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희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 수록작 '남은 기억'(2019)의 한 장면이다. 작가의 입담이 대단하다. 말 그대로 웃프다......

April, 1969 - Allan D'Arcangelo - WikiArt.org


문학동네 2021년 겨울호에 윤성희 작가 특집이 실려 있다. 






"얼마 전에 일을 그만두었어. 그 아이 때문은 아니고, 암이 재발했으니 월급을 올려달라고 했거든. 원장이 안 된다 그러더라고." 영순은 학원을 그만두는 날 교실마다 달려 있는 액자를 훔쳤다. ‘자기 혼자 컸다고 생각하는 녀석은 크게 될 자격이 없다.’ 액자에는 그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영순은 훔친 액자를 거실에도 달고, 아이가 넷이나 있는 옆집 부부에게도 선물하고, 경비 아저씨에게도 주었다. "그랬는데도 남아서 가져왔어. 언니 주려고." 액자는 하얀색 종이에 싸여 있었다. 나는 액자에 적힌 글을 읽어보았다. "자꾸 읽다보면 슬퍼져. 그러니 하루에 한 번만 봐." 영순이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자기는 하루에 열 번씩 본다고 했다.

영순이 준 액자를 어항 옆에 두었다. 손자 녀석이 그 액자에 적힌 글을 읽더니 웃었다. "할머니, 이건 짱구 아빠가 한 말이야." 그러면서 손자는 자기 보라고 사온 거냐고 물었다. "할머니 친구가 줬어. 할머니 보라고." - 남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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