감정이다. 사랑은 세상의 모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무의미해 보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열쇠이다. p. 250-251

 

 논리적으로 본질을 파고들어 얻은 결과 치고는 상당히 의외의 결론이다. 팩트로 폭행하다가 막판에 감정에 호소하는 느낌. 그리고 그 목소리는 분명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순진한 생각이라고 폄하할 수는 있을지언정, 틀린 생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혹은 저자의 도덕적, 긍정적, 희망적인 태도에 반발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도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나치게 절망에 익숙해 있다. 한쪽만 바라본다고 나머지 반쪽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희망은 언제나 세상의 반쪽으로 거기 있어왔다. 

 

 내용은 유익한데 반해, 오히려 책과 연결 짓는 논리가 빈약한 편이다. 책 제목을 생각했을 때 치명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책이란 것은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의 알리바이 정도로 전락한다. 책을 통해 배워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도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저자가 말하는 책이라는 것을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일까 싶기도 하다. 

 

사람은 이 세상에 고유한 책이다. 걸어 다니는 한 권의 책이다.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고, 그것은 정말 실체가 있고 실존적인 것이다. 그 단단한 책들이 이 세상에 많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 옆에, 그리고 매일같이 마주하는 일상에 있다. 그 사람을, 그 책을 읽어 보자.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책이었다.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들에게 생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책은 생각이다. 사람을 통해 당신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다만, 분명 세상에는 그다지 유익하지 않은 책도 있을 수 있다. 그 책을 피하는 길보다 반면교사로 삼는 길을 찾자. 그리고 돌아보는 것이다. ‘나는 무슨 책일까?’, ‘나는 어떤 책일까?’, ‘어떤 책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해 보자. p. 163

 

 어쩌면 저자가 말하는 방패로서의 책은, 책 자체가 아니라 책을 흡수한, 좋은 영향을 받은 사람들 개개인을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책으로 이루는 혁명은 지나치게 간접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책이 지성과 논리로 무장된 우리 개개인이라면, 그것만큼 빠르고 직접적인 혁명은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에둘러 가지 않고 지름길을 택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좋은 책임을 알아채고 나니 막판에 가서는 편집이 아쉬웠다. 좋은 내용을 너무 엉성한 편집으로 엮어냈다. 앞서 말했듯이 도입부 부분의 불친절함이나 과격함도 그렇고, 오타나 잘못된 정보도 간간이 눈에 띈다. 중복되는 이야기나 불필요한 이야기도 꽤 됐다. 그런 부분을 걷어냈다면, 그리고 더 예쁘고 눈에 띄는 표지였다면 훨씬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지 않았을까. 내용만으로 승부 짓기에는 출판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책들이 너무 많다. 남 걱정 잘 안 하는 편인데(사실 나 자신이 제일 걱정거리라), 책 내용이 좋다 보니 별 걱정을 다 하게 된다.  


(http://blog.naver.com/bouv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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