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 | 공유 마당 https://gongu.copyright.or.kr/gongu/wrt/wrt/view.do?wrtSn=9001238&menuNo=200150 이효석의 단편소설 '일요일'은 1942년 1월 발표작이다.이효석은 그해 5월 35세의 나이로 별세한다.
'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단편전집 1'로부터 옮긴다.


Portrait of a young lady with a veil, 1907 - Jan Sluyters - WikiArt.org
일요일 - 이효석 l KBS WORLD Korean https://world.kbs.co.kr/service/contents_view.htm?lang=k&menu_cate=culture&id=&board_seq=437873&page=3&board_code=radiobook


준보는 사실 아내와 함께 자기도 세상을 버렸으면 하고 생각해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랑 없는 생활은 너무도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고 고독은 엄청나게 정신을 메말리는 것이었다. 고독은 사람을 귀족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지로 만들었다. 쓸쓸하고 초라한 거지의 신세로 살아서는 무슨 일을 칠 수 있을꾸 생각되었다. 잠들 때에나 잠을 깰 때 눈물이 자꾸만 줄줄 흘러서 베개를 적시는 것은 세상에서 단 한 사람 자기 혼자만이 아는 노릇이었다. 목청을 놓아서 울래도 넉넉히 울 수 있는 노릇이었다. 우유를 따뜻하게 데울 때에나 커피 냄새를 맡을 때 문득 아내의 생각이 나면서 목이 막혀 느끼곤 한다. 다시 두 번 결코 해도 달도 볼 수 없는 아내의 처지를 생각할 때, 지구가 여전히 돌고 세상일이 여전히 진행되어나가는 것이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불측하고 교만하고 이상스러운 일이었다. 가는 날 오는 날 아내가 부활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고 막막한 고독만이, 허무한 행운만이 남을 뿐이었다.
- 일요일
1940년 부인 이경원이 복막염으로 사망. 뒤이어 차남 영주도 잃음. 실의에 빠져 만주 등지를 방랑함.
1942년 5월 25일 뇌막염으로 사망. 부친에 의해 평창군 진부면에 부인 이경원과 나란히 안장됨. -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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