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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50호 발표작인 백수린의 '호우'(2023)는 소설집 '봄밤의 모든 것'(2025)에 실렸다.





두 사람이 결혼을 약속하게 된 건 자연스러운 순리 같았다. 결혼식은 여름날에 예정되어 있었는데, 결혼식이 다가왔을 때 하필이면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비 오는 날 결혼하면 잘 산대." 우울해진 기분을 떨치려고 결혼식 전날, 그녀는 카페에 앉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창밖을 보면서 말했다. "우린 잘 살 거지만 그런 건 미신인 거 알지? 그냥 위로하려고 지어낸 말일 뿐이야." 남자가 말했다.

그녀가 이 시간에 도서관에 가지 않은 건 폭우 탓이었다. 이상기후가 점점 심해진다더니, 닷새째 비가 계속 퍼부었고 바깥출입이 어려워졌다. 상습 침수 지역은 주의하라는 알림 메시지와 산사태 위기 경보가 수시로 도착했다. 빌린 책이 연체되도록 그녀가 도서관을 방문하지 않은 건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규칙적으로 동네 도서관에 가는 건 그녀의 낙이었다. - 호우(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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