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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홈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6
진저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3월
평점 :

"미래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진저 작가의 《빅 홈》을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시리즈 96번째 작품으로 만나보았다. 다수의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면서 세상은 높은 담장 속으로 사라진다. 피폭 피해자들을 수용한 '빅 홈'안에서 가족을, 세상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촘촘하게 그리고 있다. 너무나 촘촘하게 그리고 있어서 처음부터 먹먹한 가슴을 안고 끝을 보게 된다.
p.15. 망할 피폭 등급 만들어 사람을 분리수거한 거라고.
전체적인 흐름은 방사능 오염을 줄이기 위해 살포한 녹색 약물에 물든 것처럼 짙은 녹색이다. 녹색은 안정감을 준다지만 장시간 노출된다면 역효과를 내고 말 것이다. 그곳에서 녹색 하늘을 보던 아이들은 전기가 흐르는 3미터 10센티미터의 높은 담을 넘기로 한다. 4등급 이하의 아이들은 가족들이 찾아오면 이곳을 나갈 수 있지만 5등급인 헤이는 희망이 없다. 물론 가족들의 소식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헤이는 친구들의 탈출에 선뜻 동참하지 못한다. 헤이가 동참하지 못하는 까닭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슬픔과 아픔 속을 오간다.

경민이를 비롯한 친구들은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집으로 갈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죽어나가는 '빅 홈'은 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자유와 목숨을 타인에게 억압받고 가족들과 생이별한 이들의 아프고 슬픈 이야기가 아이들의 상황과 맞닿아있다. 물론 원인은 다르지만 높은 담이 만들어낸 심리적인 불안감은 그에 못지않게 크다. 아이들은 녹색 하늘이 아닌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p.153. 헤이와 경민은 그 비정한 확률 게임의 패자들이었다.
헤이의 아픔과 슬픔은 동생 헤준에게서 시작되어 헤준 곁에서 머문다. 어떤 사연이 엄마나 아빠를 찾지 못할 만큼 헤이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 SF성장소설이라는 띠지의 설명처럼 이 소설은 아이들을 아니 이 책을 접하는 모든 이들을 성장시킬 것이다. 재난 이후 몰아칠 어두운 세상에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눈물을 감추고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는 세상 모든 아이들의 미래를 응원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