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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 시오리코 씨와 두 개의 얼굴 ㅣ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4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권. 이미 시리즈 전권부터 언뜻 그 그림자를 비추었던 시노카와 지에코가 등장한다. 그리고 지에코와 거래했던, 비블리아 고서당의 옛 고객이 금고를 열어주길 의뢰한다. 금고를 여는 것에 성공하면 에도가와 란포의 희귀 콜렉션을 넘겨주겠다는 것. 에도가와 란포 책들을 모아 온 이들의 과거와, 금고 안에 들어 있는 수수께끼로 가득한 한 권짜리 장편 이야기였다.
시노카와 지에코는, 이미 전 시리즈에서 그 편린이 보였다시피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녀의 행동은 책을 쫓는 일념에서 비롯되었으나, 사실 생각해보면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리고 시오리코가 보여온 책에 대한 애착 역시 지에코의 집착과 궤가 다르지 않다. 놀랍도록 닮은 이 모녀. 지에코는 '다이스케를 만나지 않은 시오리코가 책을 좇아가버린다면' 나타날 미래상이라고 할 수 있지도 않을까. 진부하지만, 시오리코에겐 다이스케가 있었지만 지에코에게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는 것. 다이스케가 책을 오래 읽지 못하는 체질인 것도, 그러면서 책 이야기는 잘 들어주는 것도 자못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이 시리즈를 읽을 때면 늘 등장하는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지는데,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읽은 적은 없지만, 그 이름만큼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영원한 초등학생'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 '에도가와 코난'의 이름이 이 에도가와 란포와 코난 도일에서 따 온 것이고 일본 소설들을 읽으며 종종 란포의 작품들과 마주쳐왔으니까. 하지만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공포, 기괴한 분위기 쪽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고 그런 건 취향이 아니라 느껴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것과는 별개로, 란포의 책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이 이야기가 어떤 엔딩을 맞이할지 기대된다.
현세는 꿈, 밤의 꿈이야말로 진실.
란포의 말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보내서는 안 된다. 직감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오리코 씨!"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시오리코 씨의 손이 움찔 멈췄다. 하지만 그 다음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머리를 쥐어짜는 나를 시오리코 씨가 힐끗 보았다. - p.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