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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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이론은 그렇다 쳐, 근데 실천은 장난하냐~ 두루뭉술 얼렁뚱땅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다니.
(유익-하, 난도-상)

현재의 나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읽은 명저 <사랑의 기술>.
하지만 난 모르겠다.
프로이트의 이론과 종교적인 내용을 꾸준히 언급하는 다소 난해한 이론은 그냥저냥 읽었는데, 실천은 뭐 어떻게 하라는 건지... 얼버무리듯이 뜬구름 잡는 해결책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사랑 역시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연습하고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방법론이 굉장히 애매하다.
저자가 말하는 ‘사랑의 실천‘을 나의 언어로 쉽게 풀어보자면, 상대방에게 진심 어린 관심을 보이고 경청하고 집중하는 것 같다. 참말로 실용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사랑.
사랑에서까지 교환가치와 가성비를 고려하는 현대인들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분리에서 합일로 가는 방법이 바로 사랑이라고, 그 사랑은 먼저 참여하고 주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진실이면 좋겠다.

저자가 이야기했던 ‘합리적 신앙‘에 따라, 당당하게 낮은 점수를 부여한다.
워낙 유명한 저서니까, 다른 2차 창작물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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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인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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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엄마, 이거 사줘🥰˝ 한다고 사주면 큰일 납니다...🤢
(재미-중상, 난도-하)

알록달록 귀엽고 예쁜 표지에 속으면 안 된다.
요 근래 읽었던 소설 중 가장 충격적인 작품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현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현실감이 더 느껴진다.

★★★★스포 있습니다★★★★

주인공 나쓰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그녀의 고단한 삶이 펼쳐진다.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겉도는 나쓰키는 스스로를 마법 소녀라고 생각한다. 포하피핀포보피아별 출신의 마법경찰 퓨트(작은 인형)에 의지하며 힘든 현실을 버틴다. 마음이 통한 동갑 사촌 유우에게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유우는 나쓰키를 진심으로 대해준다. 이를 계기로 둘은 사귀기로 하지만, 사건이 터지고 만다.
도와주는 어른 하나 없었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된 나쓰키는 여전히 ‘지구성인‘이 되지 못하고 방황한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남편 도모오미를 만나 계약 결혼을 하는데, 남편은 나쓰키의 말에 감화되어 한술 더 뜬다. 이제는 지구성인이 되어 살고 싶은 나쓰키와 달리, 도모미는 ‘공장‘과 세뇌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이후 둘은 함께 유우와도 재회하게 되는데...

가혹한 현실의 바늘 비를 피하고 견디기 위해서, 나쓰키가 포하피핀포보피아별과 마법에 의지하는 모습에서 과거의 내 모습이 보였다.
나쓰키처럼 충격적인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은 절대 아니지만, 나도 공상과 망상을 하면서 힘든 순간을 외면하고 둘러보던 시기가 있었다. (명왕성과 거상) 중2병이었나..?
아니, 꼭 어린 시절의 나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다양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정도는 다르겠지만 이에 속하지 않을까?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의 연속이다.
가정 따돌림, 가정폭력, 아동 성추행, 근친상간, 살인 등...
위 행동의 피해자 또는 당사자인 나쓰키가 끔찍한 사건들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독서하면서 불쾌감, 안타까움, 역겨움, 슬픔이 공존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소설 후반부, 나쓰키&도모오미&유우가 고립된 마을에서 포하피핀포보피아성인의 결정체를 보여준다.
지구의 통념과 관습에서 벗어나서 합리적으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생활한다.
꾸준히 ‘공장‘을 언급하며 지구성인들의 정형화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과하지만 딱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인들, 특히 청년들의 내면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나쓰키만큼은 아니더라도, 근래 한일 양국의 청년들 다수가 ‘공장‘의 규율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만 봐도...)

누군가에게 추천하기 꺼려질 정도로 독특하고 쇼킹한 소설이다. (아베 가즈시게 소설의 하드 버전이랄까)
가독성과 필력, 둘 다 훌륭하다. 마법 필터(?)가 씌워진 상태의 어린 나쓰키가 이가사키 선생을 죽일 때의 묘사는, 책 전반부의 피크라고 할만하다.
성인이 되면서 마법의 요소는 사라지지만, 포하피핀포보피아별의 열렬한 신자 둘이 생기면서, 영화나 드라마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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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권함 - 21년 연속 대만대학교 최고 인기 강의
쑨중싱 지음, 김지은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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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라서 도움 되지 않았다.
(유익-하, 난도-중하)

대만대학교의 명강의 ‘사랑의 사회학‘을 책으로 엮어냈다.
강의는 훌륭했는지 모르겠지만, 책은 기대 이하였다.

연인 간의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를 학술적으로, 하지만 쉽게 풀어냈다.
‘사회학 이론과 과학적 증명을 통해 밝혀낸 관계의 본질‘이라고 하는데...
너무도 당연하고 일반적인 이야기를 ‘X 가지 방법/요소/유형/성향/힘/이유‘ 등으로 분류하고 나열한다. 그다지 유익하지 않고 지루하다.

책을 읽다가 인상 깊거나 새로운 내용이 나오면 특정 페이지를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딱 한 군데에서 그랬다.
바로 ‘아서 아론의 36가지 질문‘!
해당 내용은 간단한 검색으로도 나오는데, 이후에 혼자서라도 해볼 생각이다.

사랑/연애에 대한 공신력 있는 인용과 연구와 통계를 참고한 것 외에는, 차라리 괜찮은 연애 유튜브를 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픽업아티스트 유튜브, 특정 성별에 치우친 유튜브, 부정적인 유튜브 제외)

현재 나의 상황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책을 선택했지만, 나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쩌면 나의 솔로 기간이 길어서, 내가 공감을 못한 걸 수도 있다.)
감정에 파묻혀 객관적인 인지가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주의를 환기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또 연애의 ㅇ자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기본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아니지, 설마 내가 사람들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건가? 이런 기본적인 내용도 알려줘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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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 일은 될 대로 되라지! LL 시리즈
미야우치 유스케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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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이슬람, 중앙아시아, 소련, 사막, 민주주의, 연극...
섞어 섞어!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재미-중하, 난도-중하)

아랄해가 매립되고 탄생한 중동의 가상 국가 ‘아랄스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국정 운영 이야기.
신생국가 아랄스탄의 대통령 알리가 피격 사망하면서, 하렘의 여성들이 국가 요직을 맡게 된다. 주변 국가의 외부적 위협뿐만 아니라, 내부의 ‘아랄스탄 이슬람 운동(AIM)‘ 과격파의 분리 독립 요구로 인해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가상의 국가와 가상의 상황이지만, 이야기의 초반부에 각종 세세한 설정을 부여하여 현실성을 높여놓는다. 하지만 대통령 피살 이후, 대다수의 의원들이 도주하고 하렘의 인물들이 국정을 이어받는 과정에서 현실성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결정적으로 나쓰키가 국방부 장관이 될 때의 과도한 극적 반전에는 한숨이 나왔다. (현실성 와르르~)

소설 치고는 상당한 참고문헌을 통해 공부한 것인지, 중동의 정치적 상황을 배경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설 속 등장하는 예언자 탄신 축제의 무대를 위한 극의 내용을 보면, 소련과 주변 국가의 갈등의 역사도 소설 속에 녹이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난잡하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 소설에 넣다 보니까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중간중간에 관련 노래나 시 역시 삽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사족이다.

이야기의 흐름 역시 동화적이다. 극적인 반전도 너무 동화적이다.
현실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몇 마디 말에 사람들이 감화되고 갑작스러운 변화는 급격하게 긍정적인 상황을 이끌어낸다. 물론 주인공들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특히 의원들)은 평면적이고 멍청한 NPC에 불과하다. 퇴장한 줄 알았던, 죽었다고 알려진 인물들(나자프와 이고리)가 재등장하면서 이야기를 망친다.
아니, 그리고 연극 무대를 통해서 주변 국가들에게 인정을 받겠다는 건 무슨...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연극이나 준비하고 있는 걸 보면...

문장 역시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등장인물들의 대화 중간중간에 쓸데없는 속마음 대사는 재미있으라고 쓴 것 같지만, 재미없는 건 당연하고 흐름만 망친다.
가독성이 괜찮다는 건 그나마 다행.

불필요한 부분을 싹 걷어내고, 내외부의 위기를 현실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이야기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와 각자의 사연과 배경은 꽤 탄탄했지만, 난잡한 이야기 속에 묻혔다.
내 기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반전 때문에 나오는 한숨이 몇 번 있었다. 예쁜 표지에 기대하고 읽었건만...

˝이 왜 성?˝
‘이게 왜 성운상?‘이냐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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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차창에서
호시노 겐 지음, 전경아 옮김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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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과연, 이 시대의 음유시인.
(재미-중상, 난도-하)

너무나 애정하는 ‘호시노 겐‘의 에세이. 2017년 작이다.
그의 음악을 들으며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잔잔한 1집 앨범 <ばかのうた>(바보의 노래)를 추천한다!

가사만 잘 쓰는 게 아니다. 글도 잘 쓴다. 팬심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잘 쓴다.
호시노 겐의 노래를 들으며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다.
겐 특유의 따뜻함, 훈훈함, 뭉클함, 그리고 선함이 활자를 통해 내 마음에 와닿아 울린다.
사람, 게임, 음악 등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잔잔바리 에너지를 보내고, 에세이 한편마다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첫 이야기 <생명의 차창에서>부터 내 마음에 파동을 만들어냈다.
아기자기한 상상력을 피워내서, 내 마음에 안심을 준다. 이유는 모르겠다. 호시노 겐의 마법이랄까.
개두술을 받고 나서, 안경 렌즈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는 걸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귀엽지 아니한가!

형언할 수 없이 거대한 로봇이 된 느낌. 이 둥그런 부분이 윙 소리를 내며 열리는 조종석이라고 생각하면 조그만 내가 ‘나‘라는 로봇을 조종하는 기분이 들어서 무척 재미있다. 어른이라서 이런 공상만 하는 건 아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봐도 몸이라는 탈것에 ‘호시노 겐‘이라는 정신이 올라타서 조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기적 같으면서도 적절한 감각이 수술을 하고 난 뒤에 더욱 분명하고 생생하게 생겨났다. (9~10쪽)

호시노 겐은 비교적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내지 못했다. 그 이야기가 다수의 에세이 속에 녹아들어 있다.
성공한 현재와 다소 불우했던 과거의 대조가 감동의 증폭을 이끌어낸다. (그의 음악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뭉클함이다.)

호시노 겐의 팬이라면, 꼭 한 번 일독해 보길 바란다. 이 저서를 통해 그에게 한 번 더 빠지게 될 것이다.
그의 음악에 관한 에피소드도 4편 있으니, 찾아가면서 읽어보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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