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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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미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그림 따지는 변호사》의 저자 이재훈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변호사(변리사)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하며 문화 예술에 관심이 생겨 <아츠앤컬쳐Arts&Culture>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과, 문과, 예체능까지 정말 욕심 많은, 열정적인 삶을 살아온 저자가 칼럼 '이재훈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속에 그동안(13년) 담았던 이야기(130여 편)를 바탕으로 만든 책이 바로《그림 따지는 변호사》이다.


이 책에는 제목에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클래식 그림 작품들과 화가들의 이야기를 많이 만날 수 있다. 또 해당 이야기에 관련된 아름다운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미술만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제목을 '그림'이 아니라 '예술'로 대신해도 될 만큼 음악이나 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예술에 문외한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재미난 책이지만 멋진 작품들을 '법률'로 '따지는' 촘촘한 법률 지식을 보여주는 지적인 즐거움도 선물하고 있다. '변호사'의 날카로운? 눈에 걸린 첫 번째 작품은 누구일까? 작품을 그린 요하네스 베르네르라는 작가보다 그림이 더 유명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그 주인공이다. 진주는 귀금속이 아니다? 비싼 진주가 귀금속이 아니라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려주는 법 이야기가 책 속으로 빠르게 몰입할 수 있는 물꼬를 터준다.


집시에게 주민등록을, 전입신고를 의무화하면 어떻게 될까? 아이돌 의상에도 저작권이 있을까? 등 정말 흥미로운 법률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이 책을 가장 흥미롭고 재미나게 만드는 것은 이 모든 니야기들을 그림과 음악 그리고 문학 작품에서 끄집어 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예술 이론들도 만날 수 있다는 매력도 가지고 있다. 키아로스쿠로 화법이란 무엇일까? 이쯤 되면 저자가 기고하고 있는 〈Art & Culture〉를 안 찾아볼 수 없었다. 2025년 1월 저자의 글은 '공포정치법'에대해 들려주고 있다. 아름다운 예술을 통해 딱딱한 법률 이야기를 아주 부드럽게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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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국지 인문학 - 영웅의 길, 리더의 길
민관동 지음 / 디페랑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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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페랑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대만에서 중국 고전 소설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경희대 중문과 민관동 교수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중국 역사를 만나보았다.《열국지 인문학》의 부제는 '영웅의 길, 리더의 길'이다. 영웅, 리더 하면 떠오르는 『초한지』『삼국지』 시대 이전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공자를 비롯한 수많은 인재들이 출현한 현인의 시대 춘추시대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전국시대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연의소설이 『열국지』이다. 그런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열국지』을 통해서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들어가는 말' 통해서 인문학이란 무엇인지 또 왜 인문학을 배워야 하는지 설명하고 '프롤로그'를 통해서 『열국지』의 출현 배경, 문화적 가치 등을 들려준다. 왜 중국 고전소설 『열국지』를 통해서 인문학에 접근하려고 했는지 설명하고 있다. 시작부터 흥미진진하다. 아마도 『열국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까닭일 것이다. 『초한지』와『삼국지』에 뛰어난 영웅들이나 한심한 빌런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처럼 『열국지』에도 많은 영웅들과 빌런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열국지』이고 『열국지』의 핵심만을 요약해서 알기 쉽게 읽기 편안하게 정리해 놓은 매력적인 책이 《열국지 인문학 列國志 人文學이다.


총 12강으로 구성된 《열국지 인문학》 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진시황제가 통일을 이루기 전까지의 중국 역사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 문헌의 구석구석을 촘촘하게 들여다본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수박 겉할기식으로 역사를 가볍게 바라본 책도 아니다. 『열국지』라는 연의소설의 소개가 주가 아니라 인문학의 중요성을,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쓴 책인 까닭인지 본문의 내용만큼이나 고사성어나 명언명구 그리고 시대적인 배경 이야기를 잘 담고 있는 책이다.


'고사성어故事成語명언명구名言名句' 그리고 '상식 한 마당'은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다. 어디선가 본듯한 고사성어나 명언명구가 원래 『열국지』에서 유래되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수 만날 수 있다. 흥미로운 영웅들, 리더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늘 '오늘'의 한심한 자들의 행태가 오버랩된다. 리더 자격도 없이 앞에 서있는 자들의 한심함을 이 책《열국지 인문학》속 현명한 리더들과 비교하며 읽는 즐거움은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다. 영웅의 길을 피해 빌런의 길로 가려고 하는 위정자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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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학 기행 - 방민호 교수와 함께 걷는 문학 도시 서울, 개정증보판
방민호 지음 / 북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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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의 삶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글로써, 시와 소설로써, 애틋하게 밝혀 준 작가들이 들려주는 서울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서울 문학 기행》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방민호 교수의 안내로 서울 시내에 남아있는 작가들의 삶의 흔적들을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그런데 이 책 《서울 문학 기행》이 담은 특별함은 서울 시내에 산재해있는 작가들의 발자취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작가들의 삶을 들려주면서 그들의 작품들이 품은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문학 전공 안내자부터 특별하다. 이번 서울 문학 기행을 함께한 12명의 작가들(이상, 윤동주, 현진건, 박태원, 박인환, 김수영, 이광수, 나도향, 임화, 손창섭, 이호철, 박완서)이 그들의 작품들을 속에서 들려주었던 깊은 사유를 문학 전문가의 시선을 통해서 돌아본다. 사유의 골목길을 골목골목 샅샅이 뒤지고 다니는 것이다. 작가들이 작품 속에 숨겨두었던 생각들을 저자의 해박한 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촘촘하게 풀어내고 있다. 여기에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특별함이 있다.


서울 문학 기행의 시작은 이상『날개』이다. '말같이 생긴 외로운 사내'라는 표현으로 흥미롭게 시작한 1장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에서 저자는 이상을 모더니즘 하면 떠오르는 작가가 아닌 민족정신이 투철했던, 두루마기를 즐겨 입었던 작가로 재조명하고 있다. 깊은 문학적인 사유 없이, 그저 이상의 대표작으로만 가볍게 읽었던 작품 『날개』를 새롭게 들여다보게 한다. 처음 접하는 알레고리를 통해서 본 날개는 완전히 다른 작품처럼 다가섰다. 또 마지막 장면의 문맥을 찬찬히 짚어보며 들려준 이야기는 날개의 결말을 다르게 느끼게 하고 있다. 날개라는 작품을 다시 한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저자의 특별한 해석이 서울 문학 기행 속 작품들을 새롭게 느끼게 하고 있다. 친일 행적이 문제가 된 작가들의 가치를 그들이 창조해낸 문학적 가치만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하는 작가들의 삶도 담고 있지만 《서울 문학 기행》이 가진 특별함이 그 의구심보다는 컸던 것 같다. 친숙한 작가들의 알지 못했던 모습이 특별했고 낯선 작가들과의 만남은 더욱더 특별했다. 옛 서울을 아름다운 문학 작품들과 함께 돌아보면서 오늘의 서울을, 작가들의 삶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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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플레임 2 엠피리언
레베카 야로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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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폴리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아마존 77주 연속 1위, 〈뉴욕타임스〉 66주 연속 베스트셀러, 2023 아마존 올해의 책등 수많은 기록들을 만들고 있는 레베카 야로스 작가의 엠피리언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9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아이언 플레임》은 두 권으로 출간되었고 이번에 만나본 책은 《아이언 플레임 2》이다. 《아이언 플레임 1》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멋진 특별 커버를 또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 책장을 열기 전부터 이 책의 마력에 빠져들게 한다.


《포스 윙》《아이언 플레임 1》에서 보이시한 소녀 전사 같았던 바이올렛은 이번 작품《아이언 플레임 2》에서는 로맨스 소설의 성숙한 주인공 같다. 그래서일까? 죽다 살아난 바이올렛과 그녀를 살린 제이든의 화끈한 사랑 장면으로 시작한다. 1권 주배경이 바스지아스 군사학교였다면 2권의 배경은 폐허가 된 아레티아에 있는 제이든의 대저택으로 바뀌었을 뿐 생도들은 또다시 훈련에 돌입한다. 바이올렛은 이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보호막'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마력을, 흥분을 다스릴 수 있는 '통제'를 배우게 된다. 성공할 수 있을까?


훈련 중 언니 미라의 드래곤 테인이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고 뛰쳐나간다. 국경을 지키던 미라의 방문은 전투라는 긴장감을 불러오지만 언니 미라도 바이올렛과 뜻을 함께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런데 엄마 소른게일 장군이 선택권을 부여했다는 점이 의아했다. 어쩌면 엄마 소른게일도 아들 브레넌과 같은 뜻인 걸까? 6년 전 죽은 줄 알았던 브레넌을 본 미라의 반응은 엄청나다. 어찌 되었든 소른게일 형제들이 다시 모였다. 그들은 어떤 활약을 하게 될까?


"나도 널 살리겠어. 너는 내 라이더야."

"부탁이니 죽지 마. 당신 없이 살고 싶지 않아."


장소 불문하고 찐한 애정행각을 서슴지 않는 두 주인공의 로맨스는 이 소설이 가진 재미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드래곤 테른과 라이더 바이올렛이 만들어내는 재미도 상당하다. 바이올렛이 '드래곤식 유머'라고 칭하는 드래곤 테일의 유머는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두 표지의 문장들이 조금 걱정스럽다. 그리고 그 걱정은 현실이 된다. 너무나 강력한 적을 상대해야 하는 바이올렛과 제이든의 앞날이 걱정될 때쯤 이야기는 다음으로 이어진다. 3부 《오닉스 스톰》을 기다려야 한다. 무척이나 설레는 기다림이 이 시리즈가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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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온다 리쿠 지음, 이지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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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하우스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온다 리쿠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일본의 문학상을 다수 수상한 매력적인 작가이다. 서점대상을 최초로 2번 받았고, 같은 작품 『꿀벌과 천둥』으로 서점대상과 나오키상을 둘 다 수상한 최초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 엄청난 능력을 소유한 작가가 이번에는 발레를 모티브로 한 작품《스프링》을 발표했다. 『벌꿀과 천둥』을 접한 이후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났고 최근에는 『둔색환시행鈍色幻視行을 읽었다. 여전히 다양한 장르에서 번뜩이는 글솜씨를 보여주는 작가이기에 이번 작품도 설렘 속에 만나보았다.


예술, 추리 등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대단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다양해서 만날 때마다 새로운 매력에 빠지게 한다. 이번에 만나게 된 작품 《스프링》의 전개 방식도 흥미롭다. 네 명의 화자가 한 사람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천재적인 발레리노에서 안무가로 활동 중인 주인공의 특별함을 각자의 입장에서 촘촘하게 들려준다. 소설은 500여 페이지 분량의 책들도 벽돌책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벽돌책처럼 느껴진다. 발레에 대한, 발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촘촘하게 그리고 있는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세 명의 화자 그리고 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요로즈萬 하루春이다. 소설은 만춘으로 시작해서 만개의 봄으로 끝난다. 여덟 살 소년의 멋진 턴을 본 쓰카사 선생님에 의해 발레를 배우게 된 하루는 무언가 모를 특별함을 가진 소년이었다. 그리고 그 특별함은 멋진 발레 작품을 만들어냈고 그 과정들을 가장 친한 또 다른 뛰어난 발레리노와 작곡가 친구 둘이 각자의 관점으로 들려준다. 또 한 명의 화자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하루를 '그'라고 불렀던 하루의 외삼촌이다. 왜 그렇게 불렀을까? 어린아이답지 않은 무언가 특별함을 느낀 것일까?


독일로 발레 유학을 떠나기 전 자신에게 발레를 처음 알려주었던 쓰카사 선생님을 '나의, 선생님'(p.226)이라 말하던 장면이 감동적인 까닭은 무엇일까? 작품 속 선생님처럼 눈가에 눈물이 고인 까닭은 무엇일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미스터리도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반전도 없다. 그런데 흥미롭고 재미나다. 역시 온다 리쿠의 마력은 대단하다. 온다 리쿠의 예술에 대한 열정을 또다시 만나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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