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쁜 일 오늘의 젊은 작가 37
김보현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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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가독성은 좋은데, 다 읽고 나서 남는 게 딱히 없다.

동생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읽은 소설. 그래서 다른 책들을 읽던 와중에 이 책을 먼저 읽어봤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얽히고설키는, 추리/미스터리 요소가 소량 섞인 스릴러 소설이다. (등장인물들이 많아서 다소 헷갈릴 수 있다.) 이야기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어둡다. 어린 아들을 잃은 후 자살 시도에도 실패하고 겨우 살아있는 ‘이정희‘가 의문을 남긴 채 죽어버린 남편 ‘김성훈‘을 추적하는 스토리 구성이다.

동생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이 소설은 그저 그랬다.
가독성은 훌륭하지만, 감탄할 정도로 문장력이 뛰어나지는 않다. 무난하다.
읽고 나서 남는 게 딱히 없다. 마음이 가는 캐릭터도, 기억에 남는 구절도, 와닿는 메시지나 사건도.
소설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에서 딱히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왜‘라는 의문사에 초점을 맞추며, 등장인물들의 행동의 동기에 초점을 맞추며 읽어서 그랬다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아래에는 스포 있습니다★★

책 제목은 왜 ‘가장 나쁜 일‘일까?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이정희의 남편 김성훈과 표철식의 아내 성록혜가 죽었다는 사실이 가장 나쁜 일이 아닐까? 그 이후에 여차 저차한 진실들은 그들의 마음을 녹여주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해주는 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가장 나쁜 놈‘은 김성훈의 쌍둥이 여동생(실제로는 이복 여동생) 이지애의 남편 김영호(찰리 킴)이다. 소설의 중반부부터 그의 악한 내면이 직접적으로 서술된다. 사이코패스 찰리 킴이 흑막의 주인이다!
그가 갑자기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정리하려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 돈과 쾌락이 살인의 동기였던 것과는 다르게, 이제는 임신한 아내에게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기 전에,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한 주변 인물들을 정리하기 위함인 것이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왜 표철식을 그냥 내버려 두냐는 거다. 본인이 직접 자백했고 확실한 증언까지 있는데, 왜 김성훈 살인 미수를 그냥 내버려 두는 거지? 왜 자유로운데, 도대체 왜!

‘가장 불쌍한 놈‘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독서하고 내일 엄마 아빠와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자취방으로 향할 나...는 농담이고, 찰리 킴의 아내 이지애다. 사랑하는 아내에게는 선하고 다정했던 김영호의 실체가 까발려지고, 그 역시 죽어버리면서, 출산을 2주 앞둔 이지애만 불쌍해졌다. 태어날 새 생명에게도 아버지의 꼬리표가 따라붙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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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신어 2 만화중국고전 30
채지충 지음 / 대현출판사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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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생각 없이 가볍게 읽기에 나쁘지 않은 중국의 옛이야기

채지충의 세설신어 2권.
내용은 1권보다 가볍다. 특별한 내용이랄 것은 없다. 고대 중국의 인물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나열한다. 술에 대한 내용이 많다는 것이 1권과의 차이점이랄까.

채지충의 그림체는 진짜 맛깔난다. 그 특유의 그림체와 중국의 옛이야기들이 잘 어울린다.
(그의 그림을 따라 그리며, 내 그림체에도 적용하고 싶다.)

장례식장에서 나귀 웃음소리를 내는 에피소드와 ‘돌돌괴사‘라는 사자성어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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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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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오버스럽고 작위적이기도 하지만, 단점을 커버할 만큼 재밌게 잘 읽히는 사변 소설.

테드 창의 SF 걸작에 이어, 또 다른 SF 소설을 읽었다.
테드 창과 같이 중국계 미국인으로, 미국 사회에서 엄청 잘나가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시대 SF계를 호령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소설의 주제나 내용 등의 큰 부분에서 차이점을 보여준다.
테드 창은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켄 리우는 중국 문화를 소재로 사용하거나 민감한 과거 역사를 적극적으로 다루기도 한다. 테드 창의 소설은 사유적이고, 켄 리우의 소설은 사회참여적이다.

총 14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원작 단편집에는 15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분량 상의 문제인지 1편은 제외했다고 한다. (재밌고 가독성 좋은데, 그냥 다 넣지...)

★★아래에는 스포 있습니다★★

가장 좋았던 단편은 <시뮬라크럼>이다.
특정 인물의 대화/행동 방식을 바탕으로 홀로그램 영상물을 만들어서 프로젝터로 실행할 수 있다. 해당 영상 속의 홀로그램 인물은 사용자에게 능동적으로 반응한다. (엄청 발달한 3D 버전 심심이, 이루다로 생각해도 될 듯하다.)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이야기 자체의 구성과 완성도도 굉장히 훌륭하다. 테드 창 소설 같았다! (극찬)
독서모임에서 난 시뮬라크럼이 실제로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다른 한 사람은 이에 반대했다.
- 반대 의견 : 현실과의 경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딸과의 관계가 틀어진 아빠가 현실 속의 딸과 적극적으로 화해를 하거나 대화를 시도하지 않고, 7살 딸의 홀로그램 영상을 하루 종일 반복 재생하여 대화한다는 점이 싫다고 했다. 작중에서도 이런 아빠의 모습을 알게 된 딸이 아빠에 혐오감을 나타냈다.
- 내 의견 : 안 그래도 1인 가구가 늘어가는데, 시뮬라크럼이 있다면 특히 독거노인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돌을 시뮬라크럼으로 만들어서 판다면...? 상상만 해도 좋다. 카리나가 내 말동무를 해준다고? 그것도 능동적으로? (물론 가동시간에 한계가 있어서, 리셋되면 내가 한 이야기들을 까먹겠지만..)

<송사와 원숭이 왕>도 좋았다. ‘손오공‘과 ‘양주십일‘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양주 대학살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표제작 <종이 동물원>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SF 3개 상을 받은 최초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 정도의 깊이를 가졌는지는 모르겠다. 미국 사회에서 중국인으로 받는 차별과 슬픔을 말한다. 작위적이고 직접적인 표현법이 아쉬웠다.

작위적이고 오버한다고 느꼈던 단편이 더 있다.
<즐거운 사냥하길> Good Hunting. 중국 특유의 요괴 관련 문화로 시작하여, 근대사회로 넘어간다. 존경받던 옛것이 근대화로 인해 잊히고, 그 자리를 기계가 대신한다는 구성을 참 잘 만들었다. 근데, 무슨 트랜스포머냐,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 나무꾼이냐. 마지막에 왜...ㅋㅋㅋㅋ
<파자 점술사> 단어를 풀어서 점을 봐주는데,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공산당을 때려잡는다고 무고한 사람까지 죽이는 대만의 역사를 개인적인 관점에서 잘 보여준다. (주인공의 아빠에 의해 주인공의 절친들이 죽게 된다.)
<파> ‘세포 열화 방지 및 노화 중지‘가 가능해진 우주선, 그리고 더 먼 미래의 이야기. 영생을 얻고 인간이 기계화되는 것까지는 이해했는데, 그 이상으로 나아가는 건 다소 억지스러웠다..

AI가 인간 사회에서 필수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AI 회사의 불순한 의도를 파악한 사람들의 이야기 <천생연분>, 영혼이 물체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상태 변화>, 이퀼리브리엄이 생각나던 <레귤러>, 소행성 충돌 전 일본과 우주선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모노노아와레>, 대체 역사 + 중일미를 잇는 지하 통로를 소재로 제국주의 시대 역사를 건드리는 <태평양 횡단 터널 열차>, 과거를 볼 수 있는 기계로 일본제국의 731부대의 만행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면서 논쟁하는 소설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등의 좋은 단편들이 많다.

켄 리우의 작품을 좀 더 찾아볼 것 같다! 좋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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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신어 1 만화중국고전 29
채지충 지음 / 대현출판사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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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문구점에서 팔던 미니북 (베리베리 올드 차이나 피플 버전)

오랜만에 다시 채지충의 만화를 읽었다.
먼저 세설신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자면, 여러 인물들과 관련된 짧은 옛날이야기들 모음집이랄까. 장르는 깨달음, 지혜, 소소한 유머이다.
단편 소설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예전에 문방구에서 팔던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B급 책자에 나오는 길이의 이야기들이다. 기승전결 중에 ‘기승!‘까지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읽고 있었는데, 동생이 이 책을 보더니 무슨 이런 별 내용도 없는 책을 읽냐고 했다. 할 말이 없었다. (나 역시도 이 책을 그냥 심심풀이용, 권수 채우기 용으로 읽고 있으니ㅠㅠ)

화흠, 왕랑, 조조, 조비, 조식, 등애, 양수와 같은 삼국지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들도 있다.
기존의 사고방식과 관념을 뒤틀어주거나 다른 시선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야기들도 조금 있다.

가볍게 한 번 쓱- 보기에 나쁘지 않은 책이다. 가끔씩 다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이야기들은 보너스..
2권은 다음 주말에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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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숨 : EXHALATION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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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읽기 전) 왜 그렇게들 테드 창에 열광하는 거야?
(읽은 후) 테드 창! 테드 창! 테드 창!

사람들이 테드 창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던 단편집. 9개의 단편 모두 걸작이다.
전작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등장인물들의 서사와 드라마와 감정적 연계가 완전히 보완된다.

★★스포 있습니다★★

첫 단편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부터 끝내준다.
타임슬립을 해서 과거와 미래의 나를 알게 되더라도, 과거와 미래를 바꿀 수 없다, 다만 좀 더 잘 알게 된다는 설정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실로 오랜만에 소설을 통한 드라마적인 감동까지 느꼈다.
˝마지막 순간까지 남편분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짧은 일생이었지만 함께 보낸 시간 덕분에 행복했다고 하셨습니다.˝
만약 내가 20년 전 또는 후의 나를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은 보너스.

표제작인 <숨>은 그다지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결론 부분이 급 교훈적이라서 의아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초단편 소설이라서 쉬어가는 느낌으로 읽었다. (자유의지가 없다고 해도 ˝자유의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
이 즈음에서 테드 창이 이 단편집을 통해 공통적으로 말하고 싶은 바를 알 수 있다.
내 나름의 언어로 풀어보자면, Keep Being Good, 즉 외부 상황이 어떻든 어떤 일이 있었든 있을 예정이든 Keep Calm and Just Keep Going이다.

중편으로 분류할 수도 있는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는 개인적인 취향을 건드려주는 소설이었다.
자아가 있고 소통까지 가능한 사이버 펫 ‘디지언트‘들과 만들어가는 관계와 가능성에 대한 드라마를 읽으며, 과거의 나를 떠올려볼 수 있었다. 프로그램으로 돌아가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사이버 존재 자체를 상상하기 쉽지 않지만, 일단 받아들이고 나면 생각이 많아진다.
독서모임에서 한 분이 ‘디지언트‘를 사회에서 소외된 장애인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그 의견에 감탄했다. 학습 능력에 한계를 보이는 디지언트들을 보면, 지나친 발상도 아니다.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역시 엄청나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우리의 모든 일상을 브이로그처럼 저장할 수 있고, 원할 때마다 특정 과거를 영상으로 재생할 수 있다면, 우리의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아니, 테드 창 당신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뻗어나갑니까? 게다가 그 상상력을 이렇게 잘 버무려내다니..

마지막 단편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은 반가웠다. 종종 평행세계의 수많은 나를 생각하고 위안 삼으며, 멘탈을 조금이나마 부여잡는 나 자신의 얕은 상상을 정교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로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평행세계의 나와 소통까지 할 수 있다면...?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이 소설은 한 번 읽고 끝낼 책이 아니다. 단물이 빠지지 않는(오래가는) 껌 같은 단편집이다. 단편 하나하나를 충분히 음미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맛봐야 한다. 그럴수록 테드 창 소설의 진가를 더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한 권의 책을 읽으면 다른 책을 읽는 편인데, 이 소설집은 아까워서 그럴 수 없겠다. 충분한 사색과 상상을 하면서 조금씩 다시 읽어볼 예정이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다시 읽어봐야 하려나..? 이 책이 더 좋다는 사람들도 꽤 많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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