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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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 윌리엄 포크너가 '20세기 최고의 소설'이라고 극찬한, 20세기 미국 현대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인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을 만나보았다. 영화, 문학, 음악 등 문화계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준 소설로 사이먼과 가펑클, 빌리 조엘 등의 수많은 뮤지션에 영향을 준 현대문학의 고전이다. 10년 이상 미국 내 도서관 대출건수 1위를 차지했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더 흥미로운 점은 작가의 '은둔'이다. 작가는 1965년 이후 지금까지도 은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저자인 J.D.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는 이 작품 속 주인공 홀든을 통해서 작가와 독자의 소통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p.32. 정말로 내가 감동하는 책은 다 읽고 나면 그 작가가 친한 친구여서 전화를 걸고 싶을 때 언제나 걸 수 있으면 오죽이나 좋을까 하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학교에서 퇴학 당한 문제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거침없는 비속어가 사용되어 중·고등학교에서는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이 책에서는 번역하는 과정에서 많이 순화시킨듯하다. 이 책에서는 '야코죽다'와 여동생 피비의 학교와 박물관의 '추잡한 낙서' 정도가 보여서 중·고등학생이 읽기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소설은 열여섯 살 고등학생 홀든 콜필드가 펜시 고등학교에서 퇴학 통보를 받으면서 전개된다. 네 번째 퇴학을 당하게 된 홀든이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인 느낌이 강해서인지 마치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듯해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홀든이 이야기를 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 있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이건 정말이다 등. 왜 홀든은 반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되짚는 것일까? 어린아이들과의 대화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야'라며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과 신뢰를 얻으려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홀든에게서 볼 수 있었다. 6피트 2인치(188㎝)의 홀든은 어른처럼 보이고 싶은 어린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의 불온한 세상을 받아들이기에는 홀든에게는 순수함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던 까닭에 슬퍼하고 아파하는 것 같다.

 

p.182. 그러나 이 박물관에서 가장 좋은 것은 모든 것이 언제나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뉴욕에 돌아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어려서 자주 가던 박물관을 찾은 홀든은 달라지는 것은 우리 사람이지 박물관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박물관이 좋다고. 아마도 심리적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고 있는 듯해서 안쓰러웠다. 그런 홀든에게 오랜만에 만난, 전에 다니던 학교의 상급생인 루스는 "도대체 언제 어른이 될래?"(p.218)라고 말한다. 열여섯 살에 꼭 어른이 되어야 할까? 조금 천천히 사회에 적응해가도 되지 않을까?

 

​p.251."오빠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 싫다는 거야?"

퇴학당한 홀든은 가출하여 서부로 가기로 마음먹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누구보다 더 사랑하는 여동생 피비를 만나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한다. 홀든의 방황의 끝은 어디일까? 끝이 존재하기는 할까? 홀든의 방황을 끝내준 것은, 홀든의 순수함을 지켜준 것은 더 큰 순수함이었다. 방황하는 청춘의 이야기가 거침없이 속도감 있게 펼쳐지고 있어서 고전이라면 거부감부터 느끼는 청소년들도 공감하며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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