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산문선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로부터 옮긴다. 원주에 살게 된 저자는 산 이야기를 하다가 산 정상에 꽂는 깃발로 시선을 옮겨간다.

원주 시내에서 보이는 치악산(2018년 1월 10일) By Seohae1999 - 자작,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 그러면 그 깃발은 무엇이냐.

도전하여 얻은 승리의 표상(表象)임에는 틀림이 없겠는데 인내와 단련과 슬기로써 승리의 희열(喜悅)을 맛보려고 찾아가는 사람은, 그러나 그들은 걸음을 멈출 수도 있고 되돌아설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 반대로 도전받는 사람, 저 헐벗은 겨울나무같이 마지막 한계까지 시간을 견디어야 하는 사람, 그들이 대다수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사는 것같다. 산다는 데 있어서 도전함은 주(主)가 아니요, 도전에 대하여 그것을 뚫고 나가는 것이 주임을 우리는 잊고 있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치열한 생명(生命) 그 자체요, 결코 시행(試行)이 아닌 것을 우리는 언제부터 그것을 잊었을까. - 5. 생명은 ‘시행’ 아닌 진실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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