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활동보조를 받는 이용자 중에 관계의 중심을 잃고 모든 권한을 활동지원사에게 넘기는 이들도 종종 본다. 활동지원사가 장애인의 일상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됨에 따라 장애인 이용자는 활동지원사에게 점점 종속되는 것이다. 나는 이런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고, 나 또한 그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활동지원사 교육보다 이용자 교육을 조금 더 촘촘히 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활동보조 제도를 비롯해서 IL 운동의 중요한 기반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지만 한 번도 주체적인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는 장애인에게 선택권과 결정권이 있다고 한들 그것을 제대로 사용해본 적이 없는 장애인에게는 그저 선언에 불과할 뿐이다. - P143
처음부터 다시 ‘주체란 무엇인가‘부터 이야기하기로 했다. ‘춤추는허리‘가 원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들부터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들이 쉽지 않았다. 팀장으로서 나는 배우들 간에 역동이 있었을 때도, 실무자와 역동이 있었을 때도 잘 대응하지 못했다. 솔직히 고백하면 그 당시에는 배우들의 삶을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겉으로는 배우들의 경험을 안다고, 이해한다고 했지만 내 삶의 무게가 먼저였다. 아니 내가 먼저였다. 나 역시 리더라는 역할의 경험이 많지 않았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무엇을 고민하고 제안해야 하는지 훈련이 필요했다. 점점 ‘춤추는허리‘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 정리가 필요했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도망가고 싶기도 했다. 여러 가지 힘듦은 고스란히 몸에 나타났고 내 인생 처음으로 하혈이란 것도 해보았다. 그 과정을 거치며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구나‘라는 것을 배웠다. 그렇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들을 보내고 나자 점점 배우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배우들의 인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P159
변화의 역동은 그런 일상에서부터 ‘일곱빛깔무지개‘와 ‘춤추는허리’ 활동으로 번졌다. 조화영의 새로운 일이었다. 새로운 일을 통해 조화영은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 ‘일곱빛깔무지개‘가 게이 인권운동 단체 ‘친구사이‘의 합창단 ‘지보이스‘와 합동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성소수자‘라는 말을 접했고, ‘춤추는허리‘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언어장애를 가진 단원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이는 서로의 다름을 환대함으로써 연대하는 경험이었다. 결코 쉽지는 않았다. - P179
사회의 한계를 개인적으로만 극복해야 했던 자신의 삶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로 들렸다. 다른 삶은 다른 사회에서만 가능하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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