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는 황금습관
요시카와 나미 감수, 토시다 나루호 그림 / 니들북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부자가 되는 황금습관. "2분만에 이루어지는 리치 라이프"라는 표지 말대로 얇고, 안에도 일러스트가 많은데다 글이 짤막짤막하다. 한 번 후르륵 넘기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고, 책 구성이 화려하니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의 내용은 돈을 부른다 / 불린다 / 모은다 / 배가시킨다, 의 네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읽어보면 어디에선가 들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당연한 것도('돈이 없다'라는 말을 되도록 쓰지 않는다, 지갑에 새 돈을 넣어둔다 등), 반신반의 할 만한 것도(이사, 금고, 일본 특유의 화장실 습관에 대한 이야기 등) 있다. 전문적으로 돈을 모으기 위한 방법 같은 것은 없고 제목대로 습관에 대한 이야기가 대다수다.


"그 사소하고 작은 요령이 금전운의 큰 차이를 만드는 당신을 위한 황금습관이 되기 때문입니다."

첫머리의 말이다. 이게 아마 이 책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한 말이 아닌가 싶다. 행운이나 습관에 대한 책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은 책. 책 소개에 2030 여성들을 위한~이라고 적혀있는데 책 특징도 그렇고, 타겟은 20대 여성이나 대학생, 사회 초년생 정도로 봐도 무리 없을 듯. 아무래도 일본사람이 쓴 책이다 보니 한국 정서에 안 맞는 내용도 있는 게 옥의 티라면 티. 거금에 대한 진심도 측정 테스트 같은 것이 흥미로웠다. 돈을 모으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냐마는, 연초 이런저런 계획을 세울 때 빠뜨리지 않는 금전 계획에, 이런 책 한 권쯤 읽으며 새롭게 마음가짐을 다잡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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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천무후
쑤퉁 지음, 김재영 옮김 / 비채 / 2010년 5월
절판


자단나무 공은 여전히 그녀와 함께였다.-38쪽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던 나는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고, 그것이 바로 독을 넣은 자가 기다리던 소리였다.
나는 그 아름답고도 스산했던 합벽궁을 걸어 나가지 못했다.
나는 부황과 내 동생 현과 철, 욱륜 그리고 여동생 태평공주에게 말해주고 싶다. 죽음이 닥쳐오던 순간, 내 얼굴을 그토록 절망과 고통으로 일그러뜨린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말이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보았다. 그 손은 천후의 면류관에서 독극물의 흔적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들에게 내가 어머니의 그 손을 보았다고 전해달라.
부디 그들에게 어느 운 나쁜 망령의 말을 믿고 천후를, 어머니를, 독으로 얼룩진 그녀의 손길을 조심하라고 전해달라.-83쪽

아무도 황후의 귓가에 아련히 맴도는 그 데구루루 구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것은 자단나무 공이 시간의 표면 위를 굴러가는 소리였다.-114쪽

신룡 원년 동짓달 스무엿샛날 밤이었다. 비가 그치고, 여황이 일흔여덟 살을 일기로 상양궁에서 급작스레 붕어했다. 당황한 궁인들은 여황의 입속에 자단나무 공 하나가 물려져 있는 걸 발견했다. 그들은 그것을 꺼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여황의 마지막 행위가 무슨 뜻인지를 놓고 용상 앞에서 이 궁리 저 궁리를 했다. 자단나무 공이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기에 망자의 입에 물려 있단 말인가?
사후에도 아름다운 자태를 지키기 위함인가, 아니면 천상에서마저 침묵을 지키기 위함인가? 그 마지막 수수께끼는 누구도 쉽사리 풀어내지 못했다. 마치 누구도 그녀의 일생이라는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떤 것처럼.-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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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천무후
쑤퉁 지음, 김재영 옮김 / 비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아무도 황후의 귓가에 아련히 맴도는 그 데구루루 구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것은 자단나무 공이 시간의 표면 위를 굴러가는 소리였다. - p.114

말을 길들일 방도에 대해 묻자, 한 여자는 이렇게 답했다. '채찍으로 말 등을 후려치고, 다음은 철퇴를, 그래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비수로 목숨을 거두겠다.' 그녀가 바로 무미랑. 후궁에 들어가 황후가 되어 한 나라를 멸망시키고 한 나라를 세워 스스로 여황이 된 무측천, 무조다.

쑤퉁의 소설은 무조가 열네 살에 입궁해 일흔여덟 살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인생을 챕터를 바꿔가며 그녀와 그녀의 아들들 시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액정에서 쓸쓸히 자단나무 공을 굴리던 소녀가 절로 쫓겨났다가 모자를 쓰고 후궁으로 돌아와 황후가 되어 당의 기를 내리고 주의 기를 게양하며 아들에 의해 자신의 제국이 멸망하고 쓸쓸히 눈을 감는 순간까지.

대부분 측천무후를 중심으로 씌여있지만, 사이사이에 씌여진 독백 같은 태자 홍, 태자 현, 예종 시점의 이야기들이 있다. 건강을 되찾은 것을 오히려 불안으로 여기다 독살당한 태자 홍, 무후의 언니 한국부인의 소생으로 늘 무후를 경계하다 결국 폐위되어 자결한 태자 현, '형의 어깨를 밟고 제왕의 보좌에 올라' 평생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며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예종. 아둔하다 묘사되었으며, 두 달 만에 어머니에 의해 폐위당하고 후에 주위의 추대에 의해 무후를 몰아내고 복위하는 중종의 챕터는 없지만, 작중 묘사를 보면 그 어머니를 두려워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측천무후가 주변에 대단히 공포스럽게 비쳤다는 것을 아들들의 눈으로 더욱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오랫동안 그녀를 가까이 모신 시녀 상관완아조차 여황이 총애하는 미소년과 다소 오래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비수를 휘둘러지고 묵형을 당했다는 에피소드도 그 대표격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만 본다면, 뒤표지에서 '역사학자들에 의해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로 손꼽히는 측천무후'라는 말은 의아하다. 쑤퉁의 소설에서 묘사된 측천무후라는 개인은 분명 재능은 있었을지 모르나 위대한 황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싸움에서 승리하여 한때 새 나라를 세우고 여자로서는 황후를 넘어 여황에까지 올랐으니 희대의 인물로 재능이 있긴 하겠지만, 아들들을 희생한 것이나(정치적 수완이 있다고 할지 육친의 정이 없어 비정하다 할지) 당시 밀고가 성행하며 신하들을 숙청하며 혹리들을 등용하고 육식을 금한다는 칙령을 내리는 등, 위대한 황제였냐고 하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소설적 전개를 위해 생략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후계자를 세우지 못하고 제국조차 한때의 찬탈로 끝났다는 걸 생각하면 어쨌거나 대단하지만 한계가 있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그 한계까지나마 이룬 게 굉장하긴 하다).

이 소설에서 측천무후는 한때 두근거리며 눈물짓는 소녀였으나 차가운 궁에서의 한과 권력에 대한 갈망으로 딸의 목을 스스로 조를 정도로 비정해지는 변화를 보인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말 그대로 무엇이든 하는 여황, 절대 군주로서 "침대에 누워서 반란을 일으킨 자들의 얼굴을 훑을 때 그들이 뼛속을 파고드는 차디찬 공포를 느끼게 할 만큼"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던 나는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고, 그것이 바로 독을 넣은 자가 기다리던 소리였다.
나는 그 아름답고도 스산했던 합벽궁을 걸어 나가지 못했다.
나는 부황과 내 동생 현과 철, 욱륜 그리고 여동생 태평공주에게 말해주고 싶다. 죽음이 닥쳐오던 순간, 내 얼굴을 그토록 절망과 고통으로 일그러뜨린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말이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보았다. 그 손은 천후의 면류관에서 독극물의 흔적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들에게 내가 어머니의 그 손을 보았다고 전해달라.
부디 그들에게 어느 운 나쁜 망령의 말을 믿고 천후를, 어머니를, 독으로 얼룩진 그녀의 손길을 조심하라고 전해달라. - p.83 <태자 홍>

 

신룡 원년 동짓달 스무엿샛날 밤이었다. 비가 그치고, 여황이 일흔여덟 살을 일기로 상양궁에서 급작스레 붕어했다. 당황한 궁인들은 여황의 입속에 자단나무 공 하나가 물려져 있는 걸 발견했다. 그들은 그것을 꺼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여황의 마지막 행위가 무슨 뜻인지를 놓고 용상 앞에서 이 궁리 저 궁리를 했다. 자단나무 공이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기에 망자의 입에 물려 있단 말인가?
사후에도 아름다운 자태를 지키기 위함인가, 아니면 천상에서마저 침묵을 지키기 위함인가? 그 마지막 수수께끼는 누구도 쉽사리 풀어내지 못했다. 마치 누구도 그녀의 일생이라는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떤 것처럼. - p.327 <여황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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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성 까치글방 아르센 뤼팽 전집 3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까치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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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암성>. 뤼팽 시리즈 가운데서 순위를 다툴 정도로 좋아하고, 그 정도로 불만도 있는 소설이다.

이야기는 앙브뤼메지 성에서 시작된다. 어두운 밤, 어디선가 들려오는 수상한 소리, 총을 들고 용감하게 나선 아가씨 레이몽드, 쓰러진 성주 제스브르 백작, 살해당한 백작의 비서, 무언가를 짊어지고 간 범인의 그림자, 그러나 도둑맞은 물건은 없다……이 해괴한 사건에서 그의 호적수로 나타난 것은 이지도르 보트를레. 기자로 변장해 사건을 살피고 있던 고등학생 소년이다.

기암성은 거의 뤼팽과 이지도르의 대결이다. 뤼팽의 공언된 라이벌 가니마르 경감, 영국의 명탐정 홈스를 제쳐두고 그는 눈부신 활약을 한다. 뤼팽의 부하가 흘린 암호문을 풀어내고, 뤼팽에게 한 발 앞서 납치당한 아버지와 레이몽드를 구출하는 등... 그러나 인질들을 붙잡아둔 곳이라고만 여겼던 '에기유 크뢰즈'에 대한 암호문이 사실은 프랑스 왕가와 관련된 어마어마한 재화가 잠들어 있는 곳을 표시하는 암호이며, 뤼팽의 행동 하나하나가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닌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이야기는 반전한다. 역사적 허구를 얽어내 촘촘하게 짠 기암성의 수수께끼. 일찍이 뤼팽이 걸었던 길을 이지도르가 따라 걸으며 푸는 과정을 읽노라면 그야말로 희열을 느끼게 한다. 또한 아름다운 히로인 레이몽드를 중심으로 한 로맨스 역시 이야기의 흥미를 더한다.

그리고 이 소설 최악의 문제, 홈스라는 캐릭터. 홈스가 등장하지만 않았다면 아마도 기암성은 내게 있어 뤼팽 시리즈 베스트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홈스는 흔히 말하는 셜록 홈즈, 모리스 르블랑의 캐릭터가 아닌, 아서 코난 도일의 캐릭터다. 조롱하기 위해 강제로 끌려나온 것 같은 홈스는 시종일관 악역인 듯 행동하더니 결말에서는 기암성 최대의 악역을 맡으며 바닥까지 떨어진다. 시리즈 전개를 생각할 때 필요없는 역할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걸 꼭 홈스에게 맡길 이유가 있었을까? 어릴 때 축약본으로 처음 읽었을 때는 이 홈스가 참 미웠는데, 이 완역판을 접하고 이 홈스가 그 홈즈를 끌어온 것까지 알게 된 지금은 작가한테 어이가 없어졌다.

악의가 느껴지는 오마쥬, 홈스의 존재만 제외한다면(속 편하게 홈즈와 홈스를 분리하고 홈스를 마음껏 미워하기로 할까;) 정석적 도난 사건으로부터 괴도의 행방을 수색하며, 탐정과 괴도 간에서 이루어지는 줄다리기, 역사적 과거의 수수께끼, 잊혀진 보물, 로맨스, 추리 앞에 나타나는 역경의 벽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실제로 뤼팽 시리즈를 한 권 추천하라고 하면 가장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는 것도 기암성이고. 나무랄 데 없는 수작에 어울리는 깔끔한 번역에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지만, 역시 홈스의 존재 때문에(별개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면 영;) 별 네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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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텐스 - 내 영혼의 향기로운 한 문장
공선옥.서명숙 외 58인 지음 / 플럼북스 / 2016년 8월
품절


예를 들어, 같은 반에 정말 싫은 녀석이 하나 있다고 치자.
그 녀석은 정말 매우 퍽 참말 무척 진짜로 싫은 녀석이다.
그런데 그 녀석에게는 그렇게 생겨먹을 수밖에 없는 필연성이 반드시 있다.
어쩔 수 없이 그런 인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녀석은 지금까지 자신에게 생긴 문제들을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해결하기 위해 그런 인격으로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 정말로 필요했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녀석이 그 모양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전부 완전히 이해할 수 잆다면 그 녀석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나쁜 감정은 사라질 것이다.-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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