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래그먼트 - 5억년을 기다려온 생물학적 재앙!
워렌 페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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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포 있습니다★★

세계적인 방송 ‘시 라이프‘의 트라이던트 호는 바다를 항해하던 중, 조난 신호를 감지하고 헨더스 섬으로 향한다. 폭 3.2km 정도의 작은 섬에 상륙한 일부 인원들은 미지의 괴생명체들에 의해 순식간에 잡아먹힌다. 문제는 이 장면이 생방송으로 송출되고 있었다는 것!
미국 정부는 군사력을 동원하는 한편, 과학자들을 파견하여 이 섬의 생태를 조사한다.

먼저 3년 동안 헨더스 섬을 창조한 ‘워렌 페이‘의 아이디어와 노력에 엄지를 치켜들겠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후계자‘라는 칭호에 걸맞다고 생각한다. 공룡을 소재로 소설을 쓴 마이클 크라이튼보다, 완전히 새로운 동식물들을 창조한 워렌 페이가 어떤 측면에서는 좀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보통 외래종이 토착종을 파괴하지만, 무지막지하게 강력한 동물들의 헨더스 섬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끊임없이 먹고 먹히는 동물들은 엄청난 속도의 번식과 진화를 통해, 지구의 다른 동물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함을 보여준다.
동물들에 대한 묘사는 감탄할 만큼 참신하고 무시무시하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을 파괴할 정도인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개인적으로는 원반 개미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 (초반에만 활약하여 좀 아쉽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의 나무위키의 링크를 보면 되니 생략하겠다.
https://namu.wiki/w/%ED%97%A8%EB%8D%94%EC%8A%A4%20%EC%84%AC

다만 이렇게 훌륭한 재료로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다소 아쉽다.
먼저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新 생명체들의 활약이 부족해 보인다. 꾸준히 등장은 하지만 임팩트가 부족하달까..
카메라맨 ‘제로‘가 미친 듯이 달려서 따라오는 동물들을 기적적으로 따돌리는 장면과 온갖 동물들이 스태트랩(연구실)을 파괴하는 장면과 같은 장면들이 더 많았더라면, 더 완성도 있는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헨더스 섬의 생명체들에 대한 그림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또 생방송으로 사람들이 죽는 장면이 TV를 통해 나갔으니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지만, 미국의 함정들이 섬을 둘러싼 이후부터 이야기의 흐름이 제한적으로 흘러간다. 결국 마지막에 정치적, 안전상의 이유로 헨더스 섬에 핵폭탄을 떨어뜨리는 결말은 무난하다면 무난하지만, ‘굳이? 결말을 이렇게 날려 써?‘라는 의문이 남는다.

6년 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뭐가 그렇게 좋았던 걸까?
매력적인 ‘헨더‘의 등장에 잠을 미루면서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지적인 생명체 헨드로는 분명히 매력적이지만, 분량이 적은 것과 이때까지의 이야기의 흐름과 약간 어긋나는 것과 헨더의 삽화가 없는 것은 아쉽다.

그래도 생물학적 아이디어를 탄탄히 세워 만든 헨더스 섬과 인간들의 조우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기발하며 재미있다.
2013년에 출간된 후속작 <판데모니움>은 언제쯤 번역이 될까? 헨드로들을 좀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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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체험 (을유세계문학전집 리커버 에디션 한정판) 을유세계문학전집 2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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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습니다★★

아프리카로의 여행을 꿈꿔오며 자유를 갈망하는 영어 학원 강사 버드(27)에게 아내의 출산이 임박한다. 출산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간 버드는 아기가 뇌헤르니아라는 의사의 소견을 듣는다. 아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뇌에 빠진 버드는 여자 친구 히미코를 만나기도 하고 끊었던 음주를 하기도 한다. 히미코와의 끝없는 성교를 통해 두려움을 외면하며 히미코에게 의지한다.
그러던 중 버드는 대학병원에 보내진 아기에 대한 전화를 받게 된다. 과연 버드는 식물적인 존재 같은 아기를 어떻게 할까.

주인공 버드는 불량소년 출신답게 무책임하다. 출산 전부터 아내와 아이를 본인의 꿈인 아프리카 여행에 대한 장애물로 여긴다.
(14p) 그리고 일단 아내가 출산하고 내가 가족이라는 감옥에 갇히게 된다면- 사실 결혼 후, 나는 그 감옥 안에 있는 것이지만 아직 감옥의 뚜껑이 열려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태어날 아이가 그 뚜껑을 꽝 하고 내리덮어 버릴 것이다-나는 이제 아프리카를 혼자서 여행한다는 건 완전히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을 이야기할 것이다.
이런 마음 상태의 버드에게 아이가 뇌헤르니아라는 의사의 소견은 충격적인 사실임과 동시에, 아기를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된다. (아이의 쇠약사를 바라는 버드의 의도에 따라, 대학병원에서는 희석한 분유와 분유 대신 설탕물을 아기에게 먹인다.)
물론 버드는 이러한 본인의 생각과 행동에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끼며 힘들어하지만, 아기의 생명을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끝내주기를 바란다. 처음에는 이러한 버드의 마음가짐을 이해해 보려고 했지만, 아기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가 등장하면서부터는 innocent한 아기를 어떻게든 법적으로 문제없이 떠넘기려고 하는 버드와 히미코의 언행에서 역겨움을 느꼈다.
또한 막 출산한 아내는 내팽개쳐두고(아내가 어떻든 간에), ‘여자 친구‘라는 히미코와 놀아나는 모습은 쓰레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여자 친구라길래 그저 여자인 친구인 줄 알았는데..;;)

조력자 역할을 하는 히미코는 남편의 자살 이후, 여러 남자들과 관계를 가지며 살아오다가 힘들어하는 버드의 의지처가 되어준다. 성교를 통해 버드의 공포를 줄여주며, 아기 사망과 아내와의 이혼 후에 버드와 아프리카 여행의 꿈을 함께 하기로 한다.

이야기의 말미에 버드가 변화하긴 한다. 아기의 죽음을 바라던 버드가 아기와 직접 대면한 이후, 부지불식간에 아기를 걱정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 자동차, 지붕을 덮을 수 있어? 안 그러면 아기가 젖어 버릴 텐데˝ 하고 버드는 우울한 백치처럼 말했다.
히미코가 아는 어떤 병원의 의사에게 아기를 맡기고 나서, 술집에서 위스키를 마시다가 버드는 문득 아기를 되찾아 책임지기로 선언한다. 그리고 버드의 행동은 성공하여 이야기의 반전을 만든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이야기의 반전이 나에게는 당혹스러웠다. 시종일관 어둡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유지하던 이야기가 갑자기 밝아진다. 사실 아이는 뇌헤르니아가 아니라 단순한 육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변화하고 성장한 버드는 장인 장모와 아내와 해피엔딩!
˝저는 녀석들을 알고 있는데 웬일인지 그들은 저에게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군요˝ 하고 버드가 말했다.
˝자넨 요 몇 주 동안에 완전히 변해 버린 듯한 느낌이니, 그 때문이겠지.˝
˝그럴까요?˝
˝자넨 변해 버렸어˝ 하고 교수가 약간은 애석하다는 느낌도 담긴 따스한 육친의 음성으로 말했다. ˝자네에겐 이제 버드라는 어린애 같은 별명은 어울리지 않아.˝

물론 버드가 내면의 갈등과 고뇌를 극복하고 성장한다는 이야기의 의도는 알겠지만, ˝짜잔! 몰래카메라!˝도 아니고... 너무 갑작스러웠다. 요람에 싸인 아기를 직접 안고 나서의 버드의 변화하는 내면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면 개연성 측면에서 이 정도로 갑작스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버드의 내면을 세세하게 비유하고 묘사하는 작가의 글솜씨는 꽤나 괜찮아서 글 읽는 재미를 느끼며 버드에게 몰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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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딴지 미스터리 사전
유상현 지음, 신동민 그림 / 해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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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미스터리, 괴생명체, 초현상, 살인마, 외계인 등을 재밌는 그림과 함께 볼 수 있다.
다만 내용의 깊이는 얕으며, 이미 거짓으로 판명 난 것도 다수 섞여있어 신빙성은 없다. 재미로~ 가볍게~ 보는 책이다. (오히려 나무위키나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는 것이 더 최신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좀 더 재밌게 읽는 팁을 주자면, 정말 이 내용들이 사실이라고 전제하며 읽는 것이다. 그러면 미스터리한 기분을 좀 더 느낄 수 있다.

상상력 자극에 갑이다! 이런저런 짧은 이야기들을 읽으며 정말 다양한 공상을 했다.
특히 마음에 들거나 생각을 많이 했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고골의 유령 열차. 열차 특유의 웅장함과 유령의 으시시함이 만나면 굉장히 매력적이다.
- 에디슨의 유령 탐지기. 천재 에디슨의 오컬트에 대한 관심! 명확한 실제 증거는 없지만...
- 건널목에서 사람들을 살려주는 꼬마 유령들. 차 뒷유리에 어린아이의 손자국!
- 신체 일부를 바꾸는 생체 실험.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그로테스크하다.
-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천국의 존재를 알게 되면 두려움이 사라질까?

시기를 타고난 건지 생각보다 인기가 많았는지, 초판 11쇄까지 인쇄가 되었다. 잘 팔렸나 보다.
미스터리에 관심이 있던 어릴 때 산 책을 드디어 올 초부터 틈틈이 읽어 완독했다.
어릴 때는 이 책을 무서워하기도 했다. 특히 살인마 파트! 뭐..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책 속 그림들은 책만의 보너스라고 할 수 있는데, 얼탱이가 없어서 웃음이 난다. ㅋㅋㅋㅋ
지금 감성과는 다른 유머를 섞은 그림이 이 책만의 특별함이다.
유머러스한 그림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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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책방 2 - 그녀, 사랑을 추억하다
마쓰히사 아쓰시 지음, 조양욱 옮김 / 예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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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책방 1권과 같은 배경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1권을 읽은 후에 2권을 읽기를 추천합니다.

★★스포 있습니다★★

결혼 사기꾼 시노하라 이즈미(29)는 혼전 여행을 가기 직전 공항에서, 알로하셔츠를 입은 어느 영감(야마키) 때문에 이번에도 결혼 사기에 실패하게 된다. 그 직후 이즈미는 하이잭의 인질이 되려다 그만 칼에 찔리고 정신을 잃는다.
눈을 뜬 이즈미에게 야마키는 제안을 한다. 철거 작업을 거부하는 가정의 가사도우미를 하며 철거 허가서에 사인을 받아오는 대신 거액의 보수금을 약속한다. 이즈미는 집 주인인 성격 나쁘고 비꼬기 좋아하는 노인 ‘조 이치로‘와 말 없고 냉랭한 ‘사사키 유우지‘의 태도에 의외로 정을 느끼며 집안일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즈미는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증발의 비밀을 알게 된다.

이즈미의 아버지에 대한 반전은 좋았다.
이상하게 헛다리를 짚고 있었는데, 기분 좋게 빗나갔다. (조를 이즈미의 아버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하지만 기존의 설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반전에 대해 마냥 아름답게 포장하려는 글은 좀 별로였다. (일본 청춘 만화 특유의 느낌이... 이해할 수는 있는데, 좀 억지스럽다.)
캐릭터와 그들의 사연과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마지막 반전 한 방이 그나마 이야기를 살렸다.

단편 소설 같은 장편 소설이다. 가볍게 힐링하면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탄탄하다고 느껴지진 않아 아쉽다. (소설의 길이를 생각하면 이해는 되지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별다른 설명 없이 교차 서술하는데, 그냥 그랬다.

확실히 1권이 낫다. 끝맛이나 설득력 측면에서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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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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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의미를 의도하고 책 제목을 지은 거 맞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 1969년이네요.

★★스포 있습니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작가의 분신인 사세보 북고 3학년(17) 겐(야자키 겐스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겐은 똑똑하고 리더십 있지만, 재미를 만끽하며 제멋대로 사는 사교성 좋은 캐릭터이다.
1969년, 겐은 신문부 친구 이와세와 페스티벌을 기획하며 잘생기고 똑똑한 야다마(야마다 다다시)를 끌어들인다. 영화에 영어 연극부의 천사 마쓰이 가즈코를 출연시키기 위해 고민하던 중, 겐은 가즈코가 사회 현상(베트남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고,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바사라단>을 창설하여 ‘바리케이드 봉쇄‘를 실행한다. 종업식 전날 밤에 학교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페인트로 학교에 낙서를 한다. 하지만 꼬리가 밟혀 겐과 아다마는 무기 자택 근신하게 된다. 119일의 근신을 마치고 2학기 중에 등교를 재개하고, <이야야>를 중심으로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결국 실행에 성공한다.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좋게 말하면 솔직하고 유쾌한 문체로, 나쁘게 말하면 외설적인 문체로, 여자를 밝히고 재미를 추구하는 겐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풀어간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사실은...‘이라는 식의 글이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웃음이 난다.
그중 압권은 바리케이드 봉쇄 때, 2학년 나카무라가 교장실 책상에서 똥을 싸는 장면이다. 어이가 없으면서 너털웃음이 났다.
˝항문에서 뿌, 뿌, 소리가 납니다˝

히피 문화와 반항정신이 지배하고 있던 일본의 1969년의 시대적 상황과 유행을 잘 알고 있다면, 좀 더 제대로 소설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잘 몰라도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장애는 없다!)
거의 대부분의 장章의 소제목이 고유명사임을 고려하면 그렇다. (예외 :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의 끝부분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브라이언 존스의 쳄발로 소리가 왜?! 겐의 가치관과는 맞지 않다는 걸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청춘 소설이다. 청춘 드라마를 보는 느낌도 든다.
무겁고 진지하게 고심하기보다 가볍게 재미를 추구하며 사는 겐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
(나에게 결여되어 있는) 겐의 삶에 대한 유쾌한 태도와 왕성한 활동력을 보며 부럽다는 기분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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