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몸에 대한 아이들의 경험은 생물학적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부모가 아이의 몸을 어떻게 다루는가, 아이에게 육체적으로 어떤 기대를 하는가, 부모 자식이 어떤 육체적 관계를 맺는가 하는 점에도 달려 있다. - P117
요즘 사람들이 늘 멋진 몸을 추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는 어디에나 널렸다. 몸에 대한 집착, 건강에 대한 관심, 도덕적 노력 등 갖가지 가면들을 쓰고 있지만, 어쨌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몸으로 옳은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주장의 바탕에는 있는 그대로의 몸이 전혀 옳지 않다는 생각, 몸은 개인의 문제와 열망과 에너지를 집중시키기에 알맞고 적절한 대상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우리는 정치체(bodypolitic)를 내주고 몸의 정치(politics of the body)를 얻었다. 정당 내에서 파벌싸움을 하는 사람에게나 어울릴 듯한 열정, 사고와 관계맺기의 형태들을 몸에 집어넣는다. 우리가 몸을 이토록 가차없이 평가하고 다루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몸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몸들은 전시하는 장소가 되었다. 화려함, 생식력, 정력, 민첩성, 건강이 몸의 계율이지만, 그런 목표들은 휘발적이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추구는 영원히 달성할 수 없는 시도다. 그래서 대신 우리는 연기와 상연을 절실하게 추구한다. - P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