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던 나는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고, 그것이 바로 독을 넣은 자가 기다리던 소리였다.
나는 그 아름답고도 스산했던 합벽궁을 걸어 나가지 못했다.
나는 부황과 내 동생 현과 철, 욱륜 그리고 여동생 태평공주에게 말해주고 싶다. 죽음이 닥쳐오던 순간, 내 얼굴을 그토록 절망과 고통으로 일그러뜨린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말이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보았다. 그 손은 천후의 면류관에서 독극물의 흔적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들에게 내가 어머니의 그 손을 보았다고 전해달라.
부디 그들에게 어느 운 나쁜 망령의 말을 믿고 천후를, 어머니를, 독으로 얼룩진 그녀의 손길을 조심하라고 전해달라.-83쪽
신룡 원년 동짓달 스무엿샛날 밤이었다. 비가 그치고, 여황이 일흔여덟 살을 일기로 상양궁에서 급작스레 붕어했다. 당황한 궁인들은 여황의 입속에 자단나무 공 하나가 물려져 있는 걸 발견했다. 그들은 그것을 꺼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여황의 마지막 행위가 무슨 뜻인지를 놓고 용상 앞에서 이 궁리 저 궁리를 했다. 자단나무 공이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기에 망자의 입에 물려 있단 말인가?
사후에도 아름다운 자태를 지키기 위함인가, 아니면 천상에서마저 침묵을 지키기 위함인가? 그 마지막 수수께끼는 누구도 쉽사리 풀어내지 못했다. 마치 누구도 그녀의 일생이라는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떤 것처럼.-3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