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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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과 함께 서스펜스 소설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며 매년 2000만 부 이상이 팔리는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딘 쿤츠의 <어둠의 눈>을 만나본다. 띠지에 '2020년 전 세계 역주행 베스트셀러 1위'라는 설명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영어권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일본에서도 소설 1위. 아마도 40년 전 '코로나19'를 예견한 소설이라는 점이 인기의 원인인듯하다. 중국 우한 지역의 연구소에서 만든 바이러스가 조연으로 출연한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지역과 일치하니 너무나 신기하다. 40년 전에 쓴 소설 속에서 오늘의 이야기를 만나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는 여주인공 티나의 긴장감 넘치는 4일 동안의 모험?담이다. 12월 30일부터 1월 2일까지. 4일 동안 주인공 티나에게는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산악캠프에 참여했던 아들 대니가 사고로 죽은 지 1년이 되었지만 티나는 아직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아니 요사이 악몽의 수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거기에 아이의 방에 있는 칠판에는 '죽지 않았어'라는 말이 적혀있다. 누군가 집안에 침입한 것이다. 지워도 다음날 다시 적혀있는 섬뜩한 문장. 도대체 누가 왜 적어놓은 것일까? 이야기는 이 의문을 품고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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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티나와 엘리엇의 사랑, 아들 대니를 향한 엄마 티나의 사랑. 그리고 초자연적인 힘의 등장도 엄마 티나에 대한 아들 대니의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이를 찾는 엄마의 애틋한 사랑이 정말 강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4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의 이야기이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는 4년 같은 4일이었을 것 같다. 첫눈에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 티나와 엘리엇이 느닷없이 찾아온 의문의 사나이들에게 쫓기기 시작하며 소설의 긴장은 극에 달한다. 하지만 작가는 남녀 간 사랑의 행위도, 자동차 추격신과 총격전의 표현도 섬세하지만 과한지 않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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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이지 않은 지적인 두 남녀는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는데, 그럴 때마다 목숨을 담보해야 한다. 진실을 숨기려 하는 미국 정부 기관은 어디일까? 가상의 조직이지만 정말 존재해서는 안될 조직 같았다. 하지만 돔비 박사의 말처럼 절대로 없어지지도 않을 것 같다. 초자연적인 두려움과 두 남녀의 로맨스 그리고 깊은 모성애까지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풍부한 이야기 속에 개인의 권리를, 자유를 무시하는 어두운 권력의 무서운 음모도 만날 수 있다. 서스펜스 스릴러 로맨스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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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원전 완역판 세트 - 전10권 ㅣ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5
요시카와 에이지 엮음, 바른번역 옮김, 나관중 원작 / 코너스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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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너무나 재미나게 읽었었던 나관중의 「삼국지」를 다시 만나보았다. 정확하게는「삼국지 연의」이다.「삼국지」는 진나라의 진수가 지은 기전체의 정사이고,「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나관중이 지은 소설이다. '연의(演義)'는 '사실을 부연하여 재미나게 설명하는 것'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즉 정사「삼국지」에 재미난 일화 등이 더해져「삼국지연의」라는 흥미로운 소설이 탄생한 것이다. 작품의 인기만큼이나 다양한 버전의 삼국지가 창작되었다. 소설, 만화,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동양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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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상대하지 말라고 한다. 전자는 무지해서이고 후자는 삼국지가 알려주는 교훈과 지혜를 모두 습득해서 영악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으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삼국지를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한 번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지혜를 얻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다. 거기에 삶을 대하는 진정한 자세를 배울 수 있다. 학창시절 접했던 재미난 영웅호걸 이야기는 이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는 사람 사는 이야기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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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난 <삼국지>에는 어려서 흥미롭게 읽었던 칼싸움이나 전투에 대한 디테일한 표현은 적다. 대신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정말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또 편저자 요시카와 에이지의 생각도 볼 수 있어서 삼국지를 조금 더 깊이 있게 만날 수 있었다. 필자는 나관중의 원서 느낌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 시(詩)를 싣고, 사자성어(四字成語)를 대화에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또 소설의 전개를 대화가 주로 맡아서 스토리 전개가 속도감을 가지고 있다. '요시카와 에이지 상'이 제정될 정도로 일본에서 인정받고 있는 작가가 그려낸 <삼국지>에는 재미와 흥미 그리고 교훈과 지혜가 정말 잘 버무려져 있어서 즐겁게 삼국지를 접할 수 있었다. 열권의 세트이지만 삼국지의 매력과 이 책만이 가진 매력이 더해져 너무나 즐겁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처음 읽을 때는 역사에 집중해서 읽었다면 이번에는 요시카와 에이지의 도움으로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집중해서 읽었다. 즉 작가가 만들어놓은 '허구'에 더 집중해서 읽은 것이다. 역사를 소설로 만나본 것이다. 처음 읽고 나서는 유비와 공명이 남았었는데 이번에 읽고 나서는 관우와 조조가 남았다. 다음번에는 누가 남을지 벌써 기대된다.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서는 즐거움을 가진 책들이 고전이다. 삼국지가 가진 매력은 보는 관점에 따라 늘 새롭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조의 인간 됨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었고, 현대 중국에서 관우가 왜 신(神)이 되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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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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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0. "망각은 우리를 노예의 길로 이끌지만 기억은 우리를 구원합니다."

p.376. "마음속으로 계속 생각하는 한 우린 무엇도 잃어버리지 않아요."

<나의 기억을 보라>는 한 제자가 스승의 가르침을 세상에 알리는 책이다. 이 책으로 저자 아리엘 버거는 전기(biography)로는 32년 만에 '전미 유대인 도서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엘리 위젤의 일생을 다루지는 않는다. 그가 강단에서 교육했던 내용과 저자와의 대화, 제자들과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서 엘리 위젤의 가르침을 촘촘하게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스승 엘리 위젤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다. 엘리 위젤은 15세에 아우슈비츠에 수감되었고 그곳에서 어머니와 세 명의 여동생이 살해되었고, 아버지는 해방 직전에 수용소에서 사망하였다. 가족을 잃은 엘리 위젤은 전쟁 후 10여 년간 홀로코스트에 대해 언급하지 않다가 1958년 회고록「밤 La Nuit」을 프랑스에서 출간하였고, 1960년 미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1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1976년부터 2011년 은퇴할 때까지 40년 가까이 보스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세계 각지의 폭력과 억압, 인종 차별과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8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아픔을 견디고 상처를 극복하는데 안주하지 않고 불신과 광기에 맞서 싸우며 도덕적인 삶을 가르쳤다.

 

엘리 위젤은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무엇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기억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기억'의 중요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엘리 위젤이 가르친 '기억'이란 역사적인 아픔을 단순히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배움을 통해서 도덕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요소로서 '기억'을 말하고 있다. 과거의 잘못을 다시 범하는 우를 피하는 방법으로서 '기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기억은 꾸준한, 쉬지 않는 '배움'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배움은 도덕적인 삶으로 이어진다.

 

기억의 중요함을, 배움의 소중함을 이 책은 총 7장에 나누어 담고 있다. 학생들과 토론에 등장하는 유대교 랍비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토론을 유도하기 위해 제시되는 이야기들 속에서 재미와 함께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엘리 위젤은 열린 교육이 무엇인지, 배움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 스승을 그리워하며 자신도 올바른 가르침을 이어가고 있는 저자의 경험담도 책의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점은 살면서 한 번쯤 부딪치게 될지도 모르는 다양한 질문들의 답을 얻을 수 있는 지혜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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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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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오 징팡은 이 단편 소설집 <인간의 피안>으로 2017년 제16회 중국문학미디어상 '올해의 유망 신인 작가'로 선정되었다. 작가는 2016년 중편소설 「접는 도시」로 SF 최고 문학상인 휴고상을 수상한 중국을 대표하는 SF 작가이며 중국발전연구재단에서 국가정책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인재이기도 하다. 글짓기 대회 수상으로 베이징대학 중문과 입학 자격을 얻었지만 칭화대학 물리학과에 입학해서 천체물리학 석사학위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이 이 작품집 속 단편들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과학자로서의 '이성'과 인문학자로서의 '지성'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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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피안>이라는 제목을 접하고 '피안'이라는 단어가 불교에서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깨달음의 세계' 정도로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SF 소설 제목으로 어울릴까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되었다. 인간 심연의 본성을 그린 작품에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소설들을 접하면서 이 책의 제목이 가진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작가는 단순하게 미래 세계에서 일어날 사건들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갈 우리의 본성에 생각을, 의식을 담아내고 싶었던 것 같다. 인간으로서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와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아보고 싶었던 듯하다.

 

중국은 원숭이 복제를 세계 최초로 성공하였고 AI(인공지능) 분야에서도 미국의 기술을 거의 따라잡은 나라이다. 그런 까닭으로 이 작품 속 AI(인공지능)의 모습은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AI(인공지능)과 첨단 유전공학의 조합이 만들어낸 새로운 인류가 등장하는 것이다.「영생 병원」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은 '뇌 복제'라는 기술을 바탕으로 겉모습뿐만 아니라 지나온 과거 '추억'도 가지고 있다. 암으로 죽어가던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여 완치되어 나온다. 그런데 주인공은 출입이 통제된 병원에 매일 밤 몰래 들어가 어머니가 점점 더 쇠약해지는 모습을 보았고, 전날 밤에도 죽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병실에서 보았기에 다음날 집에 돌아온 어머니를 인정하지 못한다. 그렇게 병원을 조사하던 주인공 첸루이는 엄청난 비밀을 알아내게 된다. 개인적으로 작품집에서 가장 흥미롭게 보았던 작품이다. 대반전을 만나는 순간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품집에 실린 다른 작품들도 모두 흥미롭고 재미나다.「사랑의 문제」에서는 인간의 '감성'과 인공지능의 '이성'이 법정에서 진실을 놓고 다툰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서 가족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인간의 섬」에서는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지구 이야기를 통해서 인류에게 '자유'란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있다.「건곤과 알렉」을 통해서 작가는 완벽한 AI(인공지능)는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고 있다. 나이가 세 살 반인 알렉을 파악하지 못해서 연실 '이해하기 어려움'을 연발하던 글로벌 AI 건곤의 마지막 기록에서 인류의 바람을 엿볼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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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난 SF 소설을 만나보았다. 미래 세계에 대한 상상도 재미나고 흥미로웠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류의 모습에서 오늘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미래의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들 본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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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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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 윌리엄 포크너가 '20세기 최고의 소설'이라고 극찬한, 20세기 미국 현대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인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을 만나보았다. 영화, 문학, 음악 등 문화계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준 소설로 사이먼과 가펑클, 빌리 조엘 등의 수많은 뮤지션에 영향을 준 현대문학의 고전이다. 10년 이상 미국 내 도서관 대출건수 1위를 차지했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더 흥미로운 점은 작가의 '은둔'이다. 작가는 1965년 이후 지금까지도 은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저자인 J.D.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는 이 작품 속 주인공 홀든을 통해서 작가와 독자의 소통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p.32. 정말로 내가 감동하는 책은 다 읽고 나면 그 작가가 친한 친구여서 전화를 걸고 싶을 때 언제나 걸 수 있으면 오죽이나 좋을까 하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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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퇴학 당한 문제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거침없는 비속어가 사용되어 중·고등학교에서는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이 책에서는 번역하는 과정에서 많이 순화시킨듯하다. 이 책에서는 '야코죽다'와 여동생 피비의 학교와 박물관의 '추잡한 낙서' 정도가 보여서 중·고등학생이 읽기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소설은 열여섯 살 고등학생 홀든 콜필드가 펜시 고등학교에서 퇴학 통보를 받으면서 전개된다. 네 번째 퇴학을 당하게 된 홀든이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인 느낌이 강해서인지 마치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듯해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홀든이 이야기를 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 있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이건 정말이다 등. 왜 홀든은 반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되짚는 것일까? 어린아이들과의 대화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야'라며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과 신뢰를 얻으려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홀든에게서 볼 수 있었다. 6피트 2인치(188㎝)의 홀든은 어른처럼 보이고 싶은 어린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의 불온한 세상을 받아들이기에는 홀든에게는 순수함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던 까닭에 슬퍼하고 아파하는 것 같다.

 

p.182. 그러나 이 박물관에서 가장 좋은 것은 모든 것이 언제나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뉴욕에 돌아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어려서 자주 가던 박물관을 찾은 홀든은 달라지는 것은 우리 사람이지 박물관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박물관이 좋다고. 아마도 심리적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고 있는 듯해서 안쓰러웠다. 그런 홀든에게 오랜만에 만난, 전에 다니던 학교의 상급생인 루스는 "도대체 언제 어른이 될래?"(p.218)라고 말한다. 열여섯 살에 꼭 어른이 되어야 할까? 조금 천천히 사회에 적응해가도 되지 않을까?

 

​p.251."오빠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 싫다는 거야?"

퇴학당한 홀든은 가출하여 서부로 가기로 마음먹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누구보다 더 사랑하는 여동생 피비를 만나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한다. 홀든의 방황의 끝은 어디일까? 끝이 존재하기는 할까? 홀든의 방황을 끝내준 것은, 홀든의 순수함을 지켜준 것은 더 큰 순수함이었다. 방황하는 청춘의 이야기가 거침없이 속도감 있게 펼쳐지고 있어서 고전이라면 거부감부터 느끼는 청소년들도 공감하며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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