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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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도파민 세상에서도 ‘중도中道‘와 ‘과유불급過猶不及‘은 통한다!
(유익-중하, 난도-중)

원제 ‘Dopamine Nation: Finding Balance in the Age of Indulgence‘를 직역했다.
도파민 나라. 실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도파민으로 가득 차있다.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중독의학 교수 ‘Anna Lembke‘가 다양한 사례와 실험 등을 들어가면서 도파민 세상의 기본적인 구조와 균형을 잡는 방법을 제시한다.
2024년 실천 위주의 후속작 『도파민 디톡스』를 출간하기도 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중독과 도파민, 쾌락과 고통의 저울, 항상성 등 기본적인 구조와 상관관계를 탐구하고 분석한다.
2부에서는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3부에서는 건전하고 건강한 쾌락을 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3가지를 제시한다.

(?) 1부와 2부는 잘 이어지지만, 3부는 조금 동떨어진다고 느꼈다.
1부에서는 상황과 문제를 분석하고, 2부에서는 이에 대응하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3부에서는 ①역설적으로 고통을 추구하면 쾌락이 따라온다고, ②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행동하라고, ③친사회적 수치심은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책을 다 읽을 때까지 3부는 저자의 개인적인 팁 같다는 인상을 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리뷰를 쓰기 전, 목차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 각 부를 한국어로 의역하면서, 원래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 1부. 쾌락과 고통의 이중주
- 2부. 중독과 구속의 딜레마
- 3부. 탐닉의 시대에서 균형 찾기

원문을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
- 1부. 쾌락 추구 (The Pursuit of Pleasure)
- 2부. 자기 구속 (Self - Binding)
- 3부. 고통 추구 (The Pursuit of Pain)

이 얼마나 간단명료한 수미상관 기법의 네이밍인가!
책의 핵심 내용인 항상성, 쾌락과 고통의 저울을 직관적으로 담은 제목이다.
쾌락에 무게를 실으면 고통이 뒤따라오고, 고통에 무게를 실으면 쾌락이 뒤따라온다는, 즉 반대급부가 이어진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모두 너무나 비참한 이유는, 비참함을 피하려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64p.)
3부의 내용은 결코 책의 흐름에서 동떨어진 것이 아닌, 오히려 책의 핵심을 찌르는 파트인 것이다.

(고통 추구) 저자는 3부에서 찬물 샤워와 운동 등 적당한 고통에 뒤따라오는, 자기 파괴적인 쾌락 대신 지속적이고 건강한 쾌락을 추구하라고 권한다.
새롭고 신기한 내용이다.
마치 균형을 맞추고 싶어하는 저울이나 시소처럼 한쪽으로 기울면, 반대쪽으로도 그만큼 기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쾌락이 아닌 고통을 추구하라고 말한다.
(받아들이기는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운동은 고통스럽다.)

(적용) 1부와 2부는 나의 상황을 대입해 보면서 읽기에 적절했다.
해로운 쇼츠에 중독된 것 같아서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하고(물리적)
시험까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상기하면서 미디어를 멀리하고(시간적)
애초에 자극적인 주제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 유튜브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등(범주적)
내가 나름대로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노력 중이라는 걸 인지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총평) 구체적이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아서,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그래도 현실감 생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책에서 제시하는 8단계(DOPAMINE)에 맞춰 자신의 상황을 진단하고,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으며, 나처럼 과거에 자신이 중독 탈출을 위해 노력했던 경험을 떠올려볼 수도 있다.
도파민 가득한 이 세상에서, 쾌락만을 추구하면서 오히려 고통을 얻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깨달음을 주기에는 충분한 지침서다.

여러분도 주어진 삶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피하려고 하는 대상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 방향을 바꾸어 그것을 마주하길 바란다. (2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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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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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총평 :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에 관심이 있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당신은 미끼를 확 물어분 것이여...
(재미-중, 국뽕-중하)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공산품 스타일의 소설을 찍어내는 공장형 작가, 한국의 댄 브라운 ‘김진명‘의 2017년 작품.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을 소재로 쓴 작품이다.
2022년에 개정판이 나왔는데, 구판과 별 차이는 없어 보인다.
매년 신작을 발표하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카지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고구려』 등이 있다.

(줄거리) 1983년 9월 1일, KAL 007 피격 사건으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다.
주인공 지민은 어릴 적 미국인에게 입양된 여동생 지현의 귀국을 기다리는데, 마침 지현이 탑승한 기체가 KAL 007기다.
지현과의 만남만을 기다려왔던 지민은 여동생의 복수를 대신하기로 결심한다.
복수를 위해 미국, 남미, 유럽을 거쳐 러시아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그려낸다.

(훌륭한 초반부) 항로를 이탈한 KAL 007기를 중심으로 미국과 소련의 대응을 보여주는 긴박한 초반부는 스릴이 넘친다.
이상을 감지한 미국 포스트 굿윌과 일을 키우지 않으려고 하는 상부의 갈등, KAL 007기가 민항기임을 눈치챈 러시아 조종사 오시포비치의 내적 갈등 묘사는 마치 영화 도입부 같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이후 ‘지민‘이라는 한 개인의 서사로 이야기가 좁혀진다.
민항기 격추 사건은 지민의 모티베이션이 될 뿐, 이야기의 후반부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
세계를 무대로 하는 지민은 ‘문‘을 만나게 되는데... 이게 이 소설의 핵심이다.

(문선명과 국뽕) 작중 ‘문선명‘은 ‘문‘으로, ‘한학자‘는 ‘한 여사‘로 표기되며, 실명이 언급되지는 않는다.
‘문‘은 합동결혼식으로도 유명한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창시자가 맞다.
지민은 미국 댄버리 교도소에서 ‘문‘을 만나게 되는데, ‘문‘을 이 소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내는 서브 주인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은 막강한 경제력과 권력을 가진 인격자로 묘사된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공산주의 체제 붕괴를 꾸준히 주장하는데,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지민의 복수를 향한 여정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훗날 소련에서 서기장 고르바초프를 직접 만나서 그로부터 공산주의 해체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서기장님! 하느님 믿어야 합니다!˝
˝서기장님, 공산주의가 나타난 이후 전쟁을 빼고도 일억 이상의 인구가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오시포비치는 죄 없는 민항기를 격추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소련에서는 누구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이 제도 공산주의 때문이지요. 서기장님, 지금 바로 공산주의 종언을 선언할 생각은 없습니까?˝
이야기 후반부에서는 문 일행이 북한을 방문하는데, 이에 대한 묘사도 엄청나다. (사진으로 대체)

(사실) 마치 냉전의 종식, 공산주의 체제 붕괴에 문이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처럼 묘사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문선명이 반공주의자가 맞고, 고르바초프를 직접 만난 것도 맞지만, 소설 속 이야기처럼 저돌적으로 굴지도 않았거니와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체제 붕괴에 큰 영향을 끼친 것도 아니다.
북한에서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주체사상을 비판한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또한 고르바초프가 KAL 007기 격추 사건에 대해 사과를 했다는 글 역시 픽션이다.
당시 약소국이었던 한국의 한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대체 역사적 요소로 보는 게 적당하겠다.

(특징) 『카지노』, 『천년의 금서』에 이어 3번째로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읽었는데, 공통적인 특징이 몇 있다.
먼저 전개가 굉장히 빠르다. 개개인의 내면 갈등을 깊게 파고 들지 않을뿐더러, 필요하다면 과감히 몇 년을 건너뛰기도 한다. (해당 이야기에서는 지민이 공부를 하는 몇 년간의 시간을 건너뛴다.)
그만큼 지루한 구석이 없다는 건 장점이기도 하다.
무대 역시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한다.
그리고 빼놓으면 아쉬운 그의 결정적인 아이덴티티. 바로 국뽕이다.
『카지노』에는 이례적으로 국뽕 요소가 없지만, 대다수의 작품에서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민족주의를 넘어서, 사실로 판명되지 않은 가설과 소문을 사실인 것 마냥 소재로 써먹기도 한다.

(아쉬움과 총평) 아쉬운 점은 명확하다.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밝혀진 진실은 허무하기 짝이 없다.
해당 사건을 더 깊게 파고들면서 어떤 가설을 제시했다면 보다 풍성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주인공 지민은 ‘문‘을 위한 캐릭터였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종반부에는 ‘문‘에 무게가 실린다.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문‘을 띄워주는 묘사는 마치 통일교 광고 같기도 했다.
정말 흡인력 있는 초반부와 다르게, 이후로 줄곧 개인의 서사에 집중되는 이야기는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죽 읽어가기에 지루함과 막힘이 없고 예상치 못한 반전도 있으니, 스피디하게 무언가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은 어떨까...?
막상 추천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졸작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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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파편
이토 준지 지음, 고현진 옮김 / 시공사(만화)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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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총평 : 「느린 이별」은 이토 준지 올타임 베스트에 들어갈 작품.
(재미-상, 역겨움-중하)

공포 괴기 만화의 대가 ‘이토 준지‘의 단편집.
2006년 단편집 『신 어둠의 목소리 궤담』 이후 8년 만의 공포 만화 단편집이다.
총 8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표지에 각각의 이야기에 대한 단서로 가득하다.

(추천) 전반적으로 만화의 퀄리티가 훌륭하다.
이야기 구성도, 아이디어와 소재도, 그림체도 훌륭하다.
여자 캐릭터는 여느 때처럼 예쁘게 잘 그린다.
이토 준지 만화의 정체성을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동시에 아름다운 여성도 잘 그려낸다는 사실은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이번 단편집에서는 다양한 스타일의 여성을 그리는데, 모두 개성 있으면서 매력적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추천할 만한 작품을 꼽아보자면 이렇다.

(붉은 터틀넥) 명화 ‘뭉크의 절규‘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토미오·붉은 터틀넥」은 매운맛이다.
주인공 토미오는 왜 머리를 저렇게 붙잡고 있는 걸까? 왜 하필 터틀넥일까? 그리고 그 터틀넥은 왜 붉은 걸까?
정말 단순하게 생각해도 추론할 수 있다. (목 부분이 시뻘게!)
어쩌면 단순한 설정일 수도 있지만, 긴장감과 아슬아슬함을 유발하는 경악스러운 묘사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다만 이야기 막판에서의 추가 설정에서 다소 무리한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 만화가 주는 강렬한 임팩트는 단편집 중 최고다.

(느린 이별) 공포 만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작품성은 뛰어난 「느린 이별」은 단연코 이번 작품의 최고작은 물론이고, 이토 준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도 절대 꿀리지 않는다.
느린 이별. 이별이 느리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 걸까?
누가 죽더라도, 사람들의 강렬한 염원을 담아서 그 사람의 잔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정이다.
죽은 사람의 잔상과 함께 생활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진지하게 가정해 보게 된다.
슬프면서도 여운이 남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명작이다.

이외에도 건물과 사랑에 빠진 여자의 「목조 괴담」, 미래와 현재를 잇는 「검은 새」 등 괜찮은 작품들이 있다.
마지막 단편 2개는 조금 아쉬웠지만, 전반적으로 완성도 높은 호러 만화집임에는 틀림없다.
여담이지만, 이토 준지의 다른 만화에 비해 여성의 가슴이 더 자주 드러난다는 특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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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도 사실은 롱다리다! - 오른팔이 부러져서 왼손으로 쓰고 그린 과학 에세이
이지유 글.그림 / 웃는돌고래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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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왼손으로 그린 동물 그림 + 흥미가 동하는 동물 지식 = 건강한 감자칩 같은 맛
(재미-중상, 난도-하)

서울대학교에서 지구과학교육과 천문학을 공부하고, 30대부터 꾸준히 과학 글을 쓰고 있는, 2017년 기준 50대 아주머니가 쓴 짧은 과학 에세이.
지금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과학 서적을 번역하고 집필하면서 왕성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부제 ‘오른팔이 부러져서 왼손으로 쓰고 그린 과학 에세이‘.
작가가 서툰 왼손으로 동물 그림을 그리고, 해당 동물에 대한 흥미롭고 재미난 설명을 덧붙인다.
왜 왼손으로 그리냐고? 스키를 타다가 오른손 손목이 부러졌다고 한다.
글 중간중간에 다친 오른손의 골절 극복기도 짤막짤막하게 보여준다.

왼쪽 페이지에는 왼손으로 직접 그린 동물 그림.
그림은 오른손으로 그렸다고 해도 될 정도로 능숙하지만, 글씨는 어린아이가 정성을 들여 꾹꾹 눌러쓴 듯하다. (어른 글씨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림과 손글씨 둘 다 귀여운 건 매한가지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작은 글씨로 된 동물에 대한 토막 지식.
일반상식이 아닌, 정말로 잘 모르고 있었지만, 실로 흥미로운 동물 지식을 전해준다.
틈틈이 인간 중심의 지구사회를 비판하기도 한다.
코끼리는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초저주파로 대화한다.
몸집이 커서 뛸 수 없는 티라노사우루스는 걷기만 해도 시속 30km/h다.
나무늘보는 근육량이 너무 적어서 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
개미핥기의 뼈 뿌리는 가슴 부분에 있다.
희귀 파충류 투아타라의 수명은 100살 이상이다.
이런 단편 지식만 봐도 흥미롭지 않은가!

부담 없이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으로, 빌려보는 걸 권한다.
독서 여정을 떠나는 독자들에게, 잠깐 쉬었다 갈 수 있는 그늘 아래 벤치 같은 책이다.
본인의 몫만을 깔끔하게 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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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생활자 시점 - 일상에서 사람을 만나고 삶을 배운 순간들
양윤희 지음, 양윤선 그림 / 미다스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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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평범, 무난, 밋밋, 흔함‘ 네 바퀴로 굴러가는 버스에서 찾은 삶의 교훈은... 음...
(재미-중하, 난도-하)

자녀가 둘 있는, 40대 중반의 현직 초등학교 교사의 짧은 에세이.
2022년 『상처 하나, 문장 하나』와 2023년 『그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의 공동 저자로 이름을 남겼다.

(내용)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겪은 경험과 떠오르는 기억을 말해준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더불어 짤막한 교훈과 감상도 남긴다.
특별하다고 할 내용은 거의 없는,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부제 ‘일상에서 사람을 만나고 삶을 배운 순간들‘에 충실한 내용이다.

(밋밋) 내용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감상이 들기도 했다.
이 정도의 교훈과 깨달음은 누구나 쓸 수 있지 않을까?
‘지극히 사소한 일상‘ 이야기는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전달하는 메시지도 지극히 평범하다.
번뜩이는 깨달음이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반성은 없다고 해도, 책을 덮은 지금 특별히 떠오르는 이야기가 하나 말곤 없다.

(시위) 출근 시간 장애인 시위와 관련된 「우리들의 절망은 우리만 알아요」가 그나마 기억에 남는다.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공분을 사는 장애인 시위라지만, 누구라도 하루아침에 시위에 참여하는 그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생각하면, 쉽사리 예단할 수 없다.
ㅡ 아침에 헐레벌떡 출근하는 날, 장애인 시위 때문에 지각하게 된다면
ㅡ 정말 위급한 상황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장애인 시위 때문에 생명의 타이밍을 놓친다면
소시민으로서의 나에게는,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

(총평) 책 제목만 보고, 나처럼 버스 운전기사가 쓴 에세이로 착각한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 기대를 안고 책을 집어 들었다면, 다른 책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공개하려고 쓴 일기 같은, 솔직하고 매콤한 속내 하나 없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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