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아이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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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0. 인간들이 숭배하는 것이 성자인가, 고통인가? 내가 보기에는 고통 쪽에 저울이 좀더 무거웠다.


현대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그리고 젊은작가상을 3회 수상한 화려한 수상 경력의 작가 김성중이 등단 16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인 장편소설《화성의 아이》를 만나보았다. 지금까지 만나본 연작 소설 중에서 가장 독특한 소설이었다. 스토리는 미래 화성을 배경으로 하는 평범한 환상 소설 같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들의 구성이 너무나 파격적이었다. 여덟 명?의 화자話者가 각자의 입장에 이야기를 들려주며 전체적인 스토리를 완성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화자들은 중요하다. 그런데 그 화자들의 구성이 파격적이다.


먼 미래 300년 뒤 화성에 도착한 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한다. 실험실에서 탄생한 인간의 모습을 한 실험체 루는 긴 우주여행 끝에 화성에 도착해서 심상치 않은 이들을 만나게 된다. 어라?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고? 여기서부터 우리가 알고 있던 화성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그런데 만난 이들이 탐사로봇과 수다쟁이 개다. 탐사로봇 데이모스까지는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 개의 이름이 라이카이다. 인간보다 먼저 우주에 나갔던 생명체 라이카. 즉 죽은 개의 혼령을 만난 것이다. 심지어 이 녀석은 말도 한다. 세 번째 화자이기도 하다.


루는 아이를 임신 중이었고 그 아이는 두 번째 화자 마야이다. 마야를 출산한 루는 죽게 되고 로봇 데이모스와 개 혼령 라이카가 마야를 정성으로 키운다. 아무도 생존할 수 없는 공간에서 마치 한 가족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오늘을 산다. 그렇게 내일을 꿈꾸며 화성 살이를 이어가던 이들에게 진짜 인간 키나가 등장하면서 자신들만의 낙원으로 가꾸어놓은 화성에 인간들이 도착한 것을 알게 된 마야와 라이카, 데이모스는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키나는 눈꺼풀이 없다. 왜 그렇게 된 걸까? 생각만으로도 섬뜩한데 마야는 전혀 개의치 않고 절친이 된다.


이제 남은 세 화자들은 정말 너무나 환상적이고 파격적인 화자들이어서 직접 만나보길 바란다. 여덟 번째 화자의 이름을 접하고 무언가 잘못된 줄 알았다. 앞에서 언급된 이름이기는 하지만 화자로 등장할 줄은 몰랐다. 유쾌한 유머가 넘치는 혼령 라이카와 열다섯 살 사춘기 소녀 마야가 만들어내던 재미난 이야기의 흐름은 미래를 보는 소녀 키나의 등장과 함께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그런데 정말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마야는 웃음을 선물한다. 순진함이 만들어낸 용기일까? 엄청난 비밀로 다가서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게 펼쳐진다. 여섯 번째 화자 '남자'는 왜 온몸에 똥을 바르는지 특히 여덟 번째 화자는 누구인지 꼭 만나보길 바란다.


"문학동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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