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 마르틴 베크 시리즈 10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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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범죄 소설의 시작이라고 일컬어지는 마이 셰발페르 발뢰의 형사 소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마지막을 만나본다. 그동안 아홉 권의 장편 소설을 만났고 이제 시리즈의 마지막인 열 번째 작품《테러리스트》를 만난다. 아홉 권의 전작들도 훌륭했지만 이번 작품은 마르틴 베크가 그동안 성장한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해서 더욱 소중하게 다가선다.


마르틴 베크는 여전히 전형적인 민완 형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여전히 인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이번에 마르틴 베크와 동료 형사들은 국빈 경호 작전에 동원된다. 미국 상원 의원을 대상으로 벌어질지도 모를 테러에 대비하라는 것인데 철저한 대비에도 사건은 벌어진다. 전혀 다른 대상을 향해 전혀 다른 인물이 방아쇠를 당긴다.


이번 작품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답게 정말 다양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남미에서 테러가 발생하는데 그곳에 마르틴 베크가 파견한 스웨덴 형사가 있었고, 은행 강도로 의심받던 한 여성은 재판을 통해서 풀려난다. 이 여성 레베카 린드를 통해서 인간의 삶이 틀어지는 순간순간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런데 흥미롭게 지켜보던 레베카의 삶에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는 순간이 찾아오고 그 순간 책장을 잠시 덮고 숨 고르기를 해야 했다.


누군가를 대상으로 하는 물리적인 폭력도 테러이지만 약한 자들에게 행해지는 심리적인 폭력도 테러일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 어린 소녀를 대상으로 또 사회 경험이 없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형태의 테러리스트들이 등장한다. 강제로 포르노를 찍어대는 미친 녀석도 등장하고, 사회적인 약자들의 외침을 무시하던 정부의 수장도 등장한다.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모든 것이 테러일 것이다. 물리적인 것은 물론 심리적인 것들도 폭력 즉 테러일 것이다. 많은 폭력적인 모습이 다양하게 그려진다. 공간적인 배경은 스웨덴이고 시간적인 배경은 1970년대이다. 그런데 이야기 속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직도 폭력이, 테러가 만연한 불안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베크의 시크한 농담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이었다. 이번 겨울에는 열권의 마르틴 베크 이야기를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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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사람은 혼자 가지 않는다 - 사람을 통해 성공과 부의 확률을 높이는 인적 레버리지
부르르(Brr) 지음 / 와이즈베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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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8. 그런데 여기서 반성할 점 하나. 세상에서 나 자신을 가장 많이 거절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 …(중략)…이제 스스로에 대한 거절을 그만하자.


성공을 키워드로 하는 자기개발서는 정말 많다. 좋은 습관을 강조하기도 하고 계획적인 삶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다소 엉뚱한 방향에서 성공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있어서 만나보았다. 《잘나가는 사람은 혼자가지 않는다》얼핏 받은 느낌은 남의 도움을 받아보라는 것인데 자수성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도움은 무조건적인 기댐을 뜻하지는 않는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에게 또는 인생 선배들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만나볼만한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혼자가 아닌 우리가 좋은 방향으로 함께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많은 시간을 타인과의 만남에 할애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저자 부르르Brr가 들려주는 다양한 경험담이 커다란 도움이 된다. 인적 레버리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인적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방법들을 디테일하게 촘촘히 보여준다. 18년이라는 긴 은행 업무 중에 만났었던 인연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인적 레버리지의 의미와 활용 대해 재미나게 풀어주고 있다.


과학적인 심리적인 전문적인 이야기보다는 실제 경험에서 우러난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게 만들고 있다. 성공을 꿈꾸는 이들은 물론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고 싶은 이들도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람을 대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 하는 영업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만남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성공을 떠나서 좋은 인연의 소중함을 만나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좋은 시간을 선물해 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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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 달달북다 4
이희주 지음 / 북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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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도 퀴어 소설도 자주 접하는 장르는 아니다. 그래서 이번 달달 서포터즈 2기를 통해서 만난《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와의 만남이 더욱 소중했다. 이성 간의 사랑이 등장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로맨스 소설은 처음인지라 설레기도 했지만 무언지 모를 불안함도 있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그 불안함은 안도감으로 바뀐다. 남동생이 누나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전개되는 소설이었던 것이다. 남동생 나루세는 누나에게 자신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루세는 어려서 겪은 사건으로 인해 귀신을 볼 수 있는 아이였다. 성장하면서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다름'을 숨긴다.


p.15. 때때로 흔들리던 믿음이 현실이 된 건 내가 자란 덕이 아닌 멀쩡한 척을 하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었고요.


그렇게 성인이 된 나루세에게 만지면 차갑지만 곁에 있으면 따뜻한 사랑이 찾아온다. 죽은 이의 못다 이룬 욕망을 먹는 괴이(귀신)와의 사랑은 어떻게 전개될까? 3시간 먼저 나온 쌍둥이 누나는 어떤 사람일까? 3시간 먼저 나온 누나에게 존댓말로 편지 동생 나루세는 어떤 사람일까? 70여 페이지의 짧은 분량의 단편 소설이기에 스토리 소개는 이 정도까지 하는 게 좋을듯하다.


다름을 주제로 만들어낸 엄청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퀴어라는 거부감보다는 사랑이라는 가슴 설렘이 더 컸던 책이다. 이희주 작가의 다른 책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서점을 찾게 만든 책이다. 천재적인 스토리텔러가 들려주는 '작업 일기'는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모든 문장을 곱씹어 봐야만 했을 만큼 훌륭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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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 창비아동문고 339
진형민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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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 작가 진형민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창비 아동문고 339《왜왜왜 동아리》의 주인공들은 초등학교 5학년 친구들이다. 혼자 놀고 싶어서 동아리를 만든 이록희를 중심으로 박수찬, 조진모 그리고 한기주 네 친구의 동아리 활동이 주된 이야기다. 그런데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주의 첫 의뢰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꿈꾸던 록희의 귀찮니즘은 사라진다. 네 친구들 한 친구의 '이름'을 볼 때마다 웃음이 터져서 이야기를 읽고 한동안 고생했었다. 머릿속에 그 단어가 자꾸만 맴돌아 시도 때도 없이 웃었다. 참 유쾌한 책이다.


p.112.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망치려 하는 어른과 같은 팀을 할 수는 없었다.


록희와 아이들은 기주의 강아지 다정이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이 재가 돼버린 '산불'현장을 찾는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아이들의 '왜왜왜'라는 질문의 방향은 지구 환경이라는 주제로 향한다. 그런데 두 번째 의뢰인 진모는 자신의 누나 진경이 금요일마다 등교를 하지 않는 까닭을 알고 싶어 했다. 중학생인 진경은 왜 금요일마다 학교를 가지 않는 것일까? 이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환경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다. 석탄 발전소 건립으로 삶의 터전이었던 바다와 모래사장을 잃은 어른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 용기 있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멋진 책이다.


아이들은 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환경에 대한 다섯 가지 질문을 게시하고 그 해답을 들려주며 지구온난화가 만든 환경 파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주장의 중심에 시장이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건설 중인 석탄 발전소의 건설 중단이 있다. 이제 '왜왜왜' 동아리의 아이들과 시장과의 승부는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런데 승부가 펼쳐지려는 순간 많은 기자들 앞에서 시장이 몸 상태를 핑계로 빠르게 자리를 벗어난다. 시장이 록희 친구들과의 토론을 피한 까닭은 무엇일까?


환경이라는 먼 문제를 아주 가까이 가져와 우리 주변의 문제들이 어떻게 지구 환경과 이어지는지 흥미로운 이야기로 보여주고 있다. 지구 환경 문제가 '강 건너 불'이 아니라 우리 마을 불, 우리 집 불이라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창비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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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아이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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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0. 인간들이 숭배하는 것이 성자인가, 고통인가? 내가 보기에는 고통 쪽에 저울이 좀더 무거웠다.


현대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그리고 젊은작가상을 3회 수상한 화려한 수상 경력의 작가 김성중이 등단 16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인 장편소설《화성의 아이》를 만나보았다. 지금까지 만나본 연작 소설 중에서 가장 독특한 소설이었다. 스토리는 미래 화성을 배경으로 하는 평범한 환상 소설 같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들의 구성이 너무나 파격적이었다. 여덟 명?의 화자話者가 각자의 입장에 이야기를 들려주며 전체적인 스토리를 완성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화자들은 중요하다. 그런데 그 화자들의 구성이 파격적이다.


먼 미래 300년 뒤 화성에 도착한 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한다. 실험실에서 탄생한 인간의 모습을 한 실험체 루는 긴 우주여행 끝에 화성에 도착해서 심상치 않은 이들을 만나게 된다. 어라?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고? 여기서부터 우리가 알고 있던 화성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그런데 만난 이들이 탐사로봇과 수다쟁이 개다. 탐사로봇 데이모스까지는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 개의 이름이 라이카이다. 인간보다 먼저 우주에 나갔던 생명체 라이카. 즉 죽은 개의 혼령을 만난 것이다. 심지어 이 녀석은 말도 한다. 세 번째 화자이기도 하다.


루는 아이를 임신 중이었고 그 아이는 두 번째 화자 마야이다. 마야를 출산한 루는 죽게 되고 로봇 데이모스와 개 혼령 라이카가 마야를 정성으로 키운다. 아무도 생존할 수 없는 공간에서 마치 한 가족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오늘을 산다. 그렇게 내일을 꿈꾸며 화성 살이를 이어가던 이들에게 진짜 인간 키나가 등장하면서 자신들만의 낙원으로 가꾸어놓은 화성에 인간들이 도착한 것을 알게 된 마야와 라이카, 데이모스는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키나는 눈꺼풀이 없다. 왜 그렇게 된 걸까? 생각만으로도 섬뜩한데 마야는 전혀 개의치 않고 절친이 된다.


이제 남은 세 화자들은 정말 너무나 환상적이고 파격적인 화자들이어서 직접 만나보길 바란다. 여덟 번째 화자의 이름을 접하고 무언가 잘못된 줄 알았다. 앞에서 언급된 이름이기는 하지만 화자로 등장할 줄은 몰랐다. 유쾌한 유머가 넘치는 혼령 라이카와 열다섯 살 사춘기 소녀 마야가 만들어내던 재미난 이야기의 흐름은 미래를 보는 소녀 키나의 등장과 함께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그런데 정말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마야는 웃음을 선물한다. 순진함이 만들어낸 용기일까? 엄청난 비밀로 다가서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게 펼쳐진다. 여섯 번째 화자 '남자'는 왜 온몸에 똥을 바르는지 특히 여덟 번째 화자는 누구인지 꼭 만나보길 바란다.


"문학동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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