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지 않는 것도 아니면서,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대한 책을 여전히 지나치지 못하고 있다. M.J.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을 십대를 위해 고쳐쓴 책이라는 <독서의 기술, 책을 꿰뚫어보고 부리고 통합하라>를 펼치게 된 것도, 그런 독서방법론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먼저, 책의 수준을 단계별로 분류한다. 재미로 읽는 글 / 지식을 쌓기 위해서 읽는 책(교과서, 교양 서적, 자기계발서, 학교에서 필독서로 선정한 단편 소설) /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즐겨 찾는 분야-학교 추천도서(세계 명작, 장편 문학, 시집과 사회과학, 자연과학, 쉬운 고전) / 고전 사상서.
책의 수준 단계가 있는 것처럼, 책읽기의 수준 역시 있다. 제 1수준 : 기초적 읽기 / 제 2수준 : 중급 단계 / 제 3수준 : 분석하며 읽기.
살펴 읽고, 분석하며 읽고, 비판하며 읽고, 통합적으로 읽는다.
살펴읽기란, 15~30분 안에 책 한 권을 다 읽고 최대한 많은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다. 살펴읽음으로써 짧은 시간에 충분한 독서 효과를 얻고, 스스로 좋은 책을 선택하는 안목을 키우며, 좋은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이 목적이다. 1단계에서 시간을 투자할 만한지, 빠르게 핵심을 파악하고 / 2단계에서 책 전체의 구조를 파악하면서 일단 한 번 읽어 보는 것이다.
분석하며 읽기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며 읽는 것이다. 중심 생각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사회/과학/철학/역사 등의 주제를 가진 책을 꼼꼼하게 요약 정리(목차에 따라/장별, 소제목별, 문단별로 요약하고, 저자가 했음직한 질문/답변을 찾고 생각함) 하는 데 어울린다.
분석하며 읽기 1단계 : 책 전체를 간단히 한두 문장으로 정리, 책 전체를 세부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요약, 저자가 책에서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를 생각해 본다.
분석하며 읽기가 끝난 뒤 : 저자가 사용하는 핵심 개념을 정확하게 짚어냈는지 / 저자의 핵심 주장을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는지 / 핵심 주장을 뒷받침할 논증을 재구성할 수 있는지 / 저자가 이 책에서 자신의 문제의식을 충분히 드러냈고 그에 대한 해답도 제시했는지(p.81) 점검해 본다.
살펴읽기와 분석하며 읽기라는 개념도 흥미로웠지만, 내게 제일 실용적이었던 것은 늘 피해가는 과학분야 서적 읽기에 대해서다. 과학 서적을 읽을 때는 그 이론에 대해 전반적을 이해/그 이론이 왜 중요한지/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과학 서적을 읽을 때, 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쉽게 이해되는 것 위주로 읽으며, 분석하여 읽기(저자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대상으로 어떤 설명을 하는가? 정리하고,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읽는다)를 적용하며, 개념과 원리를 적용해 읽으라는 것이다. 반대로 수학 서적의 경우, 살펴 읽기로 전체를 다 읽고 내용의 80~90%를 이해했다는 느낌일 때 다음 장으로 넘어가라고 한다. 과학/수학 서적을 하나쯤 골라 직접 실천해 보려고 한다.
+ 철학서는 수학서처럼 두 번 이상 천천히 읽되, 처음에는 개념을 익히는 데 중점을 두고, 개념을 익히기 전 생각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단락을 단숨에 읽은 후 다루어진 내용이 무엇인가, 스스로 요약/음미/생각한 뒤 한 구절 한 구절 꼼꼼히 읽는 것이다.
+ 사회과학서는 자신의 관점을 먼저 되짚어보고, 저자의 용어 사용과 개념 정의에 유의한다. 한 가지 주제를 알기 위해서는 상반된 의견을 담은 여러 권의 책을 함께 읽어본다.
통합적 읽기란, 하나의 주제를 탐구하기 위해 여러 권의 책을 읽고 통합하는 것이다.
1. 주제를 정하고, 최대한 많은 자료를 구하고, 목록을 작성한다. 목록을 작성하는 동안에는 자료를 자세히 읽어서는 안 된다. 자료를 빠르게 훑어읽어 분석적을 읽어야 할 목록을 추려내며, 살펴읽기 할 때 간략하게 메모한다(분석읽기를 해선 안 된다). 읽기 목록을 정하면서 주제가 가진 문제의식을 신중하게 생각해본다.
2. 정해진 읽기 목록을 가지고 자신의 탐구 주제와 관련된 부분을 선택적으로 읽는다. 중요한 내용을 요약하고 메모하면서 책을 읽는다(p.229 정약용 선생의 '초서' - 연구할 분야의 체계를 세우고, 목차를 정리한 뒤, 읽어야 할 책을 정하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정리하며 읽는다). 저자의 개념을 해석할 때 자기만의 근거를 확보한다. 원래 단어를 사용하든 아니든 가급적 중립적인 용어를 정한다.
3. 저자들에게 던질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는다. 쉽게 답을 찾지 못한다고 질문을 바꿔서는 안 되고, 포괄~세부적 질문까지 다양하게. 직접적인 답이 없으면 답을 추론하고 답의 근거를 정리한다.
4. 저자의 대답을 정리한다. 핵심 내용 요약처럼 주장+근거를 열 줄 정도로. 각각의 대답을 찬/반 논쟁적으로 재구성하고, 차이를 구분한다.
p.240 한 권의 책을 속단하지 말고, 여러 권을 읽어라. 가급적 시대순으로.
(플라톤 : 변명, 국가, 파이돈, 크리톤. 칸트 :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 비판)
p.107 선입견을 인한 감정적인 비난을 막고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한 다음 열린 마음으로 저자를 탐구하려는 노력이 비판하며 읽기의 기본 자세입니다.
p.109 책을 비판적으로 읽는 지침 네 가지 : 근거가 부족하다. 잘못 알고 있는 정보가 있다. 논리적이지 못하다. 완전하다고 할 수 없으니 좀 더 분석해 보라.
p.116 분석하며 읽기를 돕는 도구들 : 개념어는 네모, 정의에는 밑줄, 결론은 물결(~), 비교나 대조가 있는 부분은 앞뒤를 사선(/)으로 갈라놓고 화살표(↔). 앞뒤 내용이 상반되고 뒤의 내용이 강조되면 세모 표시를 하고 뒤에 밑줄. 내용의 연관성이 중요할 때는 곡선 화살표로 앞뒤 내용을 연결. 중요하지만 밑줄까지 칠 필요는 없다면 꺽쇠(<>).
철학사와 철학 이론을 소개하는 책은 이론서, 논리적 판단력과 가치 판단력을 길러 주는 책은 실용서로.
실용서를 읽을 때는 읽는 목적을 맞는 책/저자가 알려주는 활용법을 따른다/저자의 말에 무조건 설득되지 않도록 주의/저자 약력을 꼼꼼히 살핀다.
소설을 혼자서도 거뜬히 읽어 내려면 : 처음부터 (어려운 부분이 나와도 일단) 끝까지 읽는다. 두 번째로 읽으면서 정리할 내용(줄거리/주요 등장인물의 성격/중심 사건과 갈등의 이유/해결 과정/주제/마음에 와 닿는 내용 등) 을 생각해 본다. 장마다 제목을 붙이고, 제목에 맞게 두세 문장의 해설을 쓰는 연습을 한다. 세 번째로 '작가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끝으로 자신과의 연관성, 인물 유형에 대한 평가, 작가와 시대에 대한 탐구, 주제의 식의 타당성, 소설의 미적 구성에 대해 평가해 본다. 인물을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일어나는 사건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시대는 어떠한지...
p.152 소설의 장르별 독법 : 단편은 한 번에 한 편씩, 의미를 곱씹으며. 장편은 가급적 앉은 자리에서 다, 장별로 요약하면 더 좋다. 대하소설은 인물의 관계도를 그리거나 특징을 정리해 많은 인물들에 익숙하게. 고전은 원전에 가까운 것을 읽되 축약본을 참고하여. 전작주의 읽기는 관심 있는 작가의 작품을 4~5권 잇달아 읽기.
+ 추천도서 목록
1.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2. 성경
3. 그리스 비극 -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4. 역사 - 헤로도토스
5.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 투키디테스
6. 희극 - 아리스토파네스
7. 국가, 향연, 파이돈, 소크라테스의 변명, 파이드로스, 프로타고라스 - 플라톤
8. 형이상학, 니코마코스 윤리학, 정치학, 시학 - 아리스토텔레스
9. 영웅전 - 플루타르코스
10. 신곡 - 단테
11. 군주론 - 마키아벨리
12. 유토피아 - 토마스 모어
13.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 라블레
14. 돈키호테 - 세르반테스
15. 햄릿,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 로미오와 줄리엣 등 - 셰익스피어
16. 리바이어던 - 홉스
17. 방법서설, 성찰, 철학적 원리 - 데카르트
18. 에티카 - 스피노자
19. 걸리버 여행기 - 스위프트
20. 에밀, 인간불평등 기원론, 사회계약론 - 루소
21. 국부론 - 애덤 스미스
22.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도덕 형이상학의 원리 - 칸트
23. 파우스트 - 괴테
24. 자유론 - 밀
25. 종의 기원,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자서전) - 다윈
26. 시민 불복종, 월든 - 소로우
27. 자본론, 공산당 선언 - 마르크스
28. 모비딕 - 멜빌
29.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도스토예프스키
30. 전쟁과 평화, 단편들 - 톨스토이
31. 허클베리 핀의 모험 - 마크 트웨인
32.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니체
33. 꿈의 해석 - 프로이드
34. 심판, 성, 변신 - 카프카
35. 논어
36. 맹자
37. 대학
38. 중용
39. 노자
40. 장자
41. 사기 - 사마천
42. 아함경
43. 우파니샤드
44. 삼국유사 - 일연
45. 삼국사기 - 김부식
46. 구운몽 - 김만중
47. 춘향전
48. 열하일기 - 박지원
49. 정지용 시집
50. 백석 시집
51. 토지 - 박경리
52. 간디 자서전
53. 루쉰 소설집
54. 과학혁명의 구조 - 쿤
55. 엔트로피 - 리프킨
56. 이기적 유전자 - 도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