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네 살 - 아빠 4년차 그림일기
유영근 지음 / 참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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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제국에 대한 역사 서적을 읽다가 포기했다. 그렇게 어려운 책도 아닌데 포기를 하다니...
책태기가 찾아온 것만 같아서, 워밍업을 하는 느낌으로 읽었다.

인스타그램(jhiro2)에 올린 네 컷 만화를 모아서 출간했다. (책에만 특별히 수록된 에피소드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한동안 많이 챙겨 봤었다. 딸아이와 함께 하는 아빠의 일상을 귀엽고 재밌게 그려낸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
4살의 귀여운 미래의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며 과거의 내가 이런 일상을 꿈꿔왔다는 사실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미래의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하는 행복한 일상... 그러한 일상을 꿈꿔왔던 내가 지금은 결혼에조차 의문 부호를 띄운다는 상황에 괜히 울컥하고 서글펐다. (정확히 말하면, 책을 보고 그랬다기 보다 예전에 쓴 나의 리뷰를 보고 그랬다.)

4살의 미래는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는데, 서서 응가 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이 귀여웠다.
네 컷이라는 짧은 만화를 통해 재미와 흐뭇함, 심지어 감동도 받았다.
소소한 일상을 이렇게 네 컷 만화로 기록하는 거..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관건은 꾸준히 할 수 있느냐 없느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작가의 인스타그램에서 에피소드를 충분히 보고, 소장하고 싶다면 구매하기를 권한다.
(지금까지 총 4살부터 7살까지 출간되어 있는데, 나는 2권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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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한 판으로 영어 끝장내기
훨(서울대 벤처 동아리) 지음 / 황금가지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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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당분간 내가 사놓고 안 읽었던 책들을 많이 읽으려고 한다. 그중에 공부하는 겸 이 책을 읽었다.

프로젝트 드림팀(?) <훨>이 스타크래프트 게임으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책을 만들었다.
게임을 즐기면서 영어도 공부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테란, 프로토스, 저그 세 종족의 유닛과 건물 이름을 어원 위주로 분석하고 알려준다.
왜 그러한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하는 재미와 관련된 다른 영어 표현과 단어를 알아갈 수도 있다.
발음 기호까지 있었더라면 좀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작은 아쉬움이 있지만, 이 자체로도 충분하다.

2부는 각 종족의 유닛들의 대사를 함께 공부한다. 이 책의 꽃이라고 할만하다.
스타크래프트를 즐겨 했던 사람들은 추억을 되살리면서 대사를 따라 읽어보기도 하면서(유닛들 특유의 발음까지!)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사 발음을 한글로 일일이 적어둔 것이 마음에 든다.
유닛들의 모든 대사가 다 있는 건 아니다. 대사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굳이 없어도 되는 쓸데없는 글이 많은 것 같기도 했다. 대사의 뜻과 설명을 간결하게 했더라면 더 좋았을걸!
대사 오류도 조금 있지만.. 넘어가기로 하자.
유닛들의 대사를 일일이 들으며 이해하는 것도 재미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D2aq2MbboE&list=PLvUog-NsvqYjym0jLDHMAuvUdWcEnAvLl

3부는 오프닝 대사, 전략, 메뉴, 게임 모드, 치트키에 대한 영어를 살펴본다.
딱히 특별한 건 없다.

괜찮게 읽었다. 책이 출간된 시기를 고려하면 꽤나 유익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된 지 20년이나 더 지나버린 지금이라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겨 했던 사람들은 한 번 정도 읽어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영어 공부하기보다 이렇게 즐거웠던 추억과 함께 공부한다면 더 수월하지 않을까~

2022년에라도 읽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음성파일을 함께 들으며 공부해서 더 재밌었다. (일일이 찾는 것도 일이긴 하다. 모음 재생목록을 찾느라 고생했다.)
3월 한 달 동안은 메모해둔 단어와 표현을 틈틈이 공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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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미니북)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하소연 옮김 / 자화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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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위대胃大한 개츠비는 남들보다 위가 커서,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다. 주말마다 화려한 파티를 여는 개츠비의 집에서는 소위 개츠비의 ‘먹방 쇼‘가 펼쳐지는데, 많은 손님들이 그의 대단한 먹성과 우아한 식사 모습에 열광한다. 개츠비가 이렇게 음식을 흡입하며 이름을 알리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

책을 읽기 전에 우스갯소리로 적었던 농담이고... 줄거리는 생략하겠다. 워낙 유명한 책이니까.

★★스포 있습니다★★

제목이 왜 ‘위대한‘ 개츠비인지 알겠다. 닉의 입장에서 바라본 개츠비는 가히 위대하다. Great.

개츠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개츠비는 데이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하는 로맨티스트이다. 첫눈에 반해버린 데이지와 함께 하기 위해 모든 걸 거는 그의 모습은 너무도 로맨틱하고 순애보적이다.

˝개츠비가 구입한 집은 데이지가 사는 집의 바로 맞은편 해안에 있으니까요.˝ (137p.)

흥분이 가득한 환희를 거친 지금의 그는, 그녀가 자기 눈앞에 있다는 경이로움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이 일만을 꿈꿔왔다. 그는 오늘의 과정을 머리에 수없이 그려왔을 것이고, 또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집중력으로 이를 악물고 기다려왔던 것이다. 이제 그는 너무 세게 감은 시계의 태엽처럼 그 반동으로 모든 것이 풀려 버리려 하고 있었다. (160p.)

개츠비가 기억하던 데이지와 현재의 데이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사랑하는 모습에서는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해피엔딩은 어려울 거라고 암시하는 것만 같다.

˝그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어요.˝ (210p.)

한편 그는 자수성가한 부자이기도 하다. 불법적인 일을 해서 돈을 벌었다는 톰의 폭로에 의아함이 들었지만, 해설을 읽고 어떻게 된 사정인지 알 수 있었다. 1920년대의 미국은 금주령이 시행되고 있었고, 개츠비는 여러 개의 약국을 운영하며 몰래 술을 팔았던 것이다.

톰과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비극적인 결말이 다가올 때, 개츠비의 행동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데이지는 톰을 사랑한 적이 없다.‘라는 말을 반복할 때는 왜 이러나 싶었다가, 끝내 데이지의 엄청난 잘못을 본인이 뒤집어쓰는 희생적인 모습을 보고는 탄식했다. 개츠비의 로맨틱한 반전이 여러 번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개츠비가 더 고귀해 보이고 위대해 보인다.
개츠비가 더 빛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다. 이 소설에서 개츠비와 닉을 제외한 상류층 사람들은 그럴듯하게 행동하고 우아한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그들의 실상과 내면은 추악하고 위선적일 뿐이다. 개츠비가 일편단심으로 사랑하고 원했던 데이지마저! (개츠비가 아깝다.)
개츠비의 파티를 공짜로 즐겼던 사람들 중 딱 1명(개츠비의 서가를 보고 감탄하던 노인)을 제외하고 아무도 개츠비의 장례식에 오지 않았다. 개츠비의 성대한 파티와 대비되는 개츠비의 조촐한 장례식은 쓸쓸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거짓된 사람 없이 극소수의 진실된 사람들이 개츠비의 마지막을 지킨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하려나.

˝그 사람들은 하찮은 인간들입니다.˝
나는 잔디밭 너머로 외쳤다.
˝당신은 그 사람들 전부를 한데 모아 놓은 것만큼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내가 그 말을 한 것을 그 후에도 내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내가 그에게 해준 유일한 칭찬이었기 때문이다. (275p.)

1920년대 미국의 상황을 모르는 나로서는,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과 캐릭터, 사건 등이 어떤 상징을 나타내고 무엇을 암시하는지는 패스하겠다. 그냥 이야기 자체를 충분히 즐겨도 좋다고 생각한다.
깔끔한 이야기 진행에 흠잡을 것이 없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허투루 쓰인 것이 없는 듯하다.
<위대한 개츠비>라는 명작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나중에 또 읽어봐야지.
다른 리뷰들도 읽어보고 영화도 찾아봐야겠다.

(여담) 2016년 5월에 처음 읽었을 때와 달리,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이 소설에 큰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는데.... 5년 이상 지난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래도 소설에 대한 내공이 쌓였나 보다. 은근히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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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본 임진왜란 - 근세 일본의 베스트셀러와 전쟁의 기억
김시덕 지음 / 학고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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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7~19세기의 일본인들이 이야기해온 임진왜란을 전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제까지 한국 사회에서 임진왜란을 이해하는 방식은 한쪽에 치우치거나 협소했던 것이 사실이다.‘(6p.)라고 말한다. 일본의 문헌들을 비교 분석하면서 에도시대의 일본인들이 임진왜란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알려준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들을 용기가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9p.)라고 서두에 경고한 것에 비해, 엄청 새롭거나 충격적인 정보는 없었다. 그래도 임진왜란을 다르게 바라보고 해석하는(약간 왜곡하는) 사료를 보는 재미는 충분하다.
임진왜란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일독해 볼 만하다. 일본 현지의 과거 문헌과 사료들을 비교 분석하여 이렇게 책을 엮어냈음에 가치가 있다.

아무래도 일본인의 입장에서 쓴 문헌들이기 때문에, 일본에 유리한 입장을 말하는 것이 대다수다. (애초에 일본에서 임진왜란을 비중 있게 다루지는 않지만...) 자신의 가문에 유리하도록 이야기를 각색하는 경우도 꽤 있다.
임진왜란을 원과 고려의 일본 침략에 대한 정당한 복수로서 ‘조선 정벌‘이라고 한다는 입장이 그럴듯한 핑계로 느껴졌다.
행주대첩을 일본은 패배로 보지 않는다는 기록도 있다. (다이코기에는 ‘50만의 명군‘의 요새를 공격했지만 함락되지 않았다.‘라고 한다.)

임진왜란을 통해 후세에 평판이 좋아지고 인기를 얻은 인물은 ‘가토 기요마사‘이다. 고니시 유키나가와 함께 임진왜란의 선봉장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그를, 많은 문헌에서 우직한 용사이자 인정도 많은 영웅으로 해석했다. 가토는 부풀려지고 미화되고 칭송받고, 결국 신격화된다. (가토뿐만 아니라 수많은 역사적 인물을 신으로 모시는 관습은 참 독특한 일본의 문화이다.)
가토는 쇄국시대의 일본인들에게는 잊히고 만 광대한 세계를 배경으로 외국군과 전투를 벌이며 인간 세계의 끝까지 오고간 모험담의 주인공인 것이다.(96p.)

섬라국(타이)가 임진왜란에 참전하려 했다는 기록과 히데요시 암살 미수 사건, 독살 야사 에피소드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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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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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없음)

내가 애정하는 이사카 코타로의 걸작을 다시 읽어보았다.
독특하다. 독특한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하고 엉뚱한 상황 속에서 거듭되는 이별이 참 묘하다.

호시노 가즈히코.
어쩌다 보니 다섯 여자와 사귀다가 차례로 이별을 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30살 남자.
다섯 다리를 걸치는 인간이라면 사회통념상 질타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가즈히코가 무책임해 보이고 한심할지언정 미워할 수는 없는 캐릭터이다.
주로 가즈히코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의 감정과 기억과 생각을 보면 나쁜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선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계산적이지 않아서, 그저 좋아하면 사귀고 보는 그런 타입이랄까. 그래서 사회통념의 잣대를 들이밀기가 망설여진다.

˝누구든 하나를 선택할 생각은 아니었어. 누구와 함께 있어도 즐거웠어. 그렇게 계속 관계가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104p)

마유미.
가즈히코를 감시하는 일을 하고 있는, 180cm 180kg의 규격 외 여자.
덩치뿐만 아니라 행동거지도 규격 외다. 타인의 아픔을 즐기는 무적에 가까운 거친 캐릭터이다.
호시노 가즈히코의 이별 인사 퍼레이드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은근히 가즈히코와 합이 맞아 독자에게 갖가지 재미를 선사한다.

총 5번의 이별, 그리고 호시노 가즈히코가 마침내 ‘그 버스‘에 올라타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미 수차례 읽었던 터라 대략적인 줄거리는 알고 있었다. 3번째 이별까지는 나쁘지 않게 읽었다. 하지만 4번째 이별부터 내 마음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내가 이 책을 왜 그렇게 좋아했던 건지 다시 실감했다.
단편 하나하나가 탄탄하다. 각각의 단편이 다양한 감동을 만들어낸다. (아무래도 5번째 이별이 제일 마음에 든다.)
결말마저 너무나 환상적이다. 만족스럽다. 희망을 꿈꾸며, 희망을 간절히 바라며, 책을 덮었다.

고민하다가 4.5점을 준다.
엉뚱함 속의 감동과 재미가 나의 취향을 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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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22-02-21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행운과 행복님 저 waxing moon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성석 2022-02-21 16:17   좋아요 1 | URL
영성님? 오랜만이에요! 건강히 잘 지내셔사요? 저는 이제 막 졸업해서 취준 중입니다ㅠㅠ

커피소년 2022-02-21 16:19   좋아요 1 | URL
그러시군요. 고생하셨습니다. 지금은 한참 힘든 시기를 보내시고 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행운과 행복님의 실력이라면 반드시 좋은 곳에 취업하여 잘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