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인간'(정수윤 편역)에 실린 가지이 모토지로(1901~1932)의 '벚나무 아래는'(1928)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Gaddict님의 이미지 





대체 어떤 꽃나무가 만개한 후 그 주변 대기 중에 신비한 분위기를 흩뿌리겠는가. 잘 돌아가던 팽이가 완전한 정지에 도달하듯이, 훌륭한 연주가 늘 어떠한 환각을 동반하듯이, 작열하는 생식이 일으키는 환각의 후광과 같은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매우 이상하고 생생한 아름다움이다.

아, 벚나무 아래는 시체가 묻혀 있다!
대체 어디서 온 공상인지 알 수 없는 사체가 이제 벚나무와 하나가 되어 아무리 머릴 흔들어도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나는, 저 벚나무 아래서 연회를 여는 마을 사람들과 똑같은 권리를 갖고, 꽃놀이 술을 마실 수 있을 것만 같다. - 가지이 모토지로, 「벚나무 아래는」

창작활동에 열중하면서 대학 시절 발병한 폐결핵이 악화됐다.「벚나무 아래는」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심상 풍경을 시적으로 묘사했다. 인간의 심리적 비밀에 다가가고자 했던 그의 실험은 서른둘의 나이에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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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희곡2' 수록작 '벚나무 동산'(체호프 / 오종우)으로부터 옮긴다.

The Cherry Orchard memorabilia at the Chekhov Gymnasium literary museum. By ISasha






- 어쨌든 외국에 산다면 정말 행복할 거예요.
- 그야 물론이지. 그 말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어. (하품을 하고 시거를 피우기 시작한다.)
- 당연하죠. 이미 오래 전부터 외국에는 모든 게 다 갖춰져 있으니까.

난 성숙한 사람이라서 여러 가지 훌륭한 책들을 읽고 있지만, 내 자신이 뭘 원하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종잡을 수 없단 말이야. 솔직히 말해, 살아야 할지 자살이라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그래서 난 항창 권총을 가지고 다니지, 자 보세요……. (권총을 보여 준다.)

영리해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다 어리석지. 상대할 사람이 있어야지……. 결국은 나 혼자일 뿐이야. 혼자……. - 벚나무 동산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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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ssowary Colorizations - Ernest Hemingway with Soviet and German intellectuals Ilya Ehrenburg and Gustav Regler, possibly working on the propaganda film The Spanish Earth, Spain, 1937.



헤밍웨이의 스페인 https://v.daum.net/v/20080215172408017





우리가 싸워서 얻고자 했던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난 당신을 사랑해. 자유와 숭고함과, 모든 인간이 가진 일하고 배곯지 않을 권리만큼이나 당신을 사랑해. 우리가 지켰던 마드리드를 사랑하듯 당신을 사랑하고, 죽은 내 전우들을 사랑하듯이 당신을 사랑해. 아, 많은 전우들이 죽어 갔지. 너무나 많이. 너무나. 얼마나 많은지 당신은 모를 거야. 하지만 나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처럼 당신을 사랑해.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사랑해. 난 이렇게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야. 지금 말하고 있는 건 일부에 불과해. - 3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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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로부터 옮긴다. 마드리드로 돌아가면 다시 책 속에 파묻혀 지내고 싶다는 말이 맘 아프다. "운동"이란 스페인 내전 당시 반파시스트 운동을 뜻한다.

사진: UnsplashJuan Gomez


아래 옮긴 글에 나온 공원이다. [레티로 공원 Retiro Park , Parque del Retiro 마드리드 시민들의 휴식처]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87XX39500424

사진: UnsplashJuan Gomez






거기엔 세계 곳곳에서 가져온 나무가 다 있는데, 나무마다 원산지와 이름을 알리는 표지판이 달려 있지.

그 나무들은 말이야, 박물관에 있는 것들하고는 달라. 자연 속에서 자라고 있는 거지. 공원 안에는 산처럼 생긴 곳도 있는데 정글을 방불케 할 정도야. 그 아래 길가에는 책 시장이 있는데 수백 개나 되는 조그만 상점이 다닥다닥 붙어서 헌책을 팔고 있어. 운동이 시작되고 난 다음부터는 폭격당한 집이나 파시스트들의 집에서 훔쳐 낸 책까지 보태져서 책이 아주 많아졌지. 운동 전에 그곳에 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 종일 책 속에 파묻혀 지낸 적이 있었어. 이제라도 마드리드에 갈 수만 있다면 그렇게 책 속에 파묻혀 있고 싶어. - 3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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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널리스트 : 어니스트 헤밍웨이'로부터 옮긴다.

스페인 내전 당시 폭격 중인 마드리드 1937


에스파냐 내전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63XX65800104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 본 특파원이 묵고 있는 호텔에서 거리를 조금 걸어 내려가면 보이는 가정집에 포탄이 한 발 떨어졌다. 길가에서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 민병대원이 아이를 안아 달랜다. 이쪽 거리에서 죽은 사람은 없다. 급히 뛰던 사람들이 속도를 늦추고 긴장한 듯 헛웃음을 짓는다. 포탄 소리에 놀라 뛰지 않았던 사람들은 짐짓 우월한 태도로 그들을 쳐다본다. 이곳이 여러분이 말로만 듣던 마드리드다. - 마드리드, 전쟁이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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