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게 안데르센을 어린이책으로 보고 난 후 가감 없이 잔혹동화로 다시 접했을 때의 놀란 동심이 기억난다.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의 세계는 잔인하고 엄격했다. 이 두 책 - 안데르센 동화집(계림)과 어머니 이야기(미르북) - 의 각기 마지막에 실린 '눈사람'과 '그림자'가 궁금해 읽기 시작했다가 나머지도 전부 다 읽었다. 


'그림자'는 해설에 따르면 "가장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으로 작가 안데르센 "자신의 이중적인 모습을 사악한 그림자로 표현" 또는 "그림자의 자아 찾기"로 볼 수 있다고. 어떤 면에서는 미운 오리새끼의 변형 같다. 잊고 있던 안데르센의 세계, 인과응보와 권선징악뿐만 아니라 환상과 동경도 가득한. 


빨간구두(발레 분홍신으로 알려진) 이야기는 여전히 끔찍하면서도 매혹적이고, '빵 밟은 소녀' 이야기가 알려주려는 바, 먹을 거 함부로 하면 죄 되어 벌 받는 건 동서고금의 계율인가 보다.












아침이 되자 짙은 안개가 주위에 깔리고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하지만 해님이 떠오르자 나무에 핀 눈꽃이 산호 숲 같았습니다. 그리고 가지마다 반짝이는 고드름이 열렸습니다.

"절대로 저 안으로 들어가선 안 돼. 난로 가까이 가면 넌 녹아 없어질 거야!" "그래도 가 보고 싶어."

눈사람은 하루 종일 창문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중략) 눈사람은 하염없이 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날씨였지만 조금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눈사람은 온통 난로에 대한 그리움뿐이었습니다. - 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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