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숨 : EXHALATION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2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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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읽기 전) 왜 그렇게들 테드 창에 열광하는 거야?
(읽은 후) 테드 창! 테드 창! 테드 창!

사람들이 테드 창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던 단편집. 9개의 단편 모두 걸작이다.
전작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등장인물들의 서사와 드라마와 감정적 연계가 완전히 보완된다.

★★스포 있습니다★★

첫 단편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부터 끝내준다.
타임슬립을 해서 과거와 미래의 나를 알게 되더라도, 과거와 미래를 바꿀 수 없다, 다만 좀 더 잘 알게 된다는 설정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실로 오랜만에 소설을 통한 드라마적인 감동까지 느꼈다.
˝마지막 순간까지 남편분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짧은 일생이었지만 함께 보낸 시간 덕분에 행복했다고 하셨습니다.˝
만약 내가 20년 전 또는 후의 나를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은 보너스.

표제작인 <숨>은 그다지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결론 부분이 급 교훈적이라서 의아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초단편 소설이라서 쉬어가는 느낌으로 읽었다. (자유의지가 없다고 해도 ˝자유의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
이 즈음에서 테드 창이 이 단편집을 통해 공통적으로 말하고 싶은 바를 알 수 있다.
내 나름의 언어로 풀어보자면, Keep Being Good, 즉 외부 상황이 어떻든 어떤 일이 있었든 있을 예정이든 Keep Calm and Just Keep Going이다.

중편으로 분류할 수도 있는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는 개인적인 취향을 건드려주는 소설이었다.
자아가 있고 소통까지 가능한 사이버 펫 ‘디지언트‘들과 만들어가는 관계와 가능성에 대한 드라마를 읽으며, 과거의 나를 떠올려볼 수 있었다. 프로그램으로 돌아가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사이버 존재 자체를 상상하기 쉽지 않지만, 일단 받아들이고 나면 생각이 많아진다.
독서모임에서 한 분이 ‘디지언트‘를 사회에서 소외된 장애인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그 의견에 감탄했다. 학습 능력에 한계를 보이는 디지언트들을 보면, 지나친 발상도 아니다.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역시 엄청나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우리의 모든 일상을 브이로그처럼 저장할 수 있고, 원할 때마다 특정 과거를 영상으로 재생할 수 있다면, 우리의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아니, 테드 창 당신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뻗어나갑니까? 게다가 그 상상력을 이렇게 잘 버무려내다니..

마지막 단편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은 반가웠다. 종종 평행세계의 수많은 나를 생각하고 위안 삼으며, 멘탈을 조금이나마 부여잡는 나 자신의 얕은 상상을 정교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로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평행세계의 나와 소통까지 할 수 있다면...?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이 소설은 한 번 읽고 끝낼 책이 아니다. 단물이 빠지지 않는(오래가는) 껌 같은 단편집이다. 단편 하나하나를 충분히 음미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맛봐야 한다. 그럴수록 테드 창 소설의 진가를 더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한 권의 책을 읽으면 다른 책을 읽는 편인데, 이 소설집은 아까워서 그럴 수 없겠다. 충분한 사색과 상상을 하면서 조금씩 다시 읽어볼 예정이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다시 읽어봐야 하려나..? 이 책이 더 좋다는 사람들도 꽤 많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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