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영화관 ㅣ 환상 시리즈
호리카와 아사코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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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우체국』을 시작으로 『환상 영화관』, 『환상 일기점』 등 호리카와 아사코의 일곱 편의 '환상 시리즈'중 한 편을 만나보았다. 《환상 영화관 幻想映画館》은 제목이 알려주듯이 평범한 영화관은 아니다. '게르마 전기관' 이라는 이름부터 오랜 전통을 느끼게 하는 묘한 영화관이 배경이다. 이야기는 묘한 영화관보다 더 '이상한' 소녀 스미레가 영화관에 숨어들면서 시작된다.


귀신,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누구에게 알려야 할까? 나라면 비밀로 할 것 같은데. 읽는 내내 묘한 매력을 발산하던 스미레는 교실에서 자기소개로 귀신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런 황당한 소개를 믿는 아이가 있으면서 이야기는 묘한 방향으로 흐른다. 히라이는 자신의 방에 있는 귀신을 쫓아달라고 의뢰한다. 하지만 스미레는 영혼을 볼 뿐 자신이 무슨 능력이 있는지 모른다. 그러니 당연히 거절했고 그 거절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스미레는 이 영화관이 특별한 영화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딱 여기까지는 우정과 귀신을 다룬 판타지 성장 소설이다. 복선처럼 자꾸 던지던 '악덕 외판원들의 의문의 연속 실종'은 이야기를 통째로 미스터리 스릴러로 반전시킨다. 악덕 외판원과 영혼은 어떤 관계일까? 환상 영화관과는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을까?


300 페이지가 되지 않는 분량의 짧은 소설에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보여준다. 귀신과 사랑을 나누는 사람도 있고, 스미레를 응원해 주는 진정한 어른도 보이고, 안타까운 고독사도 보인다.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귀신과 억울한 죽음이 등장하는 어둡고 차가운 이야기를 묘한 매력을 가진 스미레와 마리코가 밝고 따스한 이야기로 전환해 주는 환상을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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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의 가만히 듣는 마음 - 음악으로 감정을 사유하는 방법에 대하여
메르헨 지음 / 더웨이브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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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메르헨Marchen〉을 운영하고 있는 메르헨의 첫 음악 에세이를 만나보았다. 《메르헨의 가만히 듣는 마음》에서 '가만히 듣는 마음'은 풍경 속에 담긴 세밀한 결을 글이라는 그릇에 옮겨 담으려는 시도라고 한다. 마음의 밑바닥, 심연에 있던 '무의식'을 글로, 문장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바탕을 '음악'에 두고 있다. 차분하게 흐르는 피아노 선율이 글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 그곳에는 '마음'이 있다. 음악에 담긴 마음이 글이 되고, 문장에 담긴 의미가 음악이 되는 색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메르헨의 가만히 듣는 마음》의 기본 구성은 아름다운 음악을 통해서 마음속 이야기를 보여주고 그 음악의 깊은 이야기(음악 노트)를 들려준다. 그리고 각 장의 마무리는 우리들 마음속 깊은 곳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감정의 여백'이라는 코너가 맡는다. 감성적인,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빈 공간에 답을 생각해 보게, 적어보게 하고 있다. 아름다운 음악이 철학적인 메시지와 조화를 이루어 시적인 공간을 만들어낸 멋진 책이다. 감정의 흐름이 요동칠 때 열어본다면 매력적인 선율의 차분한 흐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심연에 잠긴 마음이 메르헨의 글로 재해석되면 마음을 담은 시詩가 되는 듯하다. 《메르헨의 가만히 듣는 마음》에는 시적인 언어와 아름다운 음악이 함께 흐른다. 그 흐름의 중심에는 '공감'이 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가슴에 와닿아 아름다운 시詩처럼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마음속 깊은 울림이 피아노 선율을 타고 오래도록 가슴속에 머문다. 저자는 시인詩人일까? 음악가일까? 저자의 글을 만나본다면, 저자가 설명하는 음악을 만나본다면 나의 고민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음악이 마음속 깊은 곳의 사유를 만나 글이 된다면 아마도 시詩가 될 것이다. 문장을 읽고 있는데 시詩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시간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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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쫄지 마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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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 막판까지 깡으로 버텨야 해. 쫄지 말고, 한눈팔지 말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스티븐 킹의 《절대 쫄지마 NAVER FLINCH 》를 만나보았다. 영화 『미저리』와 『쇼생크 탈출』를 통해서 영상의 원작자로 먼저 만났었던 작가 스티븐 킹의 작품은 늘 재미와 의미를 함께 할 수 있어 좋다. 스릴러에 사회 문제를 녹여 공포심을 배가培加시키고 있다. 이번 작품은 독특한 제목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절대 쫄지마' 누가 누구에게 던지는 말일까? 용기를 북돋는 응원일까? 상대의 흥분을 자극하는 것일까? 흥미로운 제목의 의미는 도입부에서 쉽게 파악이 되지만 그 의미가 품고 있는 잔인함은 이야기 흐름의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p.16. 나는 열세 명의 죄 없는 자와 한 명의 죄지은 자를 살해할 것이다. 그로써 죄 없는 자의 죽음을 초래한 사람들이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것은 속죄 행위다. - 빌 윌슨


약물중독자 모임에 참석한 '트리그'의 이야기로 시작한 소설은 경찰서에 배달된 살인 예고장으로 이어진다. 살인 예고장은 약물중독자 모임을 만든 빌 윌슨의 이름으로 작성되었다.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겠다는 범인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수감 중이던 수감자의 죽음을 자신의 폭주 원인으로 밝히고 있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선량한 이들을 죽인다는 것이다. 살인 예고장이 이야기 흐름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 케이트를 향한 독극물 테러이다. 숨 가쁘게 전개되던 두 사건은 사립탐정 홀리 기브니를 통해서 교차하게 된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현실의 문제를, 오늘의 사회상을 담고 있어서 더욱더 현실감 있는 공포를 느끼게 한다. 《절대 쫄지마》에서도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아니라 알고 있어서 더욱 무서운 서늘한 공포를 보여주고 있다. 법을 무시한 사적 제재라는 두려운 결과물과 양극화가 만든 사회문제가 주는 두려움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600여 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이 담고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반전과 복선을 찾아보는 재미는 제목 '제발 쫄지마'가 가진 반전과 복선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많은 작품들이 영상화된 작가의 작품인 까닭인지 페이지를 넘기면서 다음 장면을 그리게 된다. '13명'이 뜻하는 의미는 무엇인지 또 '제발 쫄지마'의 진짜 의미는 어떤 것인지 풀어가던 이야기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사립탐정 홀리 기브니의 활약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보이는 독특한 개성들이 이야기를 더욱더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모두가 주인공 같다. 미스터리 스릴러의 색다른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면 검증된 스토리텔링 작가의 매력적인 주인공들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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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권력의 법칙 - 감정과 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조직을 움직이는 법 ㅣ 서가명강 시리즈 46
이강재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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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의 46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이강재 교수의《한비자, 권력의 법칙》은 한비자의 법가 사상을 쉽고 편안하게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공자와 맹자 즉 유가 사상을 연구해온 고전학자로 공자의 유가 사상과 한비자의 법가 사상을 비교하며 함께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더 흥미롭고 재미나게 만날 수 있었다. 제자백가 중 하나로 스치듯 만났던 한비자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를 준 책이다.


p.43. 무엇보다 한비자가 가장 강력하게 경계한 것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여 민심에 휘둘리는 착한 리더의 비극이었다.


《한비자, 권력의 법칙》의 기본 구성은 서가명강 시리즈의 구성을 따르고 있다. 본문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고, 본문의 마무리는 'Q/A 묻고 답하기'가 맡고 있다. 서가명강 시리즈의 시그니처 'Q/A 묻고 답하기'는 이번에도 커다란 매력을 발산한다. 한비자, 법가 사상과의 만남을 깊게 또 넓게 만들어주고 있다. 전국시대의 법가 사상이 가슴에 팍 꽂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군주와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했던 법가의 법치주의가 부러운 까닭은 무엇일까?


p.132. 그가 제시한 법의 대원칙은 '법불아귀法不阿貴'로 요약된다. 법은 귀한 사람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태자의 죄를 물어 태자의 스승들에게 벌을 줄 수 있었던 법가 사상. 개인을 위해, 권력자를 위해 법을 바꾸려 하는 소인배들이 한비자의 사상을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법률이 아닌 온정으로 법을 집행하려는 이들에게 한비자의 사상을, 이 책《한비자, 권력의 법칙》을 선물하고 싶다. 법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고, 법의 적용은 모두에게 공정하고 평등해야 한다. 사법정의가 흔들리고 있는 오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상을 담은, 꼭 필요한 책이다.


p.217. 법의 공정한 시스템을 받아들이되, 그 위에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인의 정신을 얹는 지혜, 요컨대 두 사상의 상호 보완적인 공존이다.


한비자는 '온정주의'를 조직 내에 치명적인 부조리를 낳게 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대중의 마음에 영합하는 정치를 경계했다. 법의 본질을, 올바른 통치를 돌아보게 만드는 날카로운 질문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한비자韓非子』의 매력을 정말 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시대의, 일의 변화에 따라 대비책도 달라져야 한다는 한비자의 유연함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자신의 주장을 많은 이야기와 사례들로 설명하고 있어서 정말 쉽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서가명강의 매력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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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관 초연속 살인 사건 - 마녀는 X와 죽기로 했다
미나미 아소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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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예 미스터리 작가 미나미 아소부의 제25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오른 《영겁관 초연속 살인 사건》을 만나보았다. 영겁永劫이라는 단어가 알려주듯이 반복되는 시간속에 갇힌 주인공들이 타임루프를 벗어나 보려는 힘겨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 밀실이라는 공간적인 제약까지 설정하고는 살인 사건을 일으킨다. 타임루프를 끊어내기도 벅찬데 동생을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한 오빠의 사랑이 소설의 한 축이 된다.


p.29. 동생의 눈물을 멈출 수만 있다면 지금 나는 신조차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히스클리프는 브래드버리 가문의 차지 당주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3년 만에 조지안 양식의 저택으로 돌아온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준비하던 밤 낯선 손님이 찾아오고 그때부터 히스의 고난이 시작된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동생 코델리아를 지키려는 오빠 히스에게 '동반의 마녀' 릴리 주디스는 많은 이야기와 능력을 보여준다. 회귀와 동반 능력, 그로 인해 100년을 살고 있는 마녀 릴리가 몰락한 귀족 히스를 찾아온 까닭은 무엇일까?


p.145. 그리고 지금이 일곱 번째 '회귀', 즉 여덟 번째 세계라는 것이다.


'지난번의 오늘','반복되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하고 매일 그 사건 전으로 돌아오지만 사건은 다른 모습으로 같은 결과를 만든다. 매일이 반복되는 데 미스터리의 답은 전혀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주지 않는다. 패턴은 매번 같다. 여동생 코디가 살해당하고, 마녀 릴리도 살해당한다. 그리고 릴리는 회귀하고 그 동반자로 히스를 선택한다. 정말 릴리의 회귀는 반복되지만 시간과 공간만이 반복될 뿐 사건과 사고는 매번 모습을 달리한다. 정말 흥미롭고 재미나다. 능력이 뛰어난 마녀라면 한 번에 범인을 잡을 것 같은데 17세의 귀여운 마녀의 한계인지 매번 히스와 썸만 쌓는듯하다.


마녀 릴리와 당주 히스의 로맨스가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동안 회귀와 동반을 반복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돌아오는 타임루프가 지루하지 않은 까닭은 주변 인물들의 재미나고 독특한 개성 때문인듯하다. 등장인물 각자가 들려주는 개성 있는 이야기도 폭풍으로 고립된 저택의 밀실 살인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처음 만나는 작가 미나미 아소부의 다음 작품이 너무나 기대된다. 레벨 업된 마녀 릴리를 꼭 다시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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