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인간'(정수윤 편역)에 실린 가지이 모토지로(1901~1932)의 '벚나무 아래는'(1928)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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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떤 꽃나무가 만개한 후 그 주변 대기 중에 신비한 분위기를 흩뿌리겠는가. 잘 돌아가던 팽이가 완전한 정지에 도달하듯이, 훌륭한 연주가 늘 어떠한 환각을 동반하듯이, 작열하는 생식이 일으키는 환각의 후광과 같은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매우 이상하고 생생한 아름다움이다.
아, 벚나무 아래는 시체가 묻혀 있다! 대체 어디서 온 공상인지 알 수 없는 사체가 이제 벚나무와 하나가 되어 아무리 머릴 흔들어도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나는, 저 벚나무 아래서 연회를 여는 마을 사람들과 똑같은 권리를 갖고, 꽃놀이 술을 마실 수 있을 것만 같다. - 가지이 모토지로, 「벚나무 아래는」
창작활동에 열중하면서 대학 시절 발병한 폐결핵이 악화됐다.「벚나무 아래는」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심상 풍경을 시적으로 묘사했다. 인간의 심리적 비밀에 다가가고자 했던 그의 실험은 서른둘의 나이에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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