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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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오 징팡은 이 단편 소설집 <인간의 피안>으로 2017년 제16회 중국문학미디어상 '올해의 유망 신인 작가'로 선정되었다. 작가는 2016년 중편소설 「접는 도시」로 SF 최고 문학상인 휴고상을 수상한 중국을 대표하는 SF 작가이며 중국발전연구재단에서 국가정책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인재이기도 하다. 글짓기 대회 수상으로 베이징대학 중문과 입학 자격을 얻었지만 칭화대학 물리학과에 입학해서 천체물리학 석사학위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이 이 작품집 속 단편들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과학자로서의 '이성'과 인문학자로서의 '지성'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인간의 피안>이라는 제목을 접하고 '피안'이라는 단어가 불교에서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깨달음의 세계' 정도로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SF 소설 제목으로 어울릴까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되었다. 인간 심연의 본성을 그린 작품에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소설들을 접하면서 이 책의 제목이 가진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작가는 단순하게 미래 세계에서 일어날 사건들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갈 우리의 본성에 생각을, 의식을 담아내고 싶었던 것 같다. 인간으로서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와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아보고 싶었던 듯하다.

 

중국은 원숭이 복제를 세계 최초로 성공하였고 AI(인공지능) 분야에서도 미국의 기술을 거의 따라잡은 나라이다. 그런 까닭으로 이 작품 속 AI(인공지능)의 모습은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AI(인공지능)과 첨단 유전공학의 조합이 만들어낸 새로운 인류가 등장하는 것이다.「영생 병원」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은 '뇌 복제'라는 기술을 바탕으로 겉모습뿐만 아니라 지나온 과거 '추억'도 가지고 있다. 암으로 죽어가던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여 완치되어 나온다. 그런데 주인공은 출입이 통제된 병원에 매일 밤 몰래 들어가 어머니가 점점 더 쇠약해지는 모습을 보았고, 전날 밤에도 죽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병실에서 보았기에 다음날 집에 돌아온 어머니를 인정하지 못한다. 그렇게 병원을 조사하던 주인공 첸루이는 엄청난 비밀을 알아내게 된다. 개인적으로 작품집에서 가장 흥미롭게 보았던 작품이다. 대반전을 만나는 순간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품집에 실린 다른 작품들도 모두 흥미롭고 재미나다.「사랑의 문제」에서는 인간의 '감성'과 인공지능의 '이성'이 법정에서 진실을 놓고 다툰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서 가족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인간의 섬」에서는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지구 이야기를 통해서 인류에게 '자유'란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있다.「건곤과 알렉」을 통해서 작가는 완벽한 AI(인공지능)는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고 있다. 나이가 세 살 반인 알렉을 파악하지 못해서 연실 '이해하기 어려움'을 연발하던 글로벌 AI 건곤의 마지막 기록에서 인류의 바람을 엿볼수 있었다.

정말 재미난 SF 소설을 만나보았다. 미래 세계에 대한 상상도 재미나고 흥미로웠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류의 모습에서 오늘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미래의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들 본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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