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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차는 너의 목소리
아베 가즈시게 지음, 홍미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스포 있습니다★★
아베 가즈시게의 휴대전화 연재소설.
책 표지를 보고 연애 소설이나 라이트 노벨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그의 다른 장편 소설들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어느 한 공원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액자식 구조)
음유시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고등학생 ‘시오리‘는 지독한 음치라서 노래만 부르면 미움을 받는다. 여동생인 ‘노조미‘는 끊임없이 시오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스즈키‘라는 남자친구를 사귀기도 하지만, 노조미의 방해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인이 된 시오리는 도쿄로 상경하여 전문대학에서 작사를 배우지만, 어디에도 어울리지 못한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문자 친구 Z와 마누엘과 소통하며 지내다가, 마누엘이 속해있는 밴드와 알게 되고 이들의 매니저가 된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에서도 물주 노릇을 하며 돈이 부족하여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의 사업이 망한다.) 밴드와 연을 끊기로 결심한 시점, 마누엘이 시오리의 집에 찾아와 슈트케이스형 핵폭탄을 두고 간다.
초반부에는 글이 통통 튄다고 느꼈다. 특히 노조미가 언니인 시오리에게 훈계하듯 말하는 부분에서 그랬다.
하지만 노조미의 미친 언행을 보면서 기대가 조각났다. 작가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북한 언행을 하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 책에서는 노조미였다. 상식 밖의 행동으로 시오리의 심리를 압박하고 지배한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시오리의 팔을 그어버리는 행동과 성관계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하는 행동...;;)
주인공이자 화자인 시오리는 ‘착한 아이 증후군‘에 걸린 미련하고 불쌍한 인간이다. 나의 행동과 말에 남의 기분이 상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생각도 많고 행동도 조심스럽다. (그나마 시오리의 내면과 상황을 처지지 않게 서술하여, 읽는데 힘들지는 않았다.)
동생 노조미부터 시작해, 양다리를 걸친 남자친구 스즈키, 대학에서의 부적응, 매니저라는 명목으로 밴드원들에게 돈을 대주는 모습, 기운 가세에 돈을 직접 벌어야 하는 상황 등을 보면, 시오리의 인생은 하나같이 불행해 보인다. 더군다나 펫 숍의 잉꼬들에게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대화를 하는데, 이 잉꼬들의 죽음에 죄책감도 가진다.
동생에게 그렇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서도, 독립한 후에도 끊임없이 동생을 떠올리는데 답답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슈트케이스형 핵폭탄의 등장부터 이야기의 방향이 좀 바뀌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결말 부분에서 시오리의 불행한 인생만 끝내버리는 상황은 딱히 감동적이지도 극적이지도 않다. 소형 핵폭탄 폭발에서 스스로만을 희생하며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지키는, 급 만들어지는 언성 히어로의 일생을 Z의 입으로 전해주면서, 뭘 보여주고 싶은 걸까?
시오리의 이야기가 액자식 구조로 되어있어서 그나마 ‘그렇군..‘하며 읽었다.
‘일생이 불행한 시오리였지만, 그녀가 자신의 희생을 선택했기에(‘나‘의 책임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재앙을 피할 수 있었어. 그랬더랬지..‘라고 말하는 Z가 없었다면, 소설의 완성도가 떨어졌을 것 같다.
시오리와 동생, 음유시인, 잉꼬, 노래와 울음과 같은 관계성도 생각해 볼 만하다.
무생물인 슈트케이스를 ‘슈트 군‘이라고 부르며 대화를 하는 장면은 참신했다.
잉꼬들이 모두 죽었음에 슬퍼하는 시오리의 모습은, 나도 가슴이 아팠다.
딱히 위로가 되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았다.
가독성은 좋았지만, 휴대폰 연재소설로 평이 괜찮았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