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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대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이렇게나 흥미진진한 소설일 줄 몰랐다.
처음에는 검술교사인 주인공의 일상 브이로그를 보는 건가- 하며 무덤덤했지만, 중반부부터 완전 몰입해서 읽었다. 두근두근하면서 읽었다. (스릴러&미스터리를 별로 안 읽어봐서 더 그런 것도 같다.)
저스트 킬링타임용으로, 재미로 읽을만한 가치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가 있으니, 황급히 뒤로 가주세요.>
1800년대 중반 스페인.
검술교사인 ‘하이메 아스타를로아(56세)‘는 놀기 좋아하는 알룸브레스(루이스 데 아얄라 벨라테 이바예스핀) 후작에게 검술을 가르치며 대련하기도 하고, 귀족집 자제들에게 검술을 가르치기도 하며 독신으로 산다. 종종 카페 <엘 프로그레소>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아델라 데 오테로‘라는 여인이 하이메에게 최고의 검술을 배우기를 원하고, 하이메는 결국 복잡미묘한 감정으로 이 요청에 응하게 된다. 하이메는 아델라를 향한 마음이 커져만 가지만, 본인의 삶의 방식과 나이 때문에 마음을 억누르기만 한다. 이 소문은 퍼지고 어쩌다보니 루이스 후작과 아델라가 만나게 되고, 아델라는 더 이상 검술을 배우러 오지 않게 된다.
그러던 중에 돈 하이메에게 정체 모를 서류를 맡긴 루이스 후작이 변사체로 발견되고, 아델라 역시 난도질 당한 사체로 발견되는데... 이를 알게 된 돈 하이메는 이 내막을 파헤치기로 한다.
이때까지의 본인의 신념과 삶의 방식에 위배되더라도, 아델라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녀의 복수를 위해서...
줄거리는 이런데, 반전이 있다.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정통검술을 지키고 전수하려는 돈 하이메를 보면 안쓰럽다. 혼자서 본인만의 세계에서 아등바등하는데 무슨 의미인가 싶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에서 이러한 고결하고 꼿꼿한 그의 성품과 생활방식이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하는데... 멋있다.
순간순간 돈 하이메의 솔직한 내면도 보여주는데, 이는 캐릭터를 인간적으로 느끼게 만들어 매력을 더해준달까.
늙은 돈 하이메가 젊은 아델라를 마음에 품지만.. 여러가지 현실적인 조건을 따지면서 속만 썩이고 있는 모습이 너무 나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 아아...
게다가 막판의 반전은 하이메의 짝사랑을 산산조각내는데... 진짜 어떤 심정일까. 미칠 노릇이겠지, 사랑했던 사람에게 칼을 겨누는 건...
제목답게 검을 다루는 장면도 있는데, 검술 관련 특정 용어는 잘 몰라도 그 분위기와 대략적인 상황을 유추하며 읽는 것도 참 맛있다.
돈 하이메에서 돈키호테가 연상되기도 했다.
스페인 역사를 좀 알고, 펜싱도 좀 아는 사람이 읽는다면 더 재미날 듯 하다.
(아, 책리뷰가 좀 마음에 안 들긴 한데... 다음부터는 처음 읽는 책들은 손글씨로 한 번 정리한 다음에 적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