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천재 고려 - 최강대국에 맞선 작은 나라의 생존 전략
이익주 지음 / 김영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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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계약에는 갑과 을이 존재하고 그 갭을 얼마만큼 줄이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다. 고려 시대에는 군사력이 갑과 을의 관계를 결정했다면 요즘 세계는 경제력, 기술력, 자원 등이 갑, 을 관계를 결정하는듯하다. 이제 미국의 기술력은 중국의 자원을 바탕으로 한 경제력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서로 대등한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서 대한민국 외교의 중요성이 툭 하고 튀어나온다. 지정학적 위치가 한반도라서, 아직 휴전 중이라서 우리는 양쪽에 다 줄을 대는 '다원 외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 총수가 일 년간 사라지게 하는 정권이나 남의 나라 대통령을 잡아와 자신들의 법정에 세우는 나라나 50보 100보 같은데 《외교 천재 고려》라면 어떤 결정을 할 수 있을까?

p.49. 고려의 외교는 '옳고 그름'보다는 '전쟁을 피하고 국가를 지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고려의 상황이 오늘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외교 천재 고려에서 이익주 교수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이성적 판단을, 명분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외교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몽골제국의 칼 앞에 국가를 지킨 나라는 동서양을 통틀어 고려가 유일하다. 명분에 매달리던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지만 실리를 따른 고려는 몽골제국의 칼을 피할 수 있었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책봉-조공 관계'를 적절하게 잘 이용하며 때로는 전쟁을 협상을 위한 카드로 이용하기도 한다. 12세기 고려가 여진(금)을 대하는 외교와 17세기 조선이 여진(청)을 대하는 외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차이점은 어떤 결과를 만들었을까?


고려의 500년 역사에서 전쟁은 54년 정도였다. 평화가 더 친숙한 왕조였다. 고려 외교사를 통해서 만난 당시의 '국제관계사'는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나다. 대하사극을 보는 듯하다. 삼별초의 역사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충렬왕과 충선왕의 대립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군현의 백성들과는 다르게 차별을 받았던 '부곡'은 어떤 존재일까? 고려의 외교를 통해서 고려의 역사를 만나고 또 고려의 역사를 통해서 역사를 대하는 자세도 알려주고 있다. 고려 왕자와 몽골 공주의 혼인이 만들어낸 복잡 미묘한 관계가 고려에 미친 영향을 만나보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p.190. 어떤 측면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평가도 달라집니다.


p.192. 중요한 것은 그 차이를 인정하고 열린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태도겠지요.


p.123. 결국 역사 공부란 누구나 갖고 있는 '지금의 눈'이 아니라, '과거의 눈'을 갖기 위해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분의 늪에 빠진 신진사대부들이 고려의 천재적인 외교 기술을 묻어버렸다. 그런데 진영의 늪에 빠진 오늘의 위정자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고려의 외교를 읽었는데 대한민국의 정치가 떠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이익주 교수의 안내가 과거의 고려가 아니라 미래의 대한민국을 향하고 있는 듯하다. 재미난 역사 이야기를 통해서 고려사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고려의 뛰어난 외교술을 보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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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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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에세이라는 점이 특별함을 더해주는 나는 그대의 책이다를 만나보았다. 《나는 그대의 책이다》는 1997년 '여행의 책 LE LIVRE DU VOYAGE'이라는 원제 그대로 출판되었던 책의 개정판이다. 즉 30여 년 전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생각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미』 전 세계 판매 부수의 반 정도가 한국이었을 만큼 우리 감정과 정서에 잘 이어지는 작가의 생각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책은 공기, 흙, 불 그리고 의 세계를 책의 안내를 받으며 여행하는 구조를 가진다. 네 가지 요소에 각각의 색을 입혀서 챕터를 나눈 의도까지는 좋았으나 가독성이 다소 떨어진다. 물론 노안이 온 아저씨의 불평일 수도 있겠지만 이쁜 책보다는 의미 있는 책이 조금 더 오래 머무는 듯하다. 가독성이 떨어진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필력을 가릴 수 있을까? '역시'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는 진지함과 유머가 절묘하게 오가는 작가만의 색깔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해학은 죽음보다 강하다"


책을 통해서 날아올라 대기권을 통해서 공간을 여행하던 '그대'는 이제 '정신권'에 닿는다. 마약의 환각, 종교의 환상, 컴퓨터의 가상 현실을 이길 수 있는 상상은 무엇일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책'과의 만남을 통해서 정신권으로 비상하라고 권하고 있다. 늘 창의성을 강조하던 작가의 생각이 만들어낸 정신권에 머물러 보는 즐거움을 꼭 누려보길 바란다. 물론 정신권이 마지막이 아니다. 거기가 딱 반쯤 어딘가이다. 그 반을 지나 베르베르의 빛나는 상상력이 깊은 철학적 사유로 이어지는 끝을 만나보길 바란다.


공간으로 날아올라 시간을 지나 공간과 시간이 합해지는 빅뱅으로 이어지는 책과 함께 하는 여행은 시공간을 지나 '나'에게로 이어진다. 나의 삶과 맞닿은 책과의 여행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30여 년 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필력과 생각을 만나볼 수 있다는 특별함이 반짝이는 소설처럼 읽히는 에세이, 철학책처럼 되새기게 되는 에세이이다. 재미와 의미의 환상적인 콜라보를 보여 주는 책이다.

p.13. 좋은 책이란 그대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거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 57. 똑 같은 수단이라도 잘 이용하면 신묘한 비법이 되지만,

잘못 쓰면 검은 마법이 된다.


62. 의심은 믿음보다 강하고, 호기심은 박식보다 강하다.


126. 그대는 그토록 즐겁게 사는 비결이 무어냐고 묻는다.

그들은 항상 꿈을 꾸며 사는 것이 그 비결이라고 대답한다.


135. 그대가 그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사랑의 증거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은 그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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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테라피 - 삶이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울 땐
빅터 프랭클 지음, 박상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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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홀로코스트 Holocaust 생존자 빅터 프랭클의 치료법 로고테라피를 한양대학교 문화심리학 교수 박상미의 해설로 만나보았다. 로고테라피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아들러의 개인심리학과 더불어 정신요법 제3학파라 불린다고 한다. 로고테라피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심리학 분야의 새로운 모습이 흥미로웠다. 특히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의 저자로만 알고 있었던 빅터 프랭클의 진정한 모습을 알게 되었다.


p.64. 치료란, 단지 기계적인 방법론이나 이론의 적용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의 만남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입니다.


이 책은 고통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빅터 프랭클의 실제 치료 현장과 강연을 담고 있다. 로고테라피 치료를 적용한 많은 사례를 통해서 고통이 회복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심리치료하면 떠오르는 정신분석의 한계를 보여주며 자신의 주장을 부드럽게 펼치고 있다. 로고테라피와 다른 치료법들과의 비교를 통한 이야기 전개는 너무나 흥미로웠다. 심리학을 정확히 알기보다는 어렴풋하게 느끼기만 하는 내게는 조금 버거웠지만 완독에 오랜 시간을 투자할 만한 했다.


p.114. 정신분석학은 인간의 동기를 쾌락을 추구하는 욕망(쾌락원칙)에서 찾았고,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은 힘을 추구하는 욕구(지배욕, 인정 욕구)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보다 더 본질적인 인간의 욕구가 있다고 봅니다. 바로'의미를 향한 의지'입니다.


실존적 공허, 실존적 좌절, 삶의 가치, 무의미함의 고통 등 실존의 문제를 다루는 로고테라피가 강조하는 것은 삶의 의미를 찾는 것입니다. 프로이트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 사람은 병든 사람"(p.17)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빅터 프랭클은 그 의견에 반대하며 '뉴 제닉 신경증'을 이야기한다. 또 로고테라피 치료 방법의 구체적인 적용 사례를 보여주며 역설 의도 기법, 반성 제거 기법 등을 설명한다.


저자의 강연 내용과 색(녹색)을 다르게 한 해설과 주석이 없었다면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었을까? 옮긴이 박상미 교수의 해설과 주석이 끝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파베르, 호모 아만 니스, 호모 파티엔스로 분류한 기준을 만나고, 삶의 의미와 가치, 책임감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지적 즐거움으로 차고 넘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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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까지 비밀이야
안세화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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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 시나리오를 전공한 작가 안세화의 영화처럼 느껴지는 장편소설을 만나보았다. 무덤까지 비밀이야는 엄청난 속도감으로 전개되는 스릴러 영화처럼 빠르게 전개된다. 한 장면 한 장면이 긴장감 속에서 펼쳐지며 등장인물들의 심리 변화 또한 빠르게 보여주고 있다. 200여 페이지에 이렇게 강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누군가의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갈 수 있을까?


"어젯밤 일은 죽을 때까지 비밀이다."


'말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라는 글에 '세 사람이 아는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라고 답을 단 연쇄살인마가 주변을 맴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학교 동창생 주원, 상혁 그리고 태일은 함께 산행에 나섰다가 조난당했다가 구조됐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구조된 백석. 그들은 저체온증으로 죽음을 예감하고 그동안 남에게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하나씩 털어놓는다. 그렇게 지옥의 문이 열리고 말았다.


틀림없이 백석은 폭우를 피해 들어선 동굴에서 "사람을 죽인 적이 있어요." 실수도, 정당방위도 아니고 "그냥 해보고 싶어서 해봤어요." 그것도 "딱 세 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조된 후 백석은 모두가 장난이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경찰 조사도 마무리된다. 그런데 세 친구는 의심을 지울 수도 없고 주변을 맴도는 백석에게서 살의殺意를 느낀다. 하지만 세 친구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백석이 자신들의 비밀을 밝히는 바람에 세 친구는 직장도, 가정도 잃게 된다.


연쇄살인마라고 믿고 있는 이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세 친구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선택을 하고 만다. 백석은 정말 연쇄살인마일까? 죽음의 공포에 짓눌린 세 친구들이 찾은 돌파구는 무엇일까? 백석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부터 시작된 공포를 떨쳐내려는 세 친구는 엄청난 반전을 만든다. 이제 백석이 연쇄살인마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비밀이 생겼다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람을 어떻게 지배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 혼자였더라면 과연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군중심리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하는 심리 스릴러이다. 그들의 행위보다는 그들의 생각이 무섭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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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마지막 수업
주루이 지음, 하진이 옮김 / 니들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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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런민대학교(中國人民大學) 철학과 주루이 교수의 마지막 수업을 만나보았다. 그의 마지막 수업의 주제는 '죽음'이다. 죽음에 대한 철학자들의 생각은 많이 만나보았지만 주루이 교수의 이야기는 정말 특별하다. 직장암 말기 환자로서 육체적인 고통을 이기며 마지막까지 교단에 섰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스스로 운신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서는 스물여섯의 젊은 청년과 대화를 나눈다. 죽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놓는다. 죽음을 맞이하기 전 열흘 동안의 대화가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의 주요 내용이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우리는 어느 정도 생각하며 살아갈까? 정말 커다란 질병이 찾아오지 않는 한 평상시에 죽음을 생각하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철학자라면 어떨까? 일반인보다는 조금 더 많이 죽음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그런 철학자 주루이의 생각을, 죽음을 담고 있는 책이다. 철학자들의 책은 그렇게 두껍지 않다.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도 240여 페이지 분량이다. 하지만 완독하기에는 600페이지 분량의 장편소설을 읽는 시간의 배는 필요하다. 많은 시간을 투자할 만한 충분한 가치를 가진 책이다.


이 책은 총 8장의 본문과 서문 그리고 주루이의 누나 주쑤메이의 '마지막 인사'로 구성되어 있다. 서문에는 주루이 교수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 과정을 들려주며 주루이 교수의 죽음에 대한 철학을 알려주고 있다. 누나 주쑤메이의 글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읽는 내내 먹먹함을 감출 수 없었다. 1장에서는 철학자 주루이가 죽음은 왜 두려운 존재가 아닌지에 대해 설명하며 젊은이와 대화를 시작한다. 2장에서는 '죽음 death'과 '죽어가다 dying'의 차이를 설명하며 다시 한번 죽음이 두려움에 대상이 아님을 강조한다. 정말 죽음은 두려운 존재가 아닐까?

3장에서는 '고독'을 배우라 하고, 4장에서는 불교에서 다루는 몸의 세 가지 종류(법신, 보신, 응신)를 통해서 육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한다. 생물학적 몸, 생리학적 몸(유전) 그리고 사회적 몸. 우리에게 필요한 '몸'은 무엇일까? 죽음이 다가왔을 때 만나게 되는 몸은 무엇일까? 이제 저자는 우리는 순간을 살다가는 아주 작은 존재라는 것을 시간을 통해서 생각하게 한다. 6장부터는 죽음을 통해서 삶을 생각하게 한다. '살기 위한 삶'이 아니라 '진정으로 살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살라고 말한다. 내 생명의 주인으로 돌아가라고 조언하고 있다.


p.87. 왜냐하면 죽음은 생명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죽어가는 것에 대한 부정이니까. 죽음은 생명에 대한 긍정이라네.


생명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품고 활기찬 에너지를 발산하며 삶을 마무리한 어느 철학자가 들려주는 '죽음'이야기를 통해서 '진정한 삶'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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