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림의 '말러' 중 '06_알마, 뮤즈인가 악처인가'로부터 옮긴다.


말러의 작업실 Komponierhäuschen (German for 'composition hut') in Steinbach am Attersee, where Mahler composed in the summer from 1893 By Furukama - Own work, CC BY-SA 3.0

이 커플이 결혼에 도달한 과정은 절대로 순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각자 녹초가 될 때까지 피를 말리는 신경전을 벌였다. 이 연애 기간 중 쓴 알마의 일기는 가관이다. 말러의 외모는 물론이고 그의 발음과 심지어 체취까지도 거슬린다며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나마 인정할 음악성조차 끔찍하게 빈약하다는 것이 결혼 전 말러에 대한 알마의 평가였다.
자신의 외모도 예술도 인정해 주지 않는 어린 알마를 제압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그로서는 나이뿐이었다. 알마의 철없는 생각을 지적하고 심지어 글씨체마저 트집 잡으며 일일이 그녀를 가르치려 들었다. 결혼 전부터 알마의 삶부터 생각까지 모든 것을 자신에게 맞추라고 강요한 점, 무엇보다 알마에게 작곡을 포기하도록 종용한 점에서는 가부장주의를 넘어서 예술가 특유의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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