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산문선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에 실린 '생명은 '시행’ 아닌 진실 자체'는 1984년 초에 쓰인 글로서 아래 옮긴 부분은 마지막 문단이다.


1984/1384 - Aydin Aghdashloo - WikiArt.org
[네이버 지식백과] 박경리 [朴景利] (한국의 고전을 읽는다, 2006. 9. 18., 최시한, 우찬제, 김영민, 장수익, 강영주, 공임순, 정현기, 류보선, 김주언, 양진오, 이상경, 김미현, 허윤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892271&cid=60554&categoryId=60554
많은 것들이 추상적으로 변모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풍월(風月)을 읊는다고 야유했듯이 지금은 추상을 읊는다고 야유할 시기는 아닐는지. 정상(頂上)에 꽂은 깃발의 의미를 배제하지 않아도 좋을 한가한 우리들인가.
도전(桃戰)과 승부욕(勝負慾)이 팽배해 있는 거리가 나는 두렵다. 신선한 생명의 약동으로 미화(美化)되었던 옛날의 화랑(花郞)이나 기사(騎士)는 그 희소한 존재로 하여 꽃이 되고 불이 되었지만 오늘의 문명은 날이면 날마다 세계 도처에서 도전과 승부욕에 불타게끔 사람들을 세뇌(洗腦)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은 모두 서로가 적(敵)인가. 모든 생명은 모두 서로가 적인가. 자연도 인간의 적인가. 적이라 생각하는 한에 있어서 무서운 보복은 불가피한 것이 아닐까. 마지막 두 사람도 적수(敵手)임을 면할 길이 없을 것만 같다. (1984.2.24) - 5. 생명은 ‘시행’ 아닌 진실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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