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플이 작년의 독서라고 알려준 그림 동화 '어부와 그의 아내' - 그림형제 동화전집(현대지성)으로부터 옮긴다. 해와 달을 따 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하는 게 아니라 직접 떠오르게 하겠다니 주체적이지 않은가. 다만 권능을 성취하는 수단과 과정이 남편과 초월적 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한계이자 족쇄.
New Years New Moon - Theodor Severin Kittelsen - WikiArt.org
이윽고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시뻘겋게 물든 동녘 하늘을 보고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서 해가 뜨는 광경을 지켜보았습니다. 바로 그 때 ‘아, 내가 저 태양과 달을 떠오르게 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여보, 당신 지금 뭐라고 했소?"
"내 힘으로 태양과 달을 떠오르게 할 수 없다면 난 정말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여보. 내가 그저 그런 광경을 지켜 보고 싶어한다고만 생각하세요? 아뇨. 그것들을 내 힘으로 뜨게 할 수 없다면 난 더 이상 견딜 수 없을거예요." 그녀가 너무나 무섭고 끔찍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바람에 어부는 그만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 어부와 그의 아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