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中庸 - 삶의 무게를 잡아주는 2500년의 지혜
자사 원작, 심범섭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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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중용이라고 하면 너무 나서지 않고 적당히 타협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의견이 부딪치면 양쪽 이야기를 조금씩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주장의 중간이 언제나 옳을까? 부당한 요구를 절반만 받아들였다고 좋은 판단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갈등을 피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어도 지켜야 할 것을 놓칠 수 있다.


심범섭의 <중용>은 이 고전을 변화하는 상황에서 삶의 무게중심을 잡는 실천 철학으로 풀어낸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상황을 살피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일이 함께 있어야 한다. 때로는 분명하게 말해야 하고 때로는 기다려야 한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태도를 중용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책에서 다루는 ‘시중(時中)’이 이 점을 이해하게 한다. 때와 상황에 맞게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이전에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라도 상대와 조건이 달라지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같은 방법을 고집하는 것이 원칙을 지키는 일은 아닐 수 있다. 반대로 분위기가 바뀔 때마다 기준까지 바꾼다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기 어렵다. 행동을 바꾸면서도 기준을 지키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필자는 《주역》의 자연관을 통해 《중용》을 바라본다. 계절이 바뀌고 낮과 밤이 이어지는 자연의 질서를 인간의 삶과 연결한다. 균형이라고 하면 멈추어 있는 상태를 생각했는데 자연은 계속 변하면서 유지된다. 사람의 생활도 비슷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힘을 써야 할 때 계속 물러서거나 쉬어야 할 때 무리하면 오래 이어가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행동이 무엇인지 살피는 데에도 노력이 든다.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 것을 무조건 부정하지 않는 부분도 현실적이다. 더 나은 생활을 원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얻는 과정과 얻은 뒤의 행동도 함께 봐야 한다. 가족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가족에게 쓸 시간이 없어지고, 좋은 성과를 내려고 주변 사람의 부담을 당연하게 여긴다면 처음의 뜻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무엇을 이루었는지만으로 내 선택을 설명할 수는 없다.




책의 이야기가 본분과 가정, 가까운 인간관계로 이어지는 점도 좋다. 도덕을 생각하면 사회의 큰 문제부터 떠올리지만 평소의 태도에서 드러나는 것도 많다. 밖에서는 조심하는 말을 가족에게는 쉽게 하고, 다른 사람과의 약속은 지키면서 가까운 사람과의 약속은 미루기도 한다. 편한 관계이니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시작한다는 말이 당연하면서도 쉽게 넘기기 어려웠다.


‘성(誠)’도 이런 생활 속에서 읽게 된다. 진심이라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약속을 지키고 맡은 일을 해내는 행동이 쌓여야 상대도 믿을 수 있다. 한 번 크게 마음을 쓰는 것보다 꾸준히 비슷한 태도를 유지하는 일이 더 어려울 수 있다. 형편이 좋을 때는 배려하다가 일이 풀리지 않으면 가까운 사람에게 날카로워지는 모습도 생각해본다. 내가 중요하게 여긴다는 가치가 내 기분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지 봐야 한다.


중용을 적당히 하라는 말로 이해하면 마음은 편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판단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양보할 것인지 주장할 것인지, 방법을 바꿀 것인지 더 기다릴 것인지 매번 살펴야 한다.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고 상황이 지나가기를 기다린 것을 균형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중용은 편하게 머물 자리를 정해주는 말이 아니었다. 내가 한 선택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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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
오사지마 마사오 지음, 박현아 옮김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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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더 좋은 집에 살고 소득도 늘어나면 지금보다 만족할 것 같다. 그런데 원하는 것을 얻은 뒤에도 또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온다. 전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 순간 부족해진다. 내 생활에 불편한 점이 생긴 것일까, 비교하는 사람이 달라진 것일까? 더 많이 가지는 방법은 찾아보면서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지는 잘 묻지 않는다.


오사지마 마사오의 <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은 이런 고민과 연결해서 읽게 된다. 동양철학이라고 하면 사상가의 이름과 어려운 용어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욕심을 어떻게 바라보고 사람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는 지금도 겪고 있는 문제이다. 오래된 생각이라서 현실과 멀어진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고민이 남아 있는 셈이다.


우리는 선택을 잘하려고 정보를 모은다. 어떤 직업이 좋은지, 무엇을 배우면 도움이 되는지 알아본다. 그런데 장단점을 알고도 결정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생활을 원하는 사람과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사람은 같은 기회 앞에서도 선택이 다를 것이다. 남에게 좋은 방법을 많이 안다고 내가 원하는 삶까지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비교할 때는 이 기준이 더 쉽게 흔들린다. 잘 지내다가도 누군가 좋은 집으로 이사했다는 말을 들으면 내 집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 갑자기 필요해진다. 다른 사람을 보면서 배우는 일도 있지만 그 사람이 얻은 것을 나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끝이 없다. 내가 가진 것을 평가하는 일을 매번 남의 소식에 맡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을 모두 버릴 수는 없다. 목표가 있으니 노력하고 새로운 일도 시작한다. 다만 얻을 것만 생각하는 동안 무엇을 잃고 있는지는 봐야 한다. 더 벌기 위해 쉬는 시간을 계속 줄이고, 인정받기 위해 가까운 사람과의 약속을 미룰 수도 있다. 원하던 결과를 얻었는데 생활은 더 힘들어졌다면 처음에 무엇을 원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욕심을 다루는 문제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관계에서도 내가 옳다는 생각이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배려했으니 알아줄 것이라 기대하고 충분히 설명했으니 이해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는 다른 사정과 기준을 가지고 있다. 서운함이 생겼을 때 상대의 잘못만 따지면 내가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놓친다. 참아야 한다고 결론 내리기 전에 왜 화가 났는지 아는 것이 먼저이다. 그래야 말해야 할 것도 조금은 분명해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보다 왜 하려고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바쁘게 움직일 때는 끝낸 일을 확인하지만 그 일을 하느라 뒤로 미룬 것은 잘 보지 않는다. 철학을 읽는 시간이 당장의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아도 이런 계산을 다시 해볼 여유는 준다. 남의 삶을 보느라 내 생활을 너무 쉽게 부족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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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이동 트렌드 2027 : 투자와 소비의 기준을 바꿀 - 머니 엑소더스·칩 리퍼블릭·영 캐피털·와트 러시·실리콘 칼라·슬림노믹스·오션 리쇼어링·K-에브리씽·머니 릴레이·펫 페어런팅
손희애 지음 / 황금부엉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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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어떤 산업이 유망하다는 말을 들으면 관련 기업부터 찾아본다. AI가 성장한다고 하면 반도체를 떠올리고 한국 문화가 인기를 얻으면 콘텐츠 기업에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시장이 커진다고 그 안의 기업이 모두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매출보다 비용이 더 늘어날 수도 있고 경쟁 때문에 이익을 남기기 어려울 수도 있다. 성장한다는 이야기 다음을 봐야 한다.


손희애의 <부의 이동 트렌드 2027>은 경제와 기술, 산업과 소비의 변화를 돈의 이동으로 살펴본다. ‘머니 엑소더스’, ‘칩 리퍼블릭’, ‘와트 러시’, ‘실리콘 칼라’ 등 10개의 키워드를 다룬다. 반도체와 전력에서 청년의 생활, 조선, 상속과 반려동물 산업까지 범위가 넓다. 각각을 따로 기억하기보다 어떤 변화가 다음 지출을 만드는지 연결해서 읽는 편이 좋다.


반도체와 전력을 이어서 보는 부분이 흥미롭다. AI를 사용하려면 칩이 필요하지만 칩만 있다고 작동하지는 않는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전기도 있어야 한다. 책은 ‘와트 러시’에서 발전량과 함께 필요한 곳까지 전력을 연결하는 능력에 주목한다.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속도와 기반시설이 갖춰지는 속도는 다를 수 있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제품 바깥에도 해결해야 할 일이 남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산업을 공부하는 질문도 바꾼다. 무엇이 많이 팔릴지 알아보면서 그것을 만들고 운영하려면 무엇을 더 사야 하는지도 보게 된다.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은 어디인지, 그 문제를 해결할 기업은 누구인지 생각한다. 물론 꼭 필요한 산업이라는 사실만으로 개별 기업의 성과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 실제 주문과 비용, 이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실리콘 칼라’는 같은 변화를 일자리에서 살펴본다. 책은 AI가 직업 전체를 없애는지보다 그 안의 어떤 업무를 줄이는지에 주목한다. 특히 신입이 맡아오던 업무의 변화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기업이 인건비로 쓰던 돈을 소프트웨어에 쓰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는 매출이 된다. 하지만 일을 하며 경험을 쌓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줄어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돈이 이동한다는 말 안에는 이런 차이도 들어 있다.




새로운 기술만 돈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펫 페어런팅’과 ‘머니 릴레이’에서는 생활과 가족의 변화를 읽게 된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생활은 먹거리에서 건강관리와 주거, 여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속 역시 자산을 넘기는 일에 금융과 법률, 돌봄이 연결된다. 사람들이 누구와 살고 무엇을 걱정하는지가 달라지면 비용을 지불하는 곳도 달라진다.


책의 첫 키워드인 ‘머니 엑소더스’는 이 흐름을 국경 밖까지 넓힌다. 수출이 잘되면 원화도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은 무역과 자금 이동을 함께 살펴본다. 여러 시나리오를 다루는 것도 한 가지 지표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전망의 결론만 기억하면 그 결론이 달라질 조건을 놓친다. 책에서 무엇을 예상했는지만큼 무엇을 근거로 삼았는지도 읽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어떤 키워드가 가장 유망한지 고르는 것보다 연결되는 과정에 더 관심이 갔다. AI가 성장하면 전력이 필요하고 업무가 달라지면 기업의 비용과 개인의 소득도 영향을 받는다. 돈이 들어오는 곳을 찾으려면 그 돈을 누가 왜 지불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성장 산업이라는 이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다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까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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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읽는 힘, 사기열전 - 2천 년 전 고전에서 배우는 70가지 인생 수업
김태현 지음, 사마천 원작 / 리텍콘텐츠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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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관중과 포숙아의 이야기는 사람을 알아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눈앞의 부족한 모습만 평가하지 않고 그 사람이 처한 사정과 가능성까지 보는 것이다. 반면 춘신군의 몰락에서는 가까운 사람의 야심을 읽지 못한 문제가 드러난다. 사람을 잘 알아본 관계와 그러지 못한 관계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


김태현의 <사람을 읽는 힘 사기열전>은 사마천이 기록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욕망과 관계, 성공과 실패를 살펴본다. 왕과 장군뿐 아니라 책사와 상인, 자객까지 다양한 사람이 등장한다. 인정받고 싶어 하고 더 많은 것을 원하며 자존심 때문에 판단을 그르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무슨 일을 이루었는지와 함께 누구를 믿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 읽게 된다.


춘신군의 이야기를 보면 가까운 사람을 보는 일이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조심하면서 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게는 확인을 생략하기 쉽다. 행동이 달라져도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넘긴다. 나에게 그럴 사람은 아니라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친한 사이여도 원하는 것이 같지는 않을 수 있다. 상대가 달라진 것인지 내가 한쪽 모습만 보고 있었던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다고 사람을 경계하는 법만 배우는 책은 아니다. 관중과 포숙아의 관계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손해를 줄 사람을 가려내는 일만큼 누군가의 장점을 알아보는 일도 어렵다. 이미 성과를 낸 사람을 칭찬하기는 쉽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능력을 믿으려면 그 사람을 오래 보고 사정을 이해해야 한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면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그런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범저와 채택의 이야기에서는 성공 이후의 선택이 남는다. 원하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노력해도 언제 물러날지는 준비하지 못할 수 있다.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 더 얻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동안의 판단이 맞았다는 경험도 자신감을 준다. 그런데 그 자신감 때문에 달라진 상황을 놓칠 수도 있다.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된 태도가 계속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장이와 진여의 관계는 권력과 자존심이 우정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준다. 함께했던 시간이 길면 기대도 커진다. 내가 해준 것을 상대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끼면 지난 일까지 다시 따지게 된다. 처음에는 함께 이루려던 일이 중요했는데 어느 순간 누가 더 많이 했는지가 중요해진다. 관계가 무너진 뒤에야 자존심을 지키려고 무엇을 잃었는지 알게 될 수도 있다.


백이와 숙제의 삶에서는 원칙과 보상의 문제를 마주한다. 원칙을 지켰다고 좋은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래도 지킬 것인가? 성공한 사람의 선택만 따라가려고 했다면 멈추게 되는 질문이다. 무엇을 얻었는지와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함께 봐야 한 사람의 삶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를 아는 독자의 입장에서 과거의 선택을 너무 쉽게 평가하고 있지는 않았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어떤 사람을 믿어야 할지 알고 싶어서 읽는다. 하지만 읽다 보면 내 판단에도 의문이 생긴다. 친절하다는 이유로 믿었는지,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가능성까지 낮게 보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후회에는 내가 보고 싶은 모습만 보았던 시간도 들어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인물들은 남을 판단할 기준이 되면서 그 기준을 나에게도 적용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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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걸어온 길 나아갈 길 - 대한민국에 다시 묻다
최영한 지음 / 미어캣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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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룬 성장은 자랑스럽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거쳤고 한국의 기업과 문화가 해외에서도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나라가 잘살게 되었다는 말에 각자의 생활도 그만큼 좋아졌다고 답할 수 있을까? 일자리를 구하고 집을 마련하고 자녀를 교육하는 일은 여전히 부담이다. 성장하면 해결될 것 같았던 문제들이 계속 남아 있다.


최영한의 <우리가 걸어온 길 나아갈 길>은 대한민국이 지나온 과정을 정치·경제·교육·문화·사회라는 다섯 영역에서 돌아본다. 성취를 인정하면서 그 안에 남은 문제와 앞으로의 방향을 살펴본다. 과거에 잘했던 방식이라고 지금도 같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공한 경험이 강할수록 다른 방법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교육에 대한 문제 제기가 특히 그렇다.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좋은 성적과 대학 진학이 여전히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그 안에서 학생들은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정답을 빨리 찾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필자는 생각하는 힘보다 답을 고르는 요령에 치우친 교육을 비판한다. 다르게 생각하라고 말하면서 정해진 답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평가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책은 교육과 지역 간 격차를 부동산 문제와도 연결한다. 사람들이 특정 지역에 살고 싶어 하는 이유에는 자녀의 교육과 일자리, 생활의 기회가 함께 들어 있다. 집값이 비싸다고 말하면서도 그곳으로 가야 한다고 느낀다면 가격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교육 때문에 이사하고 주거비를 감당하기 위해 더 일하는 생활을 개인의 욕심만으로 설명할 수도 없다.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 자체를 살펴야 한다는 관점이다.


성장의 결과를 누구의 자리에서 보느냐도 중요하다. 경제 규모가 커졌다는 사실과 내가 앞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은 다르다. 기회가 있다고 해도 그 기회에 접근하는 비용이 크면 체감하기 어렵다. 책에서 다루는 양극화와 사회적 격차도 이런 차이로 읽힌다. 더 노력하면 된다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격려가 되지만 이미 버티고 있는 사람에게는 답이 되지 못할 수 있다.




문화에 대해서는 우리만의 철학을 묻는다. K-컬처가 알려지는 것에서 더 나아가 어떤 생각을 담을 것인지 고민하자는 것이다. 해외에서 많이 소비된다는 사실 외에 무엇으로 기억될지도 생각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철학을 정하는 것보다 서로 다른 삶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의 이야기 안에 어떤 사람은 자주 등장하고 어떤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필자는 ‘향기 나는 선진국’을 이야기한다. 경제적 성취 다음에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한 표현으로 느껴진다. 높은 성적과 많은 소득을 얻은 사람 외에도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중받아야 한다. 창의성을 강조하는 것도 정해진 길을 잘 따라가는 것 외에 다른 가능성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선택을 하려는 사람에게 제도와 기회가 얼마나 열려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걸어온 길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마음과 앞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은 함께 가질 수 있다. 현재의 문제를 말한다고 이전 세대의 노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노력이 만든 사회에서 이제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책 제목의 두 길은 그렇게 이어진다. 우리가 이룬 성장을 다음 세대에게 설명할 때 그 위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게 했는지도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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