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실제로 행할 때 존재하고 의도와 행동을 모두 필요로 한다는 벨 훅스의 말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거저 만들어지지 않는 순간들이다. - P228
안타깝게도 동료로서 나의 에너지는 발달장애여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수십년 집에서, 시설에서, 관계로부터 단절되고 공간적으로 고립되어 있던 발달장애여성의 응축된 에너지는 강하고 발산적이다. 인지와 학습의 더딤, 감각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 부끄러움을 모르거나 고집을 피우는 모습, 지나친 솔직함, 통제되지 않는 에너지. 부정적으로 발달장애를 묘사하는 언어다. 어쩌면 이런 다른 감각과 표현 방식, 에너지야말로 규범적인 사회에 저항하는 새로운 몸들일지도 모른다. 정상적인 사회의 규범에 맞추어 살 수 없기 때문에 부정되었던 몸들이 오히려 교양에 대한 다른 감각을 요청하게 한다. 모르면서도 아는 체하는 정중함이 아니라 ‘그게 무슨 말인데요‘라고 묻는 솔직함은 지식 권력을 명징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 P229
유한하고 우연성의 반복이란 것 외에 삶은 예측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여성이란, 장애란, 인간이란, 운동이란, 말이란, 몸이란, 성이란, 교육이란, 일상이란, 차이란, 관계란, 존중이란 대체 뭐란 말인가? 답 안 나오는 질문을 끝까지 던지고 매해 답을 실천하는 사람들 끝에서 달리는, 그래서 방향을 바꾸면 그곳이 시작인 이 공간. 미련하게 말하고, 쓰고, 움직이며 실패를 통하여 살아가는 이 몸들과 함께 있는 한 무엇도 당연하지 않고, 그래서 멈출 수 없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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