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이 소재인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은 도플갱어-분신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제 사라마구의 '도플갱어'가 원작인 영화 '에너미'(드니 빌뇌브 감독)가 생각난다. '도플갱어' 옮긴이(김승욱)는 우리 나라 전래설화 옹고집전을 떠올린다.


똑같은 외모의 두 남자 에너미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7023

Doppelgänger No. 1(2018. Oil on canvas) By Sebastian Bieniek(Berlin based artist. Painter.)






그렇지 않아도 사는 재미라고는 도무지 느끼지 못하던 『도플갱어』의 주인공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배우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데 강박적으로 집착하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는 그 사실을 극구 숨긴다. 자기 어머니와 애인, 직장동료들이 옹고집의 식구들처럼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해 결국 자신을 버릴까 봐 겁이 났던 걸까?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바로 옹고집도 테르툴리아노도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 앞에서 무너진다는 점이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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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5-03-21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과 영화가 있는지 모르고 있었네요. 영화부터 한번 찾아보고 싶습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을 좋아합니다!

서곡 2025-03-21 17:12   좋아요 1 | URL
미키17 보며 제이크 질렌할 생각났답니다 ㅎ (봉 감독의 옥자에 출연했죠) 패틴슨 잘 했지만 질렌할도 미키 역을 잘 했을 거에요 영화 소스코드에서의 역할이 연상되네요

페넬로페 2025-03-21 1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키 17에서 좋았던 것은 도플갱어라도 다른 감정과 성격을 지녀 좋더라고요.
그런 면이 더 끔찍할 수도 있지만요.
옹고집전과의 연결도 새롭네요.
제가 저를 만나면 둘이 서로 밥하고 청소 안 하겠다고 싸울 것 같아요 ㅎㅎ

서곡 2025-03-21 19:00   좋아요 1 | URL
저도 동의해요 동일하지 않은 동일체들이라는 관념이 좋았어요 미키 17과 18처럼 홀 짝 나눠 노동분담을 해야겠지요 ㅋㅋ
 


어린 나쓰메 소세키 - 漱石全集刊行会『漱石全集 第八巻』漱石全集刊行会、1935年12月5日。National Diet Library Digital Collections


나쓰메 소세키의 어머니 - 漱石全集刊行会『漱石全集 第十巻』漱石全集刊行会、1936年1月7日。National Diet Library Digital Collections






결점이라도 어머니와 함께 갖고 있는 거라면 나는 무척 기뻤다. 장점이라도 어머니에게는 없고 나만 갖고 있는 것은 무척 불쾌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내 얼굴이 아버지만 닮고 어머니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이목구비를 갖추었다는 점이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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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1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3-21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3-21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옛날 이야기'(1945)는 다자이 오사무가 전쟁 중에 민담을 다시쓰기한 작품으로서 '혀 잘린 참새'도 그 일부이다.

Sparrow on a banana leaf, 1930 - Qi Baishi - WikiArt.org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달려라 메로스'(다자이 오사무)에도 '옛 이야기'가 실려 있다.






혀 잘린 참새의 주인공은 일본 제일은커녕, 반대로 일본에서 가장 쓸모없는 남자라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우선 몸이 약하다. 몸이 약한 남자라는 것은 다리가 약한 말보다 더욱 세간에서 평하는 가치가 낮은 것 같다.

아직 마흔도 되지 않았지만 상당히 이전부터 스스로를 옹(翁)이라 칭하고 또 자기 집 사람들에게도 ‘할아버지’라 부르라고 명령했다.

몸이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누워 있을 정도의 환자도 아니므로 무언가 한 가지 일을 적극적으로 할 수도 있을 터이다. 그렇지만 이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책만은 상당히 많이 읽는 것 같지만 읽는 대로 잊어버리는지 자신이 읽은 것을 남에게 알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단지 멍하니 있다. - 옛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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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에서 발견한 일본 영화 '인간실격'(2019)을 보았다, 기엔 부족하고 틀어놓고 대충 딴 일을 하면서 오다가다 시청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영화화한 건 아니고 다자이가 '사양'과 '인간실격'을 쓰던 시기를 담고 있다. 다른 건 다 그렇다치고 우선 다자이 오사무 본인에 비해 배우가 건장해 보여 이질적이었다. 다자이와 미시마 유키오가 만나는 장면이 흥미롭다. 


아래 글은 '제국일본의 사상 - 포스트 제국과 동아시아론의 새로운 지평을 위하여'(김항)가 출처이다.

다자이 오사무(1936)


cf.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중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합니까?'에 다자이와 미시마 이야기가 나온다.




평론가 하나다 키요떼루(花田淸輝)는 미시마의 데뷔작 『가면의 고백(假面の告白)』(1949)에 대한 비평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자이 오사무가 (…) 철두철미 반어적으로, 독으로 독을 제압하려 했고, 허구로 허구를 죽여가며, 가면을 쓴 채 가면을 역이용함으로써 얼마나 집요하게 스스로의 진짜 얼굴을 보이려 했는지는 잘 알려진 바다. 하지만 이런 비극은 미시마 유끼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내 생각에 아무리 다시 볼 수없는 얼굴일지라도 가면 밑에 진짜 얼굴이 있다는 자의식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행복할 터다. 오히려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다자이 세대와 비교하면 미시마 세대는 한층 더 비극적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진짜 얼굴이 어떤 것인지 모르며, 가끔 얼굴 그 자체가 진짜로 있는지조차 의심하면서, 그저 가면만을 믿고 한걸음 한걸음 얼굴 쪽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로스트 제너레이션’은 스스로의 얼굴을 잃어버린 세대이며, 얼굴 대신에 그들이 소유하는 것은 차갑고 딱딱한 가면뿐인 셈이다.21

21 花田淸輝 「聖セバスチャンの顔」, 『文藝』 1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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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의 '로얄 테넌바움'은 좋아하는 영화인데 배우 진 해크먼이 가족을 떠났던 아버지 로얄 테넌바움을 연기한다. 최근 들려온 해크먼의 비극적인 별세 소식에 앤더슨 감독도 애통해했으리라.


그 존재의 무게, 진 해크먼(1930~2025)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107083


1972년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쳐' 세트장에서 : 가운데 서서 케이크를 자르는 사람이 진 해크먼이다. By Bruce H. Cox, Los Angeles Times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 (1967 cast photo) : 맨왼편에 선 배우가 진 해크먼이다.  by Warner Bros.-Seven Arts.






앤더슨은 시나리오를 집필할 때부터 로얄 역할로 진 해크만을 염두에 뒀다. 마초적 에너지를 뿜어내는 실패한 아버지 역할로 해크만을 떠올린 이유는 감독 자신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지만, 해크만은 그런 결정을 타당하게 느끼게 해주는 무게감의 소유자였다.

진 해크만이라는 아이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포세이돈 어드벤처〉 그리고 오스카를 수상한 〈프렌치 커넥션〉과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볼 것.

해크만은 머리끝부터 반짝이는 구두코까지 철두철미한 멋쟁이 로얄로 변신했고, 편집광적인 말투로 상대를 철저히 깔아뭉개는 말을 유쾌하게, 완벽한 타이밍에 내뱉었다. 해크만이 이토록 날렵한 모습을 보여준 적은 드물었다.

해크만의 개인사도 로얄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어느 날 해크만은 앤더슨에게 그가 13살 때 가족을 떠난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진은 자기 아버지가 떠나던 순간을 담담하게 들려주었어요. 친구들과 길거리에서 놀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차를 몰고 옆을 지나갔다더군요. 아버지는 잠깐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들었을 뿐 차를 세우지는 않았답니다. 그러고 10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아버지를 봤다더군요. 해크만은 목멘 소리로 이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그는 자기도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로얄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가족과의 관계 회복이라며 해크만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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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3-20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진 해크만, 로얄 테넌바움에도 나왔었지요. 보니 앤 클라이드는 너무나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서곡 2025-03-20 18:09   좋아요 0 | URL
네 위에 다 옮기진 않았는데 해크만이 첨엔 로얄 역에 소극적이었대요 그래서 감독이 엄청 공들여 설득합니다 이 영화의 배우들이 다 훌륭하지만 부모 역으로 나온 대배우들이 명불허전 무게추처럼 중량감과 안정감을 주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 보니 앤 클라이드는 못 봤어요 시네마테크에서 해 주면 큰 화면으로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