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늘의 포스트로부터: '겨울 간식집' 수록작 '한두 벌의 다른 옷'(박연준)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By Sabrina Spotti - Own work, CC0







성희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영혜는 우리보다 다섯 살이 많다. 몸이 약해 학교에 자주 못 나온다. 수업 중에 쓰러진 적도 있다. 영혜와 친한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혼자 지내고, 신비감에 휩싸여 있다. 부잣집 외동딸이다. 까다롭고 고급스러운 취향을 가졌다. 진짜 문학도다. 학부 때 시 잘 쓰는 애로 유명했다.

—너가 여름이구나. 이리로 와볼래?

영혜가 웃었다. 웃을 때 코에 주름이 잡혔다. 영혜는 왼손으로는 허리를 짚고 오른손으로는 아무렇게나 토막 낸 사과와 배, 오렌지를 냄비에 넣었다.

—너네 오기 전에 완성해 놓으려고 했는데 미안. 뱅쇼를 끓이려고 하거든. 마셔본 적 있어?

영혜는 미리 따놓은 와인 두 병을 과일이 든 냄비에 쏟아부었다. 냄비 밖으로 몇 방울, 붉은 와인이 튀었다.

—사실 나 뱅쇼 처음 끓여봐. 맛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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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1 2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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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1 22: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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