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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평점 :
p.50.
"망각은 우리를 노예의 길로 이끌지만 기억은 우리를
구원합니다."
p.376.
"마음속으로 계속 생각하는 한 우린 무엇도 잃어버리지
않아요."
<나의
기억을 보라>는 한 제자가 스승의 가르침을 세상에 알리는 책이다. 이 책으로 저자 아리엘 버거는 전기(biography)로는 32년 만에 '전미 유대인
도서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엘리 위젤의 일생을 다루지는 않는다. 그가 강단에서 교육했던 내용과 저자와의 대화, 제자들과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서 엘리 위젤의 가르침을 촘촘하게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스승
엘리
위젤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다. 엘리 위젤은 15세에 아우슈비츠에 수감되었고 그곳에서 어머니와
세 명의 여동생이 살해되었고, 아버지는 해방 직전에 수용소에서 사망하였다. 가족을 잃은 엘리 위젤은 전쟁 후 10여 년간 홀로코스트에 대해
언급하지 않다가 1958년 회고록「밤 La Nuit」을 프랑스에서 출간하였고, 1960년 미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1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1976년부터 2011년 은퇴할 때까지 40년 가까이 보스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세계 각지의 폭력과 억압, 인종 차별과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8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아픔을 견디고 상처를 극복하는데 안주하지 않고 불신과
광기에 맞서 싸우며 도덕적인 삶을 가르쳤다.
엘리 위젤은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무엇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기억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기억'의
중요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엘리 위젤이 가르친 '기억'이란 역사적인 아픔을 단순히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배움을 통해서 도덕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요소로서 '기억'을 말하고 있다. 과거의 잘못을 다시 범하는 우를 피하는 방법으로서 '기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기억은 꾸준한, 쉬지 않는 '배움'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배움은 도덕적인 삶으로 이어진다.
기억의 중요함을,
배움의 소중함을 이 책은 총 7장에 나누어 담고 있다. 학생들과 토론에 등장하는 유대교 랍비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토론을 유도하기
위해 제시되는 이야기들 속에서 재미와 함께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엘리 위젤은 열린 교육이 무엇인지, 배움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 스승을 그리워하며 자신도 올바른 가르침을 이어가고 있는 저자의 경험담도 책의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점은 살면서 한 번쯤 부딪치게 될지도 모르는 다양한 질문들의 답을 얻을 수 있는 지혜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