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가 창조한다'(박경리)로부터 옮긴다. 1984년 글이다.

통영(2015) By Jocelyndurrey * 박경리 작가의 고향이다.


통영 박경리 기념관 https://www.tongyeong.go.kr/pkn.web





고향이란 인간사(人間事)와 풍물과 산천, 삶의 모든 것의 추억이 묻혀 있는 곳이다. 보호를 받고 의지하던 20세 안쪽의 시기, 삶을 위한 투쟁 이전의 서로가 순결하였던 기간의 추억은 보석이다. 그것은 내 인생의 모든 자산이며 30년간 내 문학의 지주(支柱)요, 원천(源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30여 년, 원주(原州)서 5년간 뜨내기 생활을 하며 나는 고향을 찾지 않았다.

얼마 전 어느 분에게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고향에 가면 나는 더욱더 이방인이 될 것이다."

급격하게 변한 세태를 고향 땅에 가서 보고 싶지 않다는 뜻도 있고 20세까지 고향도 나도 수정같이 융화되었으나 40년 가까이 산천도 인심도 변했으려니와 나도 40년의 먼지를 쓴 사람이다. 40년 세월에서 면도날같이 사람을 보게 된 내 불행한 눈에 사물이 어떻게 비칠 것인가. 또 40년이 지나 찾아간 내가 그곳 분들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가.

세월의 도랑을 생각하면 그 생소함을 나는 도저히 견디질 못할 것만 같다.

고향에까지 가서 의식의 의상을 걸친다는 것은 끔찍스럽다. 그립고 사랑했던 곳이기 때문에. - 17. 고향에 가면 더욱더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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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에 불을 붙이려고 성냥을 사려니 파는 곳이 없다. 온라인구매는 가능하네.


'성냥과 버섯구름'(오애리,구정은)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 Rudolf Christian Böttger https://en.wikipedia.org/wiki/Rudolf_Christian_B%C3%B6ttger

Pixabay로부터 입수된 Aristal Branson님의 이미지


사진: UnsplashAnnie Spratt


cf. 체호프의 추리소설 '안전성냥(The Safety Match)'에서 안전성냥은 주요 단서이다.





1848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의 화학과 교수 루돌프 크리스티안 뵈트거Rudolf Christian Böttger가 적린을 성냥 머리가 아니라 상자의 마찰면으로 분리한 안전성냥을 발명했다. 성냥을 켜는 순간 마찰면에 바른 적린 성분이 성냥 머리의 염소산칼륨과 결합하면서 마찰열에 의해 불이 붙고, 황의 도움을 받아 불꽃을 내는 원리다. 대다수 성냥의 마찰면이 검붉은색인 이유가 바로 적린을 칠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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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발저 작품집 '산책자'(배수아 역)로부터 옮긴다.

BERN. Christmas Tree. Bundesplatz. Switzerland.(2008) By Николай Максимович



'우리 몫의 후광은 없나 보네 - 세계 크리스마스 단편선'에 '한 편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 로베르트 발저'가 실려 있고, '세상의 끝 - 로베르트 발저 산문.단편선집'(임홍배 역)에도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1878년 스위스 베른 주 비엘의 독일어 사용 가정에서 출생. 가정 형편상 14세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학업을 중단함. 처음에는 배우가 되고 싶어 했으나 하인 학교에 등록했고, 슐레지엔의 성에서 집사로 일하며 겨울을 보냈다. 나중에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며, 1956년 크리스마스 날 눈 속에 얼어붙은 시신으로 쓰러진 것이 어린아이들에게 발견되었다. 산책길에 심장발작이 왔던 것이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언한 듯한 산문 <크리스마스 이야기> 중에서처럼.

"눈으로 덮인 채, 눈 속에 파묻힌 채 온화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자여. 비록 전망은 앙상했지만 그래도 생은 아름답지 않았는가."- 옮긴이의 말

눈이 내리면 내 마음은 행복한 시민계층, 행복한 가장의 심정이 되어버리는구나. 무의식중에 아몬드, 오렌지, 대추야자를 먹으며 크리스마스트리의 전나무 가지가 촛불에 타들어가는 소리를 듣는구나. 온 세상 축제의 향기가 내 앞에서 넘실거리고 나는 기꺼이 한 명의 착실한 남자가 되어버린다. 튼튼하고 강직한 가장이 되어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늑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집으로 돌아갈 용기를 낼 수 있겠는가? 눈으로 덮인 채, 눈 속에 파묻힌 채 온화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자여. 비록 전망은 앙상했지만 그래도 생은 아름답지 않았는가. - 크리스마스 이야기

크리스마스는 특히 아이들에게 가장 신나는 시기이다. 크리스마스트리가 휘황하게 불빛을 발한다. 트리의 촛불이 방 안을 경건하고도 찬란한 광채로 가득 채운다.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는지! 전나무 가지에는 맛난 간식거리가 매달려 있다. 예를 들면 천사 모양 초콜릿, 설탕 바른 소시지, 레컬리3, 은박지에 싼 호두, 새빨간 사과. 트리를 둘러싸고

가족들이 모두 모인다. - 겨울 (3 꿀로 굳혀 만드는 바젤 지방의 전통 비스킷.)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매년 기분이 들뜨는 봄이면 즐거운 봄의 산문을, 가을이면 갈색으로 물든 가을 산문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크리스마스 산문이나 흰 눈이 흩날리는 산문을 써왔다. 이제 앞으로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며 지난 10년간 내가 해왔던 짓은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을 생각이다. - 최후의 산문

나 때문에 아빠는 걱정이 많다. 아빠에게 나는 집안의 걱정거리다. 아빠는 나를 야단칠 수 있고, 그럴 때마다 나는 아빠가 다시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일을 일종의 세련된 의무라고 생각한다. 아빠는 자주 야단을 친다. 아빠는 유머감각이 풍부한 만큼 아주 다혈질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때면 나를 선물더미에 파묻히게 만든다. - 작은 베를린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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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5-12-26 2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우리 몫의 후광은 없나 보네‘ 저자란에 로베르트 발저가 누락되어 있다
 

타샤 튜더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꼭대기에 까마귀가 올라간다(책 소개에서 사진을 볼 수 있다). 본 중 가장 특이한 장식 같다. 전설로부터 영감을 받은 비범한 창의력이다.

출처 https://www.rijksmuseum.nl/en/collection/object/Kerstkaart-met-vier-kraaien--67e53db6b9c5dd19bfd6b0417cc80ef8?tab=data 까마귀가 있는 크리스마스 카드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Alana Jordan님의 이미지 * 어쩐지 타샤 튜더를 연상시킨다.






꼭대기를 올려다보니, 타샤 튜더의 독특한 손길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 끝에 검은 벨벳으로 만든 큼직한 까마귀가 앉아 있다. 예수님의 탄생을 알린 전령이 까마귀였다는 전설에 따라 오래전에 타샤가 만든 인형이다. 전설에 따르면 까마귀는 베들레헴 하늘을 날다가, 하늘을 메운 천사들을 만난다. 까마귀는 예수의 탄생을 다른 새들에게 알리는 영광을 얻는다. 이 전설에서 영감을 받은 타샤는 까마귀를 손수 만들었고, 수십 년간 트리 꾸미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주인공이 되었다. - 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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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다. 어린 시절 12월 25일 밤이면 크리스마스가 지나간다는 사실 앞에 울적해지곤 했었다. 올해 12월, 크리스마스 트리를 적잖이 구경했다. 시내에 외출할 일이 있으면 성대하고 화려한 트리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번화가 아닌 동네 여기저기에도 크고 작은 트리들이 꽤 있어 눈이 즐거웠다. 연말연시까지는 트리들이 계속 보이겠지만 결국은 사라지고 한 해를 또 기다려야겠지.


안데르센 동화 '전나무'로부터 옮긴다.


cf. 전나무 : 이제훈 오디오북 : 오디오클립 https://audioclip.naver.com/audiobooks/F252E7EE7B 이제훈 배우의 낭독이다.


* 안데르센 동화로 살펴보는 생태 이야기 https://blog.naver.com/keepblog/222033591453

Pixabay로부터 입수된 kerut님의 이미지


크리스마스 단편선 '우리 몫의 후광은 없나 보네'와 '크리스마스, 당신 눈에만 보이는 기적'의 첫 수록작이 안데르센의 '전나무'이다.






아! 전나무는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오늘 밤이야! 오늘 밤은 얼마나 눈부시게 빛날까!"
사람들이 모두 말했어요.

이제 전나무는 몸을 떠는 것조차 감히 하지 못했어요.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말이죠! 전나무는 영광스러운 장식품을 잃을까봐 너무 불안했고, 너무나 밝고 눈부신 빛 때문에 엄청 어리둥절했어요.

갑자기 문이 활짝 열리더니 아이들 한 무리가 마치 전나무를 쓰러뜨릴 것처럼 우르르 뛰어들었어요. 어른들은 천천히 그 뒤를 따라왔고요. 아이들은 얌전히 서 있었어요. 하지만 그건 아주 잠깐뿐이었어요. 이내 아이들은 온 방이 쾅쾅 울리도록 환호성을 지르더니 나무 주위를 돌며 춤을 추었어요. 그리고 선물이 하나씩 연달아 뜯겨져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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