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 고딘의 전략 수업
세스 고딘 지음, 안진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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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앤파커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직업적으로 도움을 줄, 또 누군가에게는 삶을 대하는 지혜를 선물할 전문적이지만 너무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멋진 책이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뒤흔들고 현대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혁신한 영향력 있는 전략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세스 고딘의 신작을 만나본다. 제목에 '수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듯이 《세스 고딘의 전략 수업》은 마치 전략과 시스템, 경영에 관한 '교과서' 같다. 그런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만든 마케팅 교과서는 지루하지도 난해하지도 않다. 다양한 실제 사례들이 흥미와 재미를 더하는 까닭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짧은 수업 시간이다. 제일 좋은 강의는 '짧은' 수업이다.


한 챕터를 평균 1.5페이지 안에 담고 있다. 정말 전략과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요약해놓은 설명서 같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은 설명서가 아닌 성명서라고 표현한다. 또 전략은 단순한 '계획'이 아니라 '철학'이라고 말하고 있다. 왜 성명서라 말하고 왜 철학이라 표현했는지는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챕터들을 조금만 만나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문에서 저자는 지금까지의 한국을 만든 게 전술과 근면 성실이며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략'이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본문을 1. 전략은 '그렇게 됨'의 철학이다로 시작한다. 전략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전략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2. 긴밀히 얽힌 4가지 요소(시간, 게임, 공감, 시스템)를 통해서 설명해 준다. 그런데 전략과 4가지 요소는 어떤 접점을 가지고 있을까? 이제 슬슬 호기심이 끌어 오르기 시작한다. 이제 두 페이지 읽었는데 경영학 책이, 마케팅 고수가 알려주는 전략에 관한 책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역시 강의는 짧아야 좋다.


《세스 고딘의 전략 수업》297개 강의는 어떤 수업을 먼저 읽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77. 12가지 슬로건을 먼저 읽고 수업에 들어간다면 마케팅 수업을 처음 듣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전략과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면서 생긴 의문들은 다시 이 책을 통해서 찾아보면 될 듯하다. 전략과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라서 마케팅이 떠오르겠지만 읽다 보면 전략을 왜 철학이라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모두를 위한 책'이라는 의미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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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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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방대한 분량의 여행 이야기가 품은 삶에 대한 깊은 사색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더 먼 곳을, 가보지 않은 곳을 동경하고는 한다. 하지만 그곳을 향하는 마음이 쉽게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여러 가지 문제들이 동경의 대상을 접할 수 있는 기쁨을 가로막고는 한다. 그래서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이, 먼 곳에 대한 동경이 더욱 커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호라이즌HORIZON이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지도 모르겠다.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 배리 로페즈가 마지막으로 발표한 작품《호라이즌》은 먼 곳을 동경하던 어린아이가, 항공 엔지니어를 꿈꾸던 젊은이가 수많은 여행을 통해서 보고 느낀 것을 삶을 정리하듯이 차분하게 정리한 '여행 기록'이다. 오랜 기간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며 접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촘촘하게 그리고 있다. 북극과 남극, 아프리카, 호주와 갈라파고스 등을 접하며 몸과 마음에 담아두었던 감정들을, 삶에 대한, 자연에 대한 애정을 잔잔하게 기록하고 있다.


《호라이즌》의 첫인상은 방대한 분량이 주는 부담감이 만들어낸 불편함이다. 벽돌 책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의 놀라운 두께가 시작부터 난감하게 만든다. 하지만 저자의 차분한 글솜씨가 시작과 함께 불편함을 사라지게 한다. 우리가 익숙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장소'를 중심으로 한 저자의 사고의 흐름을 따라 기술하고 있어서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연의 경이로움을 대하는 저자의 마음과 함께 하는 오지 여행은 너무나 흥미로웠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기술한 '자전적'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가보지 못한 자연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가 보고 느낀 사람들의 문화가 더 흥미로웠다. 무언가를 발견하는 과학적인 오지 탐험이 아닌 무언가를 느끼고 사유하는 인문학적인 문화 여행을 함께 한듯하다. 수많은 생태계와 다양한 문화권을 탐험한 저자가 탐험이 가지는 의미가 '발견'이 아닌 '새로운 관계 맺기'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이 책이 가지는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듯하다.


떠나고 돌아오는 반복적인 여행 이야기보다 그 과정에서 들려주는 저자의 깊은 사유가 더 아름다운 《호라이즌》은 새로운 관계 맺기를 위해 떠난 저자가 느끼고 접한 이야기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방대한 분량이 주는 어려움을 뛰어넘게 하는 소중한 선물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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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극복의 심리학 - 트라우마 회복 후 성장하는 5단계 프레임워크
에디스 시로 지음, 이성민 옮김 / 히포크라테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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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트라우마를 성장의 기회로, 바탕으로 삼으라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외상 후 성장 PTG에 대한 믿음으로, 5단계 모델에 대한 신뢰로 바꿔준 의미 있는 책이다.

'상처' 또는 '부상'을 뜻하는 그리스어 travma에서 온 '트라우마 trauma'라는 단어는 이제 너무나 익숙한 말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익숙한 만큼 많은 오해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강한 정신력으로 극복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강한 회복력으로 극복해야 할 트라우마를 조금은 다른 결로 접근하고 색다르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 있어서 만나보았다.


오랜 시간(25년) 동안 트라우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 외상 후 성장 PTG에 관한 연구에 전념한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의학 칼럼니스트 에디스 시로《트라우마, 극복의 심리학》을 통해서 다양한 임상 치료와 연구 결과를 보여주며 외상 후 성장 PTG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는 영화 등의 많은 매체를 통해서 접해서 알고 있었지만 외상 후 성장 PTG은 처음 접한 이론이었다. 외상 후 심한 스트레스가 트라우마를 만들어내는 경우는 소설에서도 종종 접할 수 있었지만 외상 후에 성장한다는 말은 처음이었다.


총 2부로 구성된 《트라우마, 극복의 심리학》의 가장 큰 흐름은 외상 후 성장 PTG이다. 그리고 외상 후 성장 PTG을 완성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외상 후 성장 PTG 5단계 모델을 조금씩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다. 외상 후 성장 PTG라는 단어도 처음 들었지만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트라우마는 사건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건을 목격했거나 그 사건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에게 미치는 감정적, 심리적 영향이라는 것도, 세대 간 유전도 되고 전염병처럼 전염도 된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손녀인 저자는 그런 까닭으로 조금 더 일찍 그리고 더 깊게 '트라우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트라우마를 통해서 '성장'한 외할아버지와 끝내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했던 외할머니를 보면서 누군가는 트라우마에 갇히고, 또 누군가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까닭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연구는 극복을 넘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전환'하는 외상 후 성장 PTG으로 이어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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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대에 오신 것을 애도합니다 -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위기의 지구를 위한 인류세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39
박정재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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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21세기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서가명강(울대 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의 서른아홉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서울대 지리학과 박정재 교수는 위기의 지구를 지키기 위한 기초 방안으로 '인류세'에 대한 이해를 꼽았고 《인간의 시대에 오신 것을 애도합니다》에서 촘촘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인류세가 가진 의미를 접하고 나의 무지함에 헛웃음이 나왔다. 솔직히 인류세 멋지지 않나? 인류가 주인공인 지질 시대.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지구 전체의 시스템을 망가뜨린 주범. 그게 바로 인류이다.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는 인류가 지구 지질이나 생태계에 미친 영향에 주목하여 제안된 지질 시대 구분 중 하나.


서가명강 도서들의 기본 구성을 따른 책은 총 4부로 짜여있다. 1부는 '이토록 파괴적인 인간의 시대'라는 강한 임팩트를 주며 시작한다. 인류세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연구 결과들도 보여준다. 개인적인 연구 이야기로 재미와 흥미를 끌어모아서 이제 본격적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살리기 위해 전력질주한다. 2부에서 인류세를 상징하는 중요한 속성인 네 가지에 대해 설명한다. 기후 위기, 생태계 위기, 환경오염, 기후난민. 인류세를 대표하는 네 가지 속성을 보면 인류세라는 지질 시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도 저자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p.125. 전 세계에서 이탈리아 면적에 준하는 크기의 산림이 매년 사라지고 있다.

3부에서는 발 닿는 곳마다 인류를 제외한 종의 멸종을 초래하는 몹쓸 인류가 만들어 놓은 생물종 다양성 문제에 대해 들려준다. 정말 지치지도 않고 지구 전체를 망가뜨렸고 이제 조금 정신 차릴듯했는데 '탈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분열에 전쟁까지 그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4부에서 지구에 닥친 많은 위기를 이겨내는 방안으로 과학이나 최신 기술보다는 윤리와 철학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왜냐하면 종을 떠나 공존과 공생을 도모해도 될까 말까 한 지구 지키기인데 인간끼리도 화합이 안되니.


p.240.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물고 공존과 공생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신유물론이 말하는 바와 동일하다.

인류세의 문제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환경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구 온난화 문제뿐만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 문제(종 다양성 감소 문제),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기후 난민 문제'를 자세하게 알게 되어서 좋았다. 서가명강의 하이라이트 'Q/A 묻고 답하기'에서는 이번에도 조금 더 디테일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지적 즐거움을 배가培加 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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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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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라자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p.164. 설령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때 그 시간에 만났다는 사실에 가치가 있다. 그런 친구도 있는 것이다.


"네 할아버지를 죽여 줄게. 대신 남편을 죽여 줘."라는 띠지의 섬뜩한 문구가 시선을 강탈하는 흥미로운 소설을 만나보았다. 작가 곤도 후미에는 세 명의 소녀를 세 건의 살인 사건으로 연결하고 있다. 그런데 그 연결이 너무나 촘촘해서 쉽게 풀 수 없는 매듭으로 소녀들의 인생 전체를 옭아매고 있다. 그리고 그 연결에는 사회 전반의 문제들이 함께 묶여있어서 풀기보다는 끈어내야 할것만 같다. 학교 폭력, 여성 납치 성폭력, 아동성추행, 가정 폭력까지.


마감에 쫓기던 작가의 눈에 들어온 편지 한 통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무시할 수도 있는 내용의 편지였지만 '저희 셋의 관계'라는 문구가 작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달라는 편지의 주인공 '유리'를 만난다. 그리고 유리에게서 자신이 중학생시절부터 중년이 된 지금까지 품고있던 엄청난 비밀들을 듣게 된다. 그 속에 세건의 살인 사건이 담겨 있었다. 놀랍게도 두 건의 살인은 중학생 시절에 벌어진 일이었다.


p.62. 잔인함과 상냥함은 때때로 한곳에 공존하기도 한다.


이야기의 주요흐름은 소녀들의 범죄 행위 자체에 있지 않다. 세 건의 살인이 모두 서로를 위해 각자가 벌인 사건이기에 범인은 세 명이다. 어린 소녀들이 그런 무서운 일을 할 수 있게 한 무모한 용기는 어디서 온 것일까? 왜 어른이 되어서 다시 또 살인을 저지르게 된걸까? 소녀들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서로를 만난적이 없다. 전화 번호도 모르고 살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마지막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어둠속에서 상대의 얼굴도 확인하지 않고 친구의 말만 믿고 술취해 잠든 친구의 남편을 살해한다. 가정 폭력에 힘들어하던 친구 '마호'를 위해.


p.100. 친근함이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


첫 번째 살인도 납치되려는 마호를 구하기위해 '유리'가 남자를 칼로 찔렀던 사건이다. 하지만 소년원에는 또 다른 친구 '사토코'가 들어갔다. 이들 세 친구에게는 어떤 연결 고리가 있었을까? 그 고리는 외로움인듯하다. 소외된 아이들. 소외될 수 밖에 사회가 만든 아이들. 친구가 없던 소녀들이 각자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준 사연이 매듭으로 이어진듯하다. 읽는 내내 불편했다. 왕따, 학교 폭력, 가정내 성추행 그리고 가정 폭력까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고 있는 듯해서.


그런데 소설 의뢰를 받은 작가가 이 소녀들과 같은 중학교 동창이라는 점이 놀라운 반전을 만든다. 반전도 놀라웠지만 작가가 세 소녀를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 3년 동안 같은 반이 한 번도 안되었을까? 어느 누구의 존재도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무시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무시받던 아이들의 어두운 그림자가 만든 비극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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