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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
박소연 지음 / 로담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오라비인 왕이 모욕한 야만족 왕에게 속죄하는 기분으로 곡식을 베푼 공주.
그러나 야만족 왕-위르진은 근처 부족들과 연합하여 왕궁을 습격한다.
남자 관료들을 모두 죽이고, 왕을 가두고, 공주-효은을 제 전리품으로 삼았다.
눈앞에서 죽어간 조카를 비롯한 자국인들.
그러나 왜인지 그녀에게 집착하는 원수의 왕.
효은은... 처음에는 퍽 순진한 공주님처럼 보이지만,
그 순진이 과연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함인가 하고 물으면 그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효은은 권력의 최중심부, 그것도 왕의 곁에서 자라왔고 그만큼 보고 배운 것이 있으니까.
남매지간의 정도 깊어서, 후반부에 가서 효은이 자신을 팻감으로 삼아 해내는 일을 보면 대단하다.
수완도 수완이지만, 그러고자 마음먹기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소개글을 보고 설마 로미오와 줄리엣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몬태규를, 캐퓰렛을 떼어놓을 수 없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하면 그나마 좀 비슷하려나.
집안을 버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고, 그들 둘이 곧 그들 집안이기도 한, 그런 입장이니까.
(그리고 어떻게 보면 무책임하게, 그것을 버릴 수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
두 사람은 서로의 입장에 서서 서로가 해야 할 것에서 결코 도망치지 않았다.
특히 효은은 마음이 흔들리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위르진이 휘둘리는 걸 보면 좀 불쌍하면서도... 효은의 입장에 공감이 갔다.
(눈앞에서 그 사단이 났고 피해자가 현재진행형인데, 사랑에 눈멀어 현실을 외면하진 않았으니.)
위르진이 취한 행동도 아주 일리가 없지 않다고 해도,
효은이 마냥 사랑에 빠져 이 깊은 악연을 무시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대체 이 두 사람이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만족스러운 엔딩이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역, 효은의 오라비, 또 한 명의 왕-은자원.
첫 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오라비로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마음에 들었다.
작가님 블로그의 외전들도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이!!! 이야기를 좀 더 보고 싶었다...
책임을 다하고, 그 위에서 사랑까지 찾은, 멋진 두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