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산문집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는 작가의 원주시대를 담고 있다. 


원주 토지문화관 (2023년12월6일) By Youngjin - 자작, CC BY-SA 4.0







원주(原州)로 내려와서 햇수로 5년이던가. 그동안 조석으로 산을 바라보는데 나는 한 번도 감동한 적이 없다. 냉담하고 무관심하게, 무연(無緣)한 타인(他人) 대하듯이, 아마 산도 내게 그러했으리라. 산은 나를 부르지 않았고 나는 산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 너무나 컸고 나는 너무나 작았기 때문이었던가. 하기는 어릴 적부터 산을 보고 감동했던 기억은 별로 없다. 산이란 동서남북 선 자리에 따라 그 모양새가 달라서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일단 산속으로 들어가면 더욱 그러하다. 관습화한 의식 속에 산이란 개념은 있되 실제 산은 없고 구체적인 장소가 연이어져 있을 뿐이다. 막연하고 알 수 없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정상(頂上)에 깃발을 꽂으려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 5. 생명은 ‘시행’ 아닌 진실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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