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밤의 여자들
세라 페카넨 지음, 김항나 옮김 / 반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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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세라 페카넨검은 밤의 여자들을 만나보았다. 조금 특별한 심리 스릴러 가 주는 독특한 즐거움이 장르문학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두 화자話者가 같은 지점을 각자의 시선으로 보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교차하며 풀어낸다. 때로는 어긋나고 또 때로는 마주치면서 두 화자는 조금씩 비밀을 향해, 진실을 향해 나간다.


그런데 두 화자는 모녀母女지간이다. 주변의 딸들은 '엄마'가 되면서 자신의 엄마와 더욱더 친해진다. 그래서 엄마에게는 '딸'이 있어야 한다고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루스와 캐서린의 사이에는 무언가 모를 벽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벽이 《검은 밤의 여자들》을 재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심리 스릴러는 숨기려는 자와 찾으려는 자의 긴장감 넘치는 속도감이 기본이다. 기 기본에 '가족'이라는 관계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특별해진다.


'엄마가... 내 딸이... 그럴 리 없다'라며 현실을, 알게 된 사실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는 묘한 심리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가계도 트리'에 그릴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인 엄마 루스를, 소중한 사람을 의심하게 되고 믿지 못하게 된 딸 캐서린. 알츠하이머 초기 진단을 받은 엄마 루스를 의심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42살 엄마와 24살 딸 사이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딸을 지키려는 엄마와 엄마가 의심스러운 딸이 과거와 오늘을 오가며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엄마 루스는 딸 캐서린을 무엇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일까? 딸 캐서린의 의심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곳곳에 묻어두었던 복선반전으로 폭발하며 긴장감을 배가 시키고 있다. 또, '기록'이라는 함정에 빠지는 순간 긴장감은 미스터리를 더하게 된다. 계속 이어지던 반전은 '에필로그'에서 엄청난 반전을 보여주며,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방법은 어디까지 유효한 것일까라는 질문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가족이라는 굴레가 만들어낸 심리적인 압박이 돋보이는 심리 스릴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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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홈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6
진저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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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진저 작가의 빅 홈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시리즈 96번째 작품으로 만나보았다. 다수의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면서 세상은 높은 담장 속으로 사라진다. 피폭 피해자들을 수용한 '빅 홈'안에서 가족을, 세상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촘촘하게 그리고 있다. 너무나 촘촘하게 그리고 있어서 처음부터 먹먹한 가슴을 안고 끝을 보게 된다.


p.15. 망할 피폭 등급 만들어 사람을 분리수거한 거라고.


전체적인 흐름은 방사능 오염을 줄이기 위해 살포한 녹색 약물에 물든 것처럼 짙은 녹색이다. 녹색은 안정감을 준다지만 장시간 노출된다면 역효과를 내고 말 것이다. 그곳에서 녹색 하늘을 보던 아이들은 전기가 흐르는 3미터 10센티미터의 높은 담을 넘기로 한다. 4등급 이하의 아이들은 가족들이 찾아오면 이곳을 나갈 수 있지만 5등급인 헤이는 희망이 없다. 물론 가족들의 소식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헤이는 친구들의 탈출에 선뜻 동참하지 못한다. 헤이가 동참하지 못하는 까닭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슬픔과 아픔 속을 오간다.


경민이를 비롯한 친구들은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집으로 갈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죽어나가는 '빅 홈'은 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자유와 목숨을 타인에게 억압받고 가족들과 생이별한 이들의 아프고 슬픈 이야기가 아이들의 상황과 맞닿아있다. 물론 원인은 다르지만 높은 담이 만들어낸 심리적인 불안감은 그에 못지않게 크다. 아이들은 녹색 하늘이 아닌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p.153. 헤이와 경민은 그 비정한 확률 게임의 패자들이었다.


헤이의 아픔과 슬픔은 동생 헤준에게서 시작되어 헤준 곁에서 머문다. 어떤 사연이 엄마나 아빠를 찾지 못할 만큼 헤이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 SF성장소설이라는 띠지의 설명처럼 이 소설은 아이들을 아니 이 책을 접하는 모든 이들을 성장시킬 것이다. 재난 이후 몰아칠 어두운 세상에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눈물을 감추고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는 세상 모든 아이들의 미래를 응원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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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불안하기 때문이야 특서 청소년문학 46
임지형 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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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불안은 어디에서, 무엇에서 오는 걸까? 수많은 원인과 다양한 이유가 불안을 만들어낼 것이다. 다양하고 많은 원인들 중 4명의 작가들이 촘촘히 들여다본 원인은 무엇인지 찾아보는 재미도 이 책이 가진 많은 매력 중 하나이다. 또 하나의 매력은 이 책을 읽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이 불안에 빠지게 되는 원인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불안은 어른들이 만들고 어른들이 키우고 있는듯하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바라보기를 권하는 의미 있는 책을 만나보았다.


사실은 불안하기 때문이야는 같은 주제(불안)를 가지고 각기 다른 소재들로 만들어낸 4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안해하지 말라는 흐린 날씨 같은 흐릿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강한 빗줄기로 아이들을 때리고 밝은 햇살로 아이들을 비추는 확실한 용기를 보여주는 이야기들이다. 그래서인지 4가지 이야기 모두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이야기 속에서 불안을 떨쳐낸 아이들처럼 불안해하지 말고 스스로 불안의 끝을 맺어보라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


불안 옆에는 희망이 있다는 점을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 책을 펴내며


다양한 모습의 불안은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과부하 되어 전두엽이 타버린 존재들도 등장시키고(「안전지대」김민성),과학기술의 엄청난 발전으로 개조된 인간도 등장한다.(「졸업식」장강명) 또, 불안이 만들어낸 안타까운 결과물도 보인다. 자신의 손목에 자해를 하는 금비(「손목 위의 별」 임지형)의 불안은 아버지를 삼킨 싱크홀보다 깊었다. 아이돌 공연을 방해하려는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축하 공연」 정명섭)속 고등학생 범인이 가진 불안은 어디에서 온 무엇일까?


오늘의 고민과 불안은 미래로 이어진다. 19살이 되면,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우리 아이들은 미래를 선택한다. 「졸업식」의 아이들은 19세가 되면 인간성을 지닌 인간으로 살지 개조된 인간(이탈자)으로 살지 선택해야 한다. 이탈자를 선택하면 가족과 헤어져 다른 별로 가야 한다. 가족과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데 아이들은 고민한다. 50대 꼰대 입장에서 보면 무얼 고민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망치는 한, 넌 영원히 짐이야. 우리에게가 아니라, 너 스스로에게. 네가 너 자신을 포기하는 순간, 넌 진짜 그렇게 되는 거야."

- 「안전지대」


여기에서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을 만나게 된다. 아이들의 고민을, 불안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다. 그 느낌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준다. 아이들에게는 불안을 거둬버릴 용기와 에너지를, 어른들에게는 아이들과 눈 맞출 수 있는 시간과 이해를 선물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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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건축 기행 - 익숙한 도시의 낯선 표정을 발견하는 시간
천경환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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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건축은 공간空間에 대한 이야기이다. 공간을 더하고 빼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거기에 건축은 실용성도 갖추어야 한다. 실용성과 아름다움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건축은 시대적, 장소적 배경에 따라 색다른 이야기를 전해준다. 북촌 한옥 마을이 특별한 까닭이다. 골목길 위로는 높은 빌딩 숲의 적막함 보이지만 골목길 안으로는 조선 시대의 야트막한 포근함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북촌 건축 기행에는 북촌의 한옥마을도 보이고, 현대미술관도 보인다. 현재와 과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북촌을 너무나 잘 그리고 있다.


저자 건축가 천경환은 북촌이라는 지리적 위치에도, 한옥이라는 전통 건축양식에도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보이는 만큼 알게 된다고 북촌에 자신의 사무실을 차린 후에 출퇴근길에서 북촌의 매력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북촌 일대의 의미 있는 건축물을 소개하는 ‘여행 가이드’로 활동하기에 이른다. 자신이 느낀 북촌의 매력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이 저자를 북촌 골목길 위에 서게 했다. 그리고 말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많은 사진 자료들과 함께 글로 담은 것이 《북촌 건축 기행》이다.


건축 전문가의 눈에, 마음에 들어온 선택된 북촌은 어떤 모습일까?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여행 가이드가 안내해 주는 A, B, C 코스를 따른다. 각 코스에 포함된 이야기는 책을 열면 보이는, 시작을 알리는 지도에 잘 표현되어 있다. 총 3개 챕터로 구성된 북촌 건축 이야기의 시작은 창덕궁과 관람 지원센터이다. 그곳을 찾을 때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관람 지원센터. 돈화문 옆 햄버거 집에서의 기억은 있지만 관람 지원센터의 모습은 흐릿하다. 그런 흐릿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한 번쯤 찾아보았을 북촌 골목길의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어주는 에세이이다.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도 북촌 골목길의 감성에 빠져 부드럽고 편안하게 들리게 하는 다양하고 풍부한 북촌의 공간을 이야기한다. 북촌의 공간은 높은 빌딩과 야트막한 한옥이 공존하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어제와 오늘을, 현재와 역사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포인트를 소개한다. 건축사무소 ‘공간’의 신구新舊 사옥 이야기는 건축가가 들려주는 공간 이야기의 정수精髓를 보여주고 있다. 한옥카페 ‘어니언’의 사진에 보이는 너무나 익숙한 건물은 현재와 과거를 한눈에 그린 듯하다. 책에 담긴 북촌의 포인트들은 대부분 그렇게 현재와 과거를, 역사와 내일을 함께 그리고 있다.


북촌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여행 가이드를 선물받았다. 다시 북촌을 찾을 때는 꼭 《북촌 건축 기행》과 함께할 것이다. 아마도 북촌 골목길을 조금 더 편안하게, 친근하게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다. 북촌 골목길 여행이 공간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는 재미난 책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품은 빨간 벽돌 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왜 건축가는 그 건물을 그대로 살린 체 전시공간을 설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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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맨 - 뉴욕의 컨설턴트에서 시골 우체부로, 길 위에서 찾은 인생의 진짜 목적지
스티븐 스타링 그랜트 지음, 정혜윤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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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지식하우스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뉴욕의 잘나가던 경영 컨설턴트에서 애팔래치아 시골 마을 우체부가 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메일맨 MAILMAN 가제본은 전체 내용 중 제1장, 제9장 ~ 제15장, 제21장, 제25장 ~ 제27장의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저자 스티븐 스타링 그랜트는 팬데믹의 시작과 함께 직장을 잃었다. 암 투병 중이었던 저자에게는 의료보험이 필요했고 그렇게 직장을 빠르게 구했다. 뉴욕이 아닌 애팔래치아 산맥 근처 버지니아주 시골마을 우체부. 책상에 앉자 모니터를 보던 50대 아저씨가 발로 뛰며 자연을, 사람을 보게 된 과정을 솔직하게 담고 있는 에세이이다.


관리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수시로 폭발하던 저자가 현장 직원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을 때로는 재미나게 때로는 눈물 나게 그리고 있다. '우편배달의 신동'이라는 착각이 '쉰 살짜리 얼뜨기'라는 현실을 작가하게 되는 데 걸린 시간을 얼마나 될까? 육체적인 일을 하던 이들도 은퇴를 생각하게 되는 나이에 더위와 추위를 고스란히 참아내야 하는 고강도 육체노동을 하면서 저자는 진정한 '나'를, 자아를 만나게 된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느끼는 '공감'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나를 본질로 데려간 것은 내가 잘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못하는 무언가였다.


리더십 워크숍에서 코치들이 의도했던 가르침을 '이 길위에서 배웠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문장에는 너무나 비교되는 극과 극의 삶을 살았던 사람의 깊이 있는 생각이 고스란히 배여있다. 길 위를 걷는 철학자를 만난 듯 가슴에 와닿는 문장들이 차고 넘친다. 고마운 이들을 만났을 때는 따뜻한 온정을 보여주고, 자존감을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이들을 만났을 때는 그 아픔을 벗어나는 길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도 무척이나 만나보고 싶었다.


때로는 이긴다는 것이 지지 않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그 이상이 있었다.

내가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은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거래는 당신을 소비자로 만들지만,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당신을 인간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누구나 평온한 삶을 바란다. 하지만 그런 평온한 삶이 깨졌을 때 어떻게 다시 평온함을 찾을 수 있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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