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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평점 :

"문학동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기호 작가가 11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을 만나보았다. 이효석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황순원문학상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말해주듯이 이번 작품도 빈틈 없이 촘촘한 구성을 보여주며 숨 쉴 틈 없이 결말로 휘몰아친다. 그런데 잠시 숨돌릴 틈도 없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중간중간 멈칫하는 부분이 나온다. 무언가 모를 감정의 소용돌이가 이성과 감성을 멈추게 한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20대 청년 이시습의 방황을 함께하는 반려견의 이름이 '이시봉'이다. 늘 함께하던 일상에 균열을 가져온 것은 이시봉이 위기에 처한 고양이를 구해주는 영상이 SNS에서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영상을 올린 리다를 통해 찾아온 이들은 나주시 왕곡면 출신의 홍어도 잘 먹는 이시봉이 엄청난 혈통을 자랑하는 개라고 자신들에게 넘길 것을 제의한다. 엄청난 액수의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시습은 비숑 프리제 전문 켄넬 '앙시앙 하우스'의 시설이 너무나 좋아 보였고, 어쩌면 그곳에서의 삶이 이시봉에게 더 행복할 수도 있겠다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시습에게는 정의감과 의리를 중시하는 동네 친구들이 있다. 수아와 정용. 동네 친구 1, 2지만 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캐릭터들이다. 이제 이야기는 이시봉을 넘어 그의 조상으로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세 가지의 흐름을 보여준다. '후에스카르 비숑 프리제'의 선조인 스페인 왕실견이었다는 '베로'의 이야기, 이시봉의 엄마, 아빠였던 카이와 루시가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들오게 된 이야기가 이시봉의 이야기와 교차하면서 풍부한 스토리를 만든다.
스토리가 풍성한 만큼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도 넘쳐난다. 이시봉의 이름은 부조리한 사회의 결과물이고 이 모든 사건의 배경에는 삐뚤어진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반려견의 혈통이 사랑의 기준이 된다면 우스울 것 같은데 증명서를 가진 개와 그렇지 못한 개의 분양가는 단위부터 다른게 현실이다. 이시봉과 이시습의 관계는 이어질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반전은 리다라는 인물이 만들어내는듯하다. 동네 누나로 나오는 리다의 행보와 생각을 잘 따라가보길 바란다.
p.60. 리다. 오, 나의 사랑, 나의 불행, 나의 한숨, 리다.