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동아서점 운영자 김영건이 쓴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로부터 옮긴다. 연휴 동안 각자의 서점을 방문하여 시름을 잠시 잊자, 그래 보도록 하자......

사진: UnsplashPhotos of Korea


[Travel 속초에서 보낸 게으른 시간https://v.daum.net/v/20241202163302470





긴 연휴가 지나고 나면 다녀간 사람이 많았던 까닭에 서가 곳곳이 휑하다. 생각보다 많은 빈 공간에 당황한 책들이 좌우로 기울어진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롭지만, 아주 가끔씩 팔리지 않던 책들의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할 때면 감격이 소용돌이 친다. 냉정하게 보면 그냥 책 한 권이 팔렸을 뿐인데도 나는 마냥 신기해한다. ‘내가 이 책을 여기에 숨겨놓은 걸 대체 어떻게 발견했을까!’ 드물고도 어렵게 주인을 만났으면 그걸로 그만이어도 좋으련만, 나는 한 번의 탄복에서 그치지 않고, 기어코 그 책들을 다시 주문하고야 만다. 어제는 모리스 블랑쇼의 《문학의 공간》을, 오늘은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이 책들이 단정한 모습으로 서가 구석구석에 꽂혀 있는 이유는 바로 서점이 세탁소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찾아올 당신을 위해, 당신이 맡겨둔 얼룩과 슬픔도 잘 다려놓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당신의 아름다운 세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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