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레볼루션 - 시간을 지배하는 압도적 플랫폼
로버트 킨슬.마니 페이반 지음, 신솔잎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유튜브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늘어놓는 책은 아니다.  

유튜브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거시적인 효과들을 조망한다. 

그래서 오히려 유튜버가 되는 자잘한 팁들을 보기 전에 읽는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유튜버의 수익 구조에 대한 챕터 ‘크리에이터의 수익은 어디서 오는가’) 

물론 유튜버에 관심이 없는 나 같은 독자들도 유튜브라는 새로운 ‘현상’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일단 저자가 유튜브의 콘텐츠, 광고, 영업, 마케팅, 크리에이터 운영 전반에 걸친 사업을 책임지는 CBO(Chief Business Officer)라고 한다. 뭔가 대단히 중요한 직책인 것 같다. 어쨌거나 유튜브의 핵심에 있는 사람이 쓴 책이라 공신력이 있는 편이다. 물론 자기 회사(유튜브) 홍보나 감싸는 말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마저도 사업의 일부를 반영하고 있기에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관계자 인터뷰들의 생생함도 업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유튜브를 포함한 스트리밍 산업의 여파와 그 주인공들을 ‘스트림펑크Streampunks’라고 명명하고, 유튜브가 바꿔버린 세계적 산업, 문화, 언론의 변화를 조리 있게 설명하는데, 

처음에 유튜버 개개인에게 맞춰졌던 시점은 점점 넓어져 산업 전반을 거쳐 세대론에 이르고, 미래의 미디어와 다음 세대에 대한 전망으로 끝을 맺는다. 그 과정이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유튜브가 세상을 어떻게 바꿨느냐를 말하는 동시에 유튜브의 등장을 필요로 했던 새로운 세대에 대해 말하고 있는 점이 특히 재미있었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그 새로운 세대는 크게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와 지금의 10대로 나뉜다. (지금의 10대는 마지막에 ‘Z세대’라는 이름으로 따로 다룬다) 결국 현재의 10대, 20대, 30대를 말한다. 

 유튜브와 새로운 세대는 서로를 발전시켰고, 나머지 모든 것들을 변화시켰다. 사실상 유튜브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바로 이 세대다. 

 그들에게 유튜브는 정체성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모두 처음 들었는가? 그렇다면 아마도 주간지 <버라이어티Variety>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많이 놀랄 것 같다.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인가를 물었는데 상위 6위까지가 모두 유튜버였다. 그 뒤를 이어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조니 뎁Johnny Depp, 레어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등의 이름이 올랐다. (…)  

유튜브에서 10대와 밀레니얼 구독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유튜버가 친구나 가족보다 자신을 잘 이해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40퍼센트였다(두 딸을 둔 아버지로서 충분히 공감한다). 그리고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삶 또는 세상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놓았다고 답한 사람은 무려 60퍼센트에 달했다. p. 27

 

 우리는 유튜브가 익숙한 세상에 살고 있고, Z세대나 밀레니얼 세대와도 동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유튜브도 잘 알고 있고, 새로운 세대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상당히 많은 부분을 모르거나 오해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유튜브 세대는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앉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포맷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스마트폰과 유튜브의 등장으로 개인이 동영상을 제작하는데 좋은 환경을 가지게 됐다. 이런 것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 ‘새로운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현실도피가 아니라 진정성’이라는 말은 어떤가. 아니면 다양한 인종의 영상이 고루 인기를 끄는 중에 유독 흑인 영상의 조회수가 낮다는 건 알고 있었는가. 유튜브의 조회수를 좌우하는 것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제가 트리니다드 출신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트리니다드 조회 수가 엄청나게 올라가요. 그저 그 나라 이름을 말한 것만으로요. 호주나 캐나다에서 트래픽 수가 늘어나면 영상에서 일종의 인사말을 건네요. ‘호주의 총리가 무슨무슨 얘기를 했는데’ 이런 식으로요. 그러면 호주의 팬들이 무척 좋아하거든요. 영상에서 아주 짧게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이 커져요.” p. 119

 

“눈치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쓰는 전략이 하나 있어요. 〔영상이 시작되고〕 처음 15초 안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질문을 던지는 거죠. 우린 다 인터넷 세대잖아요. 누구나 어느 정도의 주의력결핍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별로 관심이 없는 영상에 15초 이상 집중하질 않아요. 거기에 5초가량의 광고가 있잖아요? 그러니 15초에서 5초를 제하고 남은 10초 안에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아야 해요.” p. 183

 

 ‘진짜 뉴스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열 번째 챕터에 이르면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먼저 ‘젊은 세대는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잘못된 통념에 대해 일침을 가하더니, 그들은 뉴스를 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주류 미디어의 정보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러 가지 언론과 정부의 거짓말 스캔들을 목격한 새로운 세대는 더 이상 얄팍한 눈속임에 속지 않는다. 이것은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굉장한 박탈감을 경험하며 자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량 살상 무기의 시대였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사태에서 미국 정부의 공모, 그리고 주류 매체에 대한 불만까지 가득한 시대였죠.” 

밀레니얼 세대가 주류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 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p. 242

 

그들은 스스로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재구성한다. 그리고 스스로 판단을 내린다. 

 

“(…) 베이비부머 세대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를 펼치거나 <60분>, <NBC 나이틀리 뉴스NBC Nightly News>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보거든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라고 듣고는 ‘그렇군,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군’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달라요.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그 나라에서 전해지는, 또는 대안 매체에서 게시하는 다양한 블로그를 읽고 영상을 봅니다. 그러면서 ‘아, 실상은 이렇구나’ 하고 생각하죠. 그렇게 자란 세대입니다. 이런 사람들한테 ‘여기 있습니다’하며 무언가를 제시해서는 먹히지 않습니다.” p. 245

 

 주류 미디어의 뉴스에 속지 않으려는 새로운 세대의 태도는 반대로 광고가 노골적인 마케팅 전략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훌륭한 콘텐츠로서 만들어진 광고라면 기꺼이 그것을 광고 이상의 것으로 높이 평가해준다. 

 

“(…) 요즘 젊은 세대는 정말 똑똑합니다. ‘오, 나 스파이크 존즈 좋아하는데. 그 사람 영화를 걸다니, 무슨 뜻인지 알겠어.’ 이렇게 받아들입니다. 마냥 ‘딩동댕동’만 들려주면서 인텔 고유의 무언가에 목숨을 걸 필요가 없습니다.” p. 266

 

 이런 능동적인 시청자는 이전 세대에는 없던 새로운 세대의 특징이다. 이것이 유튜브와 결합되어 모든 걸 새롭게 바꿔버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대론에 빠져서는 안 된다. 밀레니얼 세대도 나이를 먹고, Z세대는 이미 소비력을 갖추고 있다. 곧 그 뒤를 이어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흐름 그 자체다. 확실히 이전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시대로 진입했다. 지금 눈앞의 세대론에 갇혀서 큰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래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제아무리 유명한 유튜버라도 말이다. 

 

“이분들이 살아온 시대도 존중합니다.” 스쿠터가 말했다. “저도 언젠가 그 사람들처럼 될 거예요. 머지않았죠. 그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하니까요. 제가 60~70의 나이가 됐을 때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과학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만큼 40~50대가 되면 벌써 신기술이나 트렌드를 놓치게 될 거예요. 당장 내년이 될지도 모르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람들이 저를 얼빠진 사람이라고 말했던 그 기준과 방법들이 현재는 너무도 당연하게 통용되고 있다는 겁니다.” p. 300

 

 이제 권위 있는 미디어와 스타는 경계가 희미해지고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유튜브라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평등한 매체로 인해 누구나 CNN이 될 수 있고, MTV가 될 수 있고, 마이클 잭슨이 될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한 일화들은 정말 극적이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될 것이다. 

 

“유튜브의 규모와 더해져 우리는 차세대 CNN으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차세대 CNN보다 열 배는 더 대단해질 겁니다.” p. 256

 

유튜브는 차세대 HBO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차세대 MTV 자리를 노리는 것도 아니며, 차세대 타임워너라는 이름도 원치 않는다. 유튜브의 미래는 세상에 아직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그 무엇이다. p. 344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유튜브 레볼루션, 유튜브 ‘혁명’이다.  

변화의 흐름을 선도할 수는 없더라도, 당장 떼돈을 버는 유튜버는 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변하고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이해하기 위해서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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