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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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방대한 분량의 여행 이야기가 품은 삶에 대한 깊은 사색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더 먼 곳을, 가보지 않은 곳을 동경하고는 한다. 하지만 그곳을 향하는 마음이 쉽게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여러 가지 문제들이 동경의 대상을 접할 수 있는 기쁨을 가로막고는 한다. 그래서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이, 먼 곳에 대한 동경이 더욱 커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호라이즌HORIZON이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지도 모르겠다.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 배리 로페즈가 마지막으로 발표한 작품《호라이즌》은 먼 곳을 동경하던 어린아이가, 항공 엔지니어를 꿈꾸던 젊은이가 수많은 여행을 통해서 보고 느낀 것을 삶을 정리하듯이 차분하게 정리한 '여행 기록'이다. 오랜 기간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며 접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촘촘하게 그리고 있다. 북극과 남극, 아프리카, 호주와 갈라파고스 등을 접하며 몸과 마음에 담아두었던 감정들을, 삶에 대한, 자연에 대한 애정을 잔잔하게 기록하고 있다.


《호라이즌》의 첫인상은 방대한 분량이 주는 부담감이 만들어낸 불편함이다. 벽돌 책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의 놀라운 두께가 시작부터 난감하게 만든다. 하지만 저자의 차분한 글솜씨가 시작과 함께 불편함을 사라지게 한다. 우리가 익숙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장소'를 중심으로 한 저자의 사고의 흐름을 따라 기술하고 있어서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연의 경이로움을 대하는 저자의 마음과 함께 하는 오지 여행은 너무나 흥미로웠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기술한 '자전적'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가보지 못한 자연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가 보고 느낀 사람들의 문화가 더 흥미로웠다. 무언가를 발견하는 과학적인 오지 탐험이 아닌 무언가를 느끼고 사유하는 인문학적인 문화 여행을 함께 한듯하다. 수많은 생태계와 다양한 문화권을 탐험한 저자가 탐험이 가지는 의미가 '발견'이 아닌 '새로운 관계 맺기'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이 책이 가지는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듯하다.


떠나고 돌아오는 반복적인 여행 이야기보다 그 과정에서 들려주는 저자의 깊은 사유가 더 아름다운 《호라이즌》은 새로운 관계 맺기를 위해 떠난 저자가 느끼고 접한 이야기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방대한 분량이 주는 어려움을 뛰어넘게 하는 소중한 선물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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